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제임스 도티

정체성과 마음의 방향에 대하여

by 있는그대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한 소년이 동네의 작은 마술가게에서 루스 할머니를 만나 ‘삶을 바꾸는 마술’을 배우고, 신경의학자이자 기업가, 자선사업가로 삶의 방향을 바꾸어 가는 여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실화라는 사실은 이 이야기를 더 깊이 마음에 닿게 한다.


이 책은 흔히 말하는 ‘끌어당김’의 서사와 닮아 있다. 네빌 고다드나 조셉 머피의 가르침처럼,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그러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가 더 깊이 닿는 이유는, 그 힘을 자신의 성공에만 쓰지 않고 타인과 세상을 향해 열어야 한다는 영적 성숙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다. 도티는 ‘뇌의 힘’과 ‘심장의 힘’이 결합될 때 비로소 삶이 변한다고 말한다.


루스는 도티에게 매일 반복할 문장을 건넨다.“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좋은 것을 선택한다. 나는 희생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행동한다.”이 문장들은 단순한 자기암시가 아니라, 자신을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선언이었다. 루스는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은 생각이며, 스스로 창조하지 않으면 타인의 생각이 우리의 삶을 대신 만들어버린다고 말한다. 결국 삶은 ‘저절로’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임을 가르친다.


이 책에서 가장 깊이 남은 장면은 p269, 도티가 모든 것을 잃은 상태에서도 기부 신탁을 번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순간이다. 변호사는 법적으로 취소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도티는 예정대로 모든 것을 기부하겠다고 답한다. 이 선택은 상실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였다. 그는 이미 ‘얼마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를 선택한 상태였다. 부와 지위는 무너졌지만,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에서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만은 내려놓지 않았다.


그의 선택에는 통제 욕망을 내려놓은 마음이 담겨 있다. 결과를 붙잡으려 하지 않고, 의도를 지키는 쪽을 택한 것이다. 가장 가난해졌을 때 가장 큰 나눔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내면에 이미 결핍이 아닌 풍요의 회로가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마술은 완성된다. 마술이란 원하는 것을 얻는 기술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능력임을 그는 스스로 증명했다.이 선택은 “잃지 않기 위해 한 결정”이 아니라, 이미 자유로워졌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루스의 말 중 오래 남는 문장이 있다.“네가 원한다고 생각한 것이 언제나 너와 다른 사람들에게 최선의 것은 아니다. 이 마술을 쓰기 전에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해.” (p125)마음을 연 상태란, 통제하려 하지 않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며, 나와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불안과 결핍에서 비롯된 소망은 종종 증명 욕구와 비교, 조급함, 상실의 공포에서 나온다. 우리가 ‘원한다’고 말하는 것 중 많은 것은 사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욕구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소망할 때, 그것이 두려움에서 시작된 것인지 사랑에서 시작된 것인지 한 번 더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자아가 원하는 것은 단기적인 안도이지만, 삶이 우리를 이끄는 방향은 장기적인 자유다. 루스의 가르침은 ‘원하는 것을 얻는 법’이 아니라, ‘원함을 점검하는 법’에 가깝다.

책 후반부에서 도티는 빛의 따스함과 함께 세상과 하나 되는 일체감을 경험한다. “세상의 모든 것, 그리고 모든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 (p241) 이 장면은 아나타 무르자니의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를 떠올리게 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두려움에서 신뢰와 사랑으로 이동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다는 감각을 얻는다. 어쩌면 삶이란 사랑을 증명하는 과정이 아닐까.


도티는 ‘가난한 아이’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 머리와 마음이 진정 원하는 방향으로 주의와 의도를 다시 맞추라고 말한다. 그는 고백한다. “나는 내 가난을 통해 정체성을 만들었다. 그 정체성을 안고 가는 한, 아무리 많은 부를 쌓아도 나는 언제나 가난 속에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과거의 결핍과 상처를 통해 정체성을 만들어 살아간다. 그러나 그런 정체성은 삶의 조건이 바뀌어도 내면을 묶어 둔다. 정체성을 내려놓는 일은 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 우주를 확장하는 일이다. 환경은 변했는데 마음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이제 내가 내려놓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책을 덮으며 나는 나에게 루스 같은 존재는 누구였을까 떠올려 보았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선생님,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 국어 선생님,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 직장 상사, 그리고 크고 작게 따뜻한 사랑을 남기며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이동시켜 준 사람들.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법륜스님 역시 내 삶의 방향을 크게 바꿔 놓은 존재였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 마음에 남은 단어는 정체성, 의도, 그리고 신경가소성이었다.삶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어떤 마음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새로이 빚어진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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