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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공작소 Aug 18. 2021

세상의 모든 매거진이 모인다면?

현대카드 스토리지 : The issue 매거진 전권 보유 컬렉션

내셔널지오그래픽, 플레이보이, 라이프, 롤링스톤, 도무스….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매거진. 이 매거진이 세상 매거진의 전부라 할 순 없지만 이 매거진을 빼고선 감히 매거진의 세상을 논할 수 있을까. 특히 매거진을 발행한 발행처에서도 전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롤링스톤 같은 매거진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전시회가 있다고 해서 달려갔다. 바로 현대카드에서 개최한 The issue 매거진 전권 보유 컬렉션 되시겠다. 


전시회 이름부터 전권 보유 컬렉션이라니. 게다가 무려 10년 간 수집해 왔다고. 매거진 총 11종, 8,991권을 내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길 수는 없지만 창간 스토리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확인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제법 알찬 내용으로 준비했으니 한 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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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저널리즘의 대명사
라이프 (1972-2007)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모티브이기도 한 매거진 <라이프>. 비록 영화에선 해고를 앞둔 한 남자의 인생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그려져 있지만, 실제 라이프가 폐간한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종이 잡지의 폐간은 정해진 수순이기에. 


지금은 발간되던 종이 잡지는 사라지고 웹사이트로만 남아 있지만 라이프는 창간 첫 해 150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 4천만 명의 독자를 거느린 명불허전 매거진이었다. 라이프가 태어난 시대만 해도 1900년대 초반만 해도 사진기와 사진 잘 찍는 사람이 드물었던 시절, 거기에 인쇄술 발전으로 사진의 전성기이자 포토 저널리즘의 황금기가 되기 충분한 시절이었다. 구구절절 긴 텍스트보다 한 장의 강렬한 사진으로 설득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여성운동, 흑인 인권, 우주개발, 질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독자층 만큼이나 넓고 다양한 이야기를 다뤄 많은 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 매거진 <라이프>는 커버 자체로 시각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물론 이 영광은 앞서 말한 영화처럼 2000년대로 접어들며 TV와 각종 영상, 디지털 콘텐츠로 인해 폐간으로 이어졌지만 당시 커버를 장식했던 중요하고 아찔한 메시지를 전해준 사진은 현재 전시회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여전히 그 안에 콘텐츠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기에, 순간의 포착의 가치와 매력에 빠진이 들은 여전하기에 폐간 1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여전히 빛나고 있다. 




남성을 위한 종합 매거진 

플레이보이 ( 1953-2020 )

창간호의 표지 모델을 장식한 마릴린 먼로와 플레이보이에 기고된 단편선 모음집


아, 이건 이 잡지를 단 한 번도 사보거나, 읽은 적 없는 문외한도 아는 핫한 매거진 되시겠다. 나비넥타이를 맨 토끼, 높은 하이힐을 신은 바니걸... 바로 매거진 <플레이보이>. 플레이보이 하면 선정적인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강렬한 성인 잡지라는 인식이 강한데, 그만큼이나 논란도, 오해도 많다.


창간호부터 마릴린 먼로를 표지 모델로 앞세워 시작부터 힙했던 <플레이보이>. 기존 세대의 관념적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었고 그렇게 플레이보이는 탄생했다. 여성을 상품화, 대상화한다는 비판도 받지만 미국의 가족주의, 순응주의에 저항하고 의무로서의 결혼에 대한 반감과 성적 자유를 꿈꾸는 자발적 태도, 성 해방을 이끌었다는 의견도 있다고. 하지만 논란은 끝없이 일었고, 논란 속에서 플레이보이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아마 <플레이보이>를 만든 이들 역시 성인잡지로만 인식되는 매거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을 테지. 이후 플레이보이는 유명한 지성인들과 나눈 인터뷰, 해방운동과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과학 같은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내세웠고, 당대 최고의 저널리스트와 작가들이 쓴 칼럼을 실었다. 내로라하는 문학가들의 소설을 기재했고, 당시 가장 첨예하고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어 지식인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한 몫했다. SF소설과 단편선은 물론,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티븐 같은 세계적 문호들이 신작을 발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높은 수준의 매거진으로 성장해 나갔다. 


이렇게 1,000권이 훌쩍 넘는 매거진을 발행해온 플레이보이 역시 작년을 끝으로 폐간했다. 플레이보이를 단순 성인 잡지로 인식해왔다면 들러봐도 괜찮을 것이다. 그 이상의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테니까 말이다. 





