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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공작소 Aug 07. 2020

한여름 밤의 알콜러, 직장인들의 인생 술은 무엇?

열심히 일하는 만큼 술도 사랑하는 한여름 밤의 애주가 이야기.

그러니까 고백하자면 술을 좋아한다. 술은 무한할 만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생각난다고. 글이 술술 써지지 않을 때, 골치 아픈 일에 별다른 술책이 없을 때, 2% 부족한 처세술에 속이 상할 때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술이니까! 사실, 술이 술책을 만들어 주기도 하잖나. 차라리 독심'술', 처세'술' 같은 걸 팔았더라면 조금 덜 마셨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지만 글쎄. 


그런데 이만큼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활공작소에는 한 두 명이 아니다. 생활공작소에서 알아주는 주당들이랄까. 그들이 말하는 인생 술! 한국인이 애정해 마지않는 소주, 맥주, 쏘맥부터 전통주에 먼 나라 이웃나라 칵테일까지! 열심히 일하는 만큼 술도 사랑하는 술 인생 N연차들의 인생 술 이야기되시겠다. 그들의 알코올 사랑을 함께 들여다보자.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치지만 적당한 음주는 삶에 활력을 더해줍니다.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청량감 가득한 살얼음 맥주

인생 술을 논하는데 소주와 맥주가 빠지면 섭섭하지. 마케팅 팀의 이선민 차장은 인생 술로 차가운 얼음잔에 살 얼음이 동동 뜬 생맥주를 꼽았다. 아마 이 시원한 맥주를 인생 술로 꼽는 이는 대한민국에 이선민 차장만은 아닐 테지. 특히 찌릿! 하게 넘어가는 청량감과 취하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맥주의 매력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루를 마무리하는 맥주 한 캔은 내 인생의 낙!이라고 밝힌 그녀. "최근에는 맥주 종류가 워낙 다양해지고, 한국 어딜 가도 세계 맥주를 마실 수 있어 더 좋아요. 특히 스페인에 갔을 때 마신 '클라라'는 생각만 해도 다시 마시고 싶어요." 그녀는 그중에서도 스페인에서 마신 레몬 맥주'클라라'를 잊지 못했다. 클라라는 가게마다 레시피가 조금씩 다른데 가장 간편하게 만들어 먹는 방법은 레몬맛 탄산음료에 맥주를 섞어 마시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웹 서핑만큼이나 쉽게 세계맥주 맛볼 수 있지만 여전히 그곳에 클라라가 생각나는 건 그 맛 때문만은 아닐 테지. 이선민 차장은 인생 술 이야기를 하는 내내 술이 당긴다던데 누가 그러더라... 차장님은 늘 취해있는 것 같다고. 왜인지는 알다가도 모르겠으나, 그녀의 밝은 성격 때문이 아닐까.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 그대

한 잔으로 털어내는 인생, 소주


소주가 인생 술이 되려면 얼마나 인생의 쓴 맛을 봐야 할지, 헤아릴 수 없는 인생의 쓴 맛을 감히 헤아리려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쓴 맛을 알고 있는 생공인이 있더라. 바로 *SCM팀의 원종언 주임! 그는 인생의 쓴맛을 한 잔에 털어낼 수 있는 술로 소주를 추천했는데 그의 인생이 얼마나 쓴 걸까... 


특히 그가 사랑하는 소주는 대나무 숯으로 4번 더 걸러 깨끗한 술로 바로 리얼 이슬, 참이슬 되시겠다. 정말 진지하게 주량을 물어봤는데, 2병이라고 귀여운 거짓말을 하더라. 내가 본 것만 해도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마시던데... 여하튼, 이 술의 매력이 뭐냐 물었다. "뒷맛이 깔끔하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려요. 가격도 저렴한 편에 꽤 잘 취할 수 있는 술이라 가성비가 좋죠." 함께 하기 좋은 음식으로는 탕수육과 전, 찌개, 간고등어구이를 추천했는데 최고의 안주는 김광석 노래라고. 김광석 님의 노래와 함께라면 얼마나 마실 수 있는지 모를 정도라고 하니 역시 그의 인생은 얼마나 쓴 건지.


*SCM(Supply Chain Managememt) :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제품이 완성된 후, 고객의 손까지 전달되는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부서



불금, 불토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쏘맥은 사랑을 타고, 애증의 쏘맥


생활공작소의 주정뱅ㅇ…아니, 주당! 영업팀의 김미란 대리는 인생 술로 남편이 타 준 쏘맥을 꼽았다. “첫 잔은 원샷이잖아요. 남편의 한 입 소맥 비율이 기가 막혀요.”라고 밝힌 그녀 남편의 쏘맥은 그녀의 아버지도 홀딱 반하게 한 맛이란다. 한입에 털어놓기 딱 좋은 양에 그녀와 남편만 알고 있는 황금비율로 제조하면 시원하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고. 특히 퇴근 후 마시는 한 입 소맥은 마셔도 마셔도 늘 새롭고 짜릿하다나. 


