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면서도 고요하지 않은..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기준의 고요함
공기는 적당히 따듯 쌀쌀하고 나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바람. 그 속에서 가끔가다 웨엥- 하고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 눈앞에는 수많은 연두색들이 나풀거리고 햇살은 일렁거려 거기에 맞장구치듯이 들리는 풀벌레 울음소리. 그게 내 여름인 것 같다
널어놓은 빨랫감에 바람 타고 은은히 맡아지는 냄새와 여름공기의 냄새가 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지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가까운 거리로 첫 이사를 하고 내가 열일곱이 되던 해까지 지냈던 그 집에서의 여름밤들은 아직 생생히 느껴진다. 내 방이 있었지만 빨랫감을 스쳐 들어오는 바람이 좋아, 아빠 방을 가서는 빨래가 널려있는 베란다 창문 옆에 꼭 붙어서 잤다.
항상 창문은 손바닥만큼 열어두곤 그 좁은 틈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여름밤공기가 내 마음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여름방학 때면, 그렇게 잠들어 창문틈 나무 사이사이로 힐끗힐끗 눈을 찡그러트리게 만드는 햇살에 깼다. 초록보단 초록을 띄는 밝은 노란색에 가까운 잎이 빼곡한 나무들이 우리 집 앞과 뒤를 감싸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면 잎사귀들 사이로 일렁이는 햇빛들에 고요한 낮이면 슬며시 들려오는 옆집의 피아노소리, 거기에 대답하듯 나도 피아노 뚜껑을 열었었다.
따듯한 햇살 필터를 씌운듯한 따듯한 색감의 집이었다. 나뭇잎들은 살랑살랑 춤추고 아파트 단지 안쪽 중에 안쪽에 위치해 바깥 소음 일절 없던, 사방이 나무로 감싸져 있던 그 1층 집은 여름밤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눈앞에 스쳐 지나간다.
최고 기온을 찍던 쨍쨍한 여름날에도 집에 돌아와 거실에 있던 차가운 가죽 소파에 앉기만 하면 더위가 싹 가셨던, 그 집은 정말 집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