지구의 일기장

내셔널 지오그래픽 ( 1888~)

1,536권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한 사진을 처음으로 게재한 잡지로 유명세를 떨친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실 이 매거진이 유명세를 떨쳤다고 말할 만한 사진은 수도 없이 많다. 종교, 국가, 인종을 막론하고 사회적, 환경적, 문화적 측면에 대한 실질적 정보를 가장 많이 제공하는 매거진이니까.


지구의 일기장이라는 수식어도 그 때문이다. 원래는 세계 지리 지식을 보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간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탐험, 문화, 동물, 환경, 사회 현상을 심도 있게 전하는 매거진으로 발돋움했다. 전시에서는 초창기 빈티지 커버와 역사상 가장 많은 유명세를 펼친 커버를 확인할 수 있으며, 130여 년 동안 이어온 지구 곳곳에 대한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단, 저작권 문제로 촬영은 금지되어 있으니 이점은 유의하도록 하자.



대중음악 매거진의 정점

롤링 스톤 (1967~)


롤링스톤 섹션에 마련되어 있는 <롤링 스톤> 선정  청음 존


음악과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저널리즘을 구축한 <롤링 스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이 아시아 그룹 최초로 미국판 커버를 장식해 더욱 이슈가 됐다. 하지만 롤링스톤이 유독 화자 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롤링 스톤을 발행한 미국 본사에서도 전권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1960년대 대학생이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전단지가 유서 깊은 대중음악 매거진으로 자리 잡았다. 음악뿐 아니라 정치, 사회 등 사회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콘텐츠로 단단한 독자층을 유지하고 있는 롤링 스톤. 종이 잡지가 사라지고 있는 현재까지도 그 위상을 지키고 있다. 물론 직접 만질 수도 없고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같이 저작권 문제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니 유의하도록 하자.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롤링 스톤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냐 묻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럴 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신 전시회 중앙에 마련되어 있는 청음 존에서 <롤링 스톤> 선정 명반을 들을 수 있다. 매 요일마다 선정되는 곡이 다르니 미리 알아보고 간다면 찍지도, 만지지도 못하는 <롤링 스톤> 섹션을 더욱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건축과 디자인의 발전을-

도무스(1928-2021)


곧 창간 100주년을 앞둔 도무스가 이 전시에 빠질 수 없다. 국제적인 건축 디자인 담론을 선도하는 월간지인데 1900년대 초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지오 폰디가 창간했다. 이탈리아어로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도무스>는 이탈리아 예술을 중심으로 일상의 크고 작은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심도 있는 정보를 엿볼 수 있다. 


다른 매거진과 달리 조금 특별했던 것은 <도무스>는 세계적인 건축가를 편집장으로 선임하는 특별한 편집 전략을 쓰고 있는데 전시 한편에 <도무스>를 편집한 편집장 별로 섹션이 구분되어 있다. 한 번 선정된 편집장의 임기는 총 10년이라고. 그 덕에 시기별로 건축과 디자인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한 기조가 어떻게 변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확인할 수 있다. 앤디 워홀 백남준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구경하는 것도 이 전시의 관람 포인트라 볼 수 있겠다. 이처럼 <도무스>는 예술과 디자인 등 다방면에 걸친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매거진의 질적 확장을 이끌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전시회가 보다 특별한 이유는 이름부터 매거진 전권 보유 컬렉션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경우 과월호는 폐기 처분하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잡지의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창간호부터 구독하거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꾸준히 찾아내는 일 밖에 없다. 그러니 보통 덕질의 마음이라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의도야 어떠한 들 누군가의 수고로 살펴볼 수 있었던 더 이슈 : 매거진 전권 보유 컬렉션. 시대에 따라 의미와 가치를 확장해온 종이 매거진, 20세기부터 현재까지 사회 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 tip
- 현대카드 이용자라면 DIVE앱을 통해 사전 예약 후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 현재 세종 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라이프 사진전을 다녀왔다면 현대 스토리지 방문 시 스텝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이후 스텝을 안내받도록 하자. 특별히 준비된 도록을 받을 수 있다.(선착순)
- 매거진을 통해 세계 주요 이슈와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연표 스테이지가 따로 있다. 연표만 꼼꼼히 살펴보아도 어떤 콘텐츠를 놓치지 않고 보아야 하는지 감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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