<지적자본론>으로 바라본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 제안과 그 효과
며칠 전, 강남 일대를 지나다니다 '스노우 폭스'라는 이름의 작은 꽃집을 보았다.
복잡하고 번쩍이는 고층빌딩 사이, 오르막에 위치한 작은 가게의 모퉁이에는,
이름보다 더 큰 글자로 '나를 위한 꽃집'이라고 적혀있었다.
스노우폭스가 고객에게 제안하고 있는 것은 꽃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남이 아닌 나를 위해 한 송이 꽃을 사는 라이프스타일이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일본의 대형 서점 '츠타야 서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CCC)가 운영하는 츠타야는 서점이지만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DVD, 문구용품, 음반, 심지어 가전 등을 판매하기도 하는 종합형 셀렉트숍에 가까운 형태이다.
CCC의 창시자인 마스다 무네야키는 그의 저서 <지적자본론>을 통해 기업은 재화가 서비스가 아닌, 이에 담긴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제안해야 함을 츠타야의 성공 사례를 통해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츠타야 서점은 단순 책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서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큐레이션함으로써 제안하고 싶은 삶의 형태를 고객에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더 깊은 경험을 제공하고 나아가 그들의 일상 생활 자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플랫폼이 넘쳐나는 서드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은 '제안'을 원한다.' - p67
'(기업은)제안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 - p49
<지적자본론>에서 소비자는 수많은 정보와 선택지들 사이 기업으로부터의 제안을 원하고, 기업은 이를 제안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가져야 할 '제안 능력'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책의 말을 빌리면 이런 것이다.
'밀봉성이 높은 세련된 텀블러글라스라면 그것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하고, 섬세한 의장이 들어간 와인글라스라면 때때로 양질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라는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 p50
2차대전 직후였던 1940년대, 혼란스러운 미국 시장에서의 회복을 꾀하던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 is forever)'라는 슬로건을 만들어냈다. 다이아몬드의 단단한 특성을 변하지 않는 사랑의 형태와 연결지어 남성이 여성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로 청혼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다이아몬드 반지를 청혼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했다.
'그것(제품)이 단순한 물건을 초월해 그 안에 일종의 철학, 바꾸어 말하면 라이프 스타일의 제안이라는 의미가 들어간다면 그 물건은 국경, 인종, 세대, 성별을 초월할 수 있는 날개를 얻을 수 있다.' - p112
광고를 통해 드비어스가 제안한 것은 다이아몬드가 아니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사랑과 약속을 연결지은 삶의 형태였다. 덕분에 다이아몬드는 사랑의 징표가 되고 사람들에게 환상을 주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앞선 게시글에서 언급한 '만가향(萬家香)'의 광고 역시 이와 같이 라이프 스타일의 제안을 통해 영향력을 끼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린 가끔 착각을 하곤 한다.
서점에 방문한 소비자는 책을 사기 위해, 전자제품 가게에 방문한 소비자는 새로운 전자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그러나 모든 소비자가 그렇지는 않다. 그저 궁금해서 방문한 것일 수도 있고, 새로 오픈해서, 혹은 시간이 남아 들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틀을 깨야 한다.
소비자가 단순히 '제품'을 제공한다는 것에서 벗어나 기업이 진정으로 전달하고 싶은 가치관을 닮은 '삶의 형태'를 제안한다면,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을 통해 변화하게 될 긍정적 삶의 모습을 기대하게 하여 브랜드의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각인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소비자들은
그저 꽃보다는 수고한 나를 위해 스스로 선물하는 삶의 여유를,
다이아몬드보다는 영원을 약속한 아름다운 두 사람의 사랑을 더 원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