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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공작소 Jul 09. 2020

이 구역의 소비 요정은 바로 나! 동료들의 플렉스!

생활공작소에는 요정이 살고 있다. 소비요정

생활공작소에는 요정이 살고 있다. 바로 소.비.요.정! 언제나 합리적 소비, 착한 소비, 지속 가능한 소비를 외치는 생공인들은 월급이 들어오는 날이면 소고기도 사 먹고, 돼지고기도 사 먹고, 양고기도 사 먹는다. 그뿐인가. 평소에 쉽게 플렉스 하지 않는 고가의 물건도 사고, "엥? 뭘 이런 걸 사?” 하는 터무니없이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도 산다. 그런 게 바로 플렉스니까! 


얼마 전, 책에서 뇌 연구에 대한 흥미로운 결과를 봤다. 갖고 싶은 물건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쾌락을 느끼는 중추에 같은 자극을 받는단다. 그리고 그 물건을 가지기 위해 돈을 지불하면 손가락을 베는 정도의 고통을 느끼는 중추에 같은 자극이 온 단다. 그러니까… 나를 포함한 내 동료들은 매번 고통을 돈 주고 산 달까. 해서 이번 달은 돈 주고 산 내 고통! 아니, 사회생활로 받은 고통을 돈 쓰며 날려버린 내 동료들의 플렉스 이야기되시겠다. 보다 보면 깜짝 놀라니까 끝까지 보자. 





와, 이런 지적 매력이 넘치는 소비를 보았나. 위 사전은 내가 생활공작소에서 첫 월급을 타고 중고나라에서 구매한 국어사전이다. 무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은 시옷’ㅅ’ 자음을 뒤적이며 화를 다스려보고 기분이 좋은 날에는 ‘ㅎ’을 쭉 살펴본다. 본 적 없는 단어를 발견하면 단어와 연결하여 글을 쓰기도 하고, 혼자만 아는 단어로 놀리기도(!)한다. 현재는 절판된 책이라 일반 서점에선 그림자도 못 보는 책이라고 혼자 좋아하고 있다. 중고나라에서 제법 비싼 값을 치러 얻은 책이라 라면 받침대 같은 건 꿈도 못 꾼다고.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아우라가 다른 것처럼 물건도 저마다의 분위기가 있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구민지 사원은 감성 영상을 찾아보다 감성의 8할을 맡고 있는 소품을 기가 막히게 찾아냈고, 그 소품은 구 사원의 마음을 훔쳐버리고 말았다. 이 폴인럽에 혼신을 다해 구매처를 찾아냈고, 질러버리는 비극을 저지르고 마는데! 두둥. 


이게 왜 비극이냐면, 이 턴테이블에는 놀랍게도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지 않아 스피커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이 들어있거든. 그 덕에 계획에도 없는 스피커까지 구매해 플렉스 아닌 플렉스를 해버렸다고. 티모시 살라메가 출연한 영화 포스터와 말도 안 되게 어울리는 이 턴테이블은 오후 다섯 시쯤 느지막이 지는 햇빛에 눈을 감고 바람을 맞고 있으면 할부 3개월의 고통이 눈 녹듯 사라진단다. 언젠가는 생활공작소 영상에도 나올지 모르겠다. 그때 발견한다면 댓글로 조심스레 아는 척을 해보자.



생활공작소에는 집사들이 많다. 냥집사. 냥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 장 대리는 생활공작소로 직장을 옮겨 오면서 유기묘 모카의 환경도 개선했다. 고양이를 키워 본 적 없는 나는 캣타워가 비싸 봤자 얼마나 비싸겠어! 싶어 가격을 물었는데 깜짝 놀랐다. “으아닛, 이 기둥이 하나에 얼마요?”, “엥? 이 발판이 그 정도라고요?” 하는 질문을 서너 번은 더했다. 고양이 놀이터가 웬만한 목재 가구 값을 하더라고. 장 대리는 모카가 좋아하니 됐다며 약간 씁쓸해 보이는 웃음을 지었지만 부모님들이 우릴 보며 보기만 해도 배불러~ 하는 게 다 이런 마음인가 싶기도 하고.