가장 좋은 궁합의 안주로는 매운 국물 닭발을 추천했다. 국물 닭발에 주먹밥 조합 한 입이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고. 불금, 불토엔 신나게 마신다던데, 같이 술잔을 기울여본 사람으로서 좀 덜 신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더라. 술을 이렇게 좋아해도 그녀는 술을 애증이라 말한다. "술 때문에 살도 찌고, 피부도 안 좋아지고, 다음날 숙취로 힘들어할 때면 쳐다보기도 싫어요(웃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두배로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미워하려야 할 수가 없네요." 그래, 사람은 미워해도 술은 미워하지 말라고. 적당히 마시면 건강도, 미용도, 다음날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시간도 얻을 수 있는 게 술이니까.




술이란 자고로 섞어야...

넌, 감동이었어 한라토닉

사진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것은 기분 탓이다.

그럴 때가 있다. 분명 기대 없이 보내는 시간 속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어떤 순간. 박규리 사원에게 한라토닉은 그런 존재라고. 이 술을 만난 그날도 그랬다. 친구와 함께 들어간 주점에서 친구가 맛이나 보라며 만들어준 이 술이 박규리 사원의 인생 술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이후로 토닉워터와 레몬즙은 박스로 사서 구비해놓는다고. 


제주산 쌀을 원료로 증류원액과 화산 암반수로 한라산 소주와 토닉워터를 1:1 비율로 섞어 레몬 한 조각… 아니, 즙이 잔뜩 품은 레몬을 쭉-짜 넣으면 이것은 술인가, 음료인가 싶은 맛이 난다. 이 녀석은 자체로 맛있어서 단독으로 먹어도 훌륭하다. 적어도 일주일에 두어 번은 한라토닉을 즐긴다는 그녀. 그 어떤 날의 술 한 잔이 그녀의 혀를 사로잡을 줄 누가 알았겠나. 



원래 섞어 먹으면 맛있어요

직장인의 수액 테백과 진토닉

진토닉 사진을 요청했더니 진로 공병을 주는 그녀의...... 중독지수.

토닉이야기가 나온 김에 토닉으로 이어보자. 평소 반주를 즐긴다는 김소영 과장은 직장인의 수액, 없으면 못 살아! 하는 마음으로 진로이즈백과 토닉워터를 쉐이킹 쉐이킹 한 진토닉과 테라와 진로이즈백을 쉐이킹 쉐이킹 한 테백을 꼽았다.


테백(테라 + 진로이즈백)은 청정 라거와 뉴트로 소주의 완벽한 궁합이라며, 여름밤 시원하고도 소프트한 목 넘김은 직장인의 수액과 같다더라. 거기에 매콤한 순대볶음이면 소맥의 매력을 배가시켜 준다나. 또 그녀가 추천한 진토닉(진로이즈백 + 토닉워터)! 이 술은 앞서 박규리 사원도 말했다. 한라산을 구하지 못한 날은 진로이즈백을 섞어 마셔도 훌륭하다고. 김소영 과장이 말하길 이 술은 월급이 들어오기 직전에 먹기 좋은 가성비 주종이라며 진짜 진을 넣어마시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마일드하게 먹기 좋은 술로 추천했다. 삼겹살에 소주도 좋지만 진토닉도 깨나 어울린다고. 못해도 일주일 주 7회. 성실한 직장인답게 수액 수혈도 부지런하다.



술맛의 깊이는 전통에서 나온다

1일 1병 가능, 우렁이쌀막걸리


생활공작소에서 일러스트를 담당하는 디자이너, 서준 디자이너에게 인생 술을 물었더니 “저 하루만 시간 더 주면 안 돼요? 진심으로 대하고 싶어요.”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루를 꼬박 기다려 준비된 답변을 내놓으라 했더니 "출근하면서도 고민했어요."라는 말과 함께 심사숙고한 술을 알려주더라. 바로 우렁이 쌀 막걸리. “무려 우렁이 농법으로 만든 무농약 수제 막걸리고요. 숙취를 유발하는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아 숙취도 없어요!”라고, 정말, 정말로 위키백과를 옮겨 온 것처럼 말하더라. 


서울에서 구하기 어려운 술이라며 자랑에 자랑을 하던데, 나도 마셨다. 정말 우연히! 갑자기 떨어진 빗방울에 쫓기듯 들어간 전집에 거짓말처럼 이 막걸리가 있더라. 인조적인 맛도 덜하고 무엇보다 뒷맛이 아주 깔끔했다. 서준 디자이너는 두부김치 또는 육회와 함께 먹는 것을 추천했다. 나처럼 운이 좋으면 우연히 찾아 들어간 전집에서 마실 수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보급된 술은 아니기에 운 때가 찾아들길 기다리기 힘들다면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다. 막걸리를 좋아한다면 좋아할 맛일 테고, 특유의 단맛이 싫다면 좋아하게 될 막걸리 되시겠다. 