집 꾸미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니 거의 집착(!)하고 있는 박현대 사원은 벌어오는 급여를 꼬박꼬박 인테리어에 쏟아붓는다. 입사 이래 플렉스 한 물건이 한두 가지는 아니지만 그중에 제일은 매일 밤을 책임지는 침구세트란다. 그가 사랑하는 브랜드는 합리적인 가격에 예쁘기까지 한 생활공작소! 가 아니고 이케아인데, 하나 둘 사면서 몇십만 원 쓰는 건 이제 일도 아니라고. 예쁜 인테리어에 더 예쁜 패브릭은 인테리어에 화룡정점을 찍는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어 마음에 드는 침구를 일시불로 질렀다더라. 보기만 해도 가서 누워버리고 싶은 저 침대와 안락의자는 현대 사원의 원픽이라고. 



이런 반지를 본 적이 있다. 영화 클레오파트라에 나오는 클레오파트라가 길쭉한 손을 자랑하며 장착하고 나온 것 같은 비주얼의 반지니까. 아마 그 영화에서 본 게 아닐까? 묙사원이라 불리는 이미옥 사원은 명품을 플렉스 했다.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G 브랜드! 모찌 아니고 9-찌! 이름만 들어도 한 값어치 할 것 같은 이 브랜드의 반지를 하나도 아니고 무려 3개나 구매했다고. 세상에. 반지 하나당 가격이 장 대리의 캣타워 하나 값이 훌쩍 넘는다. 그러니까… 캣타워를 무려 3개나 가진 묙사원. 사실 이 반지는 사회생활을 하며 첫 적금 만료라는 선물에 어깨춤을 추며 플렉스를 결정했다. 큰돈을 일시불로 결제하는 게 무서워 할부를 했는데, 하면서 깨달았단다. 일시불은 한순간 두렵지만 할부는 매달 두렵다는 사실을.




생활공작소의 킹 오브 파이터의 일인자! 경영지원팀 김동영 과장은 게임 앞에서 이세돌 9단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그의 게임기 사랑은 단칸방에 살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학교를 끝마치고 집에서 한 시간가량을 게임을 즐겼는데, 그걸 본 어머니가 가위로 게임 선을 잘라버리고 말았다고. 어릴 적 트라우마(!) 모으기 시작했다는 게임기와 게임 시디는 이제 신혼집 한 구석을 채울 정도로 많아졌다고. 아직도 게임기를 모으냐는 질문에 이제 직접 모으지는 않고 아내가 사준다는 모호한 말을 남겼다. 올해 출시될 두 개의 게임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활공작소에는 전설이 있다. 바로 최정은 대리. 예전에 장난 삼아 “생활공작소에서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 다 일어서!”라고 했을 때, 앉아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그 전설의 최정은 대리. 그녀는 생활공작소에서 근무하며 2년쯤 됐을 때, 본인 생일 기념으로 차를 샀다더라. 본인의 생일 자축을 위해 샀겠지만 왜, 회사를 오래 다니려 거든 할부를 끊어라! 하는 이런 말도 있으니까. 아, 물론 최정은 대리 이야기는 아니고. 여하튼 아득하리만큼 긴긴 할부를 했지만 그것보다 슬픈 일은 차를 직접 끄는 게 부담돼서 안 끌고 다녔더니 바퀴에 녹이 슬었다고…. 



회사 다니며 월급 받는 직장인들의 낙이란 뻔하지. 생활공작소 요정들도 마찬가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한 지난날, 웃으며 훨훨 날릴 수 있는 방법이야 물론 많지만 가장 쉽게 떨칠 수 있는 방법은 소비 요정이 되는 것 아닐까. 원래 월급이란 게 아무리 많아도 작고 소중하다는데, 작고 소중한 우리네 월급이 더 이상 작지 않고 소중해지는 날을 기다리며 생활공작소 소비 요정들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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