백제 1,500년을 그대로 담은 술

정신 차려! 앉은뱅이 술 소곡주


디자인 팀 최승오 과장이 인생 술로 꼽은 한산 소곡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뭐랄까, 연륜이 느껴진다. 술 이름 때문일까, 아니면... 흠흠. 맥주는 맛있는데 금방 배부르고, 소주는 금방 취하고... 그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술이라고! 사실 소곡주는 약주 중 하나인데, 찹쌀과 누룩을 주원료로 들국화. 메주콩, 생강, 홍고추 등 조화 속에 100일간 숙성하여 빚어지는 전통주라고. 그 과정과 들어가는 재료만 보아도 건강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또 맛은 매력적인지 특유의 감칠맛이 강해 술맛에 취하면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모른다 해서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불린단다. 


그는 술을 아직 즐기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술을 추천했다. "적당히 단맛이 나서 술을 못 마시는 사람과 함께 즐기기 좋고 인공적인 알코올의 느낌이 아니라 다음날 숙취도 덜해요." 궁합이 좋은 안주로는 전이나 보쌈 같은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기름진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지 당장 생각나는 것은 참치회란다. 느끼하고 고소한 참치와 달짝지근하고 깔끔한 소곡주는 안 어울릴 수가 없다고. 그러나 보통의 참치집에서 볼 수 없는 술이라니 참고하도록 하자. 그리고 인생 술이 뭔지 답변하면 제공이 되냐 묻던데, 어... 그게... 나는 제공할 수가 없고, 브랜드 마케팅 사업부장님 보고 계세요? 그렇답니다!




사장님, 한 잔으로 취하기 좋은 술이요!

반전 매력 블랙 러시안

블랙러시안 사진 대신 처음 먹었던 칵테일바 사진만 받았다...


직장인에겐 두 종류의 생명수가 있다. 바로 커피와 술. 영업 2팀의 이원상 사원은 인생 술로 대학생 때 처음 마신 칵테일인 블랙 러시안을 꼽았다. 1차, 2차를 정신없이 지나고 마지막에 거하게 취해 보겠다는 객기로 사장님께 도수가 센 걸로 추천받은 술이라고. 블랙 러시안이라는 이름처럼 당연히 러시아를 대표하는 보드카와 달콤한 커피 리큐어가 함께 들어간다. 그러면 독하디 독한 보드카를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고. 30도가 조금 넘는 술로 끝 맛이 달달해 계속 들이켰다간 고주망태를 면치 못하니 주의, 또 주의하자.


"술도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하는데 블랙 러시안은 한 번에 먹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어요." 자꾸 생각나 집에서 만들어 봤는데 영 그 맛이 안 나더란다. 그래서 두세 달에 한 번씩은 꼭 찾아 마신다고. 도수가 꽤 있어 한 잔으로 취하기 좋다지만 그는 한 잔으로 취해본 적이 없는 게 함정. 혹시나 싶어 술과 이뤄낸 흑역사 썰 하나만 풀어달라 졸랐더니 “취한 정신에는 진상 안 부려요. 제정신에 부리면 부렸지.”라더라. 어쩐지... 여하튼, 술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게만 추천한다는 이원상의 인생 술, 블랙 러시안 되시겠다.



식전도, 식후도 좋아

안주는 없어도 돼요. 릴렛 블랑

영롱 그 자체의 식전주 릴렛블랑

술이라면 다 좋아한다는 박규리 사원처럼, 신중하게 생각하고 싶어 하루의 시간을 더 달라던 서준 디자이너처럼, 좋아하는 술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두 가지나 알려준 김소영 과장처럼 나도 무슨 술을 써야 하나 고민했다. 


이 술로 말하자면 월급날마다 이마트에서 꼬박꼬박 사는 술로, 유럽 여행길에 알게 된 술 되시겠다. 보통은 식전 주로 마시는 이 술은 저녁에 가볍게 한 잔하기에 너무 좋다. 이름하여 릴렛 블랑. 이름에서부터 벌써 말랑말랑 아름다운 이 술은 달콤한 맛과 입안을 가볍게 맴도는 시트러스 향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알코올 도수 17도쯤, 그러나 녀석이 가진 풍미로 술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토닉워터를 넣으면 음료처럼 즐길 수도 있고 얼음과 함께 언더락으로 즐겨도 좋다. 충분히 달짝지근한 술이라 딱히 음식과 같이 먹지 않아도 좋다. 오렌지와 함께 페어링 하면 이 세상 상큼한 맛이 아닌 정도?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홀짝홀짝, 단편집을 보며 홀짝홀짝 음미하기 딱 좋은 술 되시겠다.



이 콘텐츠를 쓰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자꾸 술이 당겼거든. 마시면 마실수록 삐죽삐죽 삐져나오는 술의 자태란... 왜, 술이란 게 조금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지 언정 잔을 기울이면 귀가 기울어지고, 그렇게 마음이 기울고... 그런 거니까! 모르긴 몰라도 잔을 기울이며 마음 문을 열리게 하는 건 술만 한 것도 없잖아?


아, 모르겠고 쓰고 있는 지금도 술이 당긴다. 그리고 오늘은 꼭 잔을 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혹시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끝장나게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이라면 내일이라면! 오늘은 꼭(집에서!) 잔을 들도록 하자. 아, 노파심에 말하자면 적당한 음주는 삶에 활력을 더해주지만 지나친 음주는 삶을 괴롭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 꼭 명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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