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ce exceptional kid
그곳엔 없지만 여긴 있다.
나의 첫 아이가 한국에서 진단을 받았다면 없지만 미국에서 진단을 받았기에 있는 게 있다.
바로 자폐 autism이다.
자폐가 있으면 있는 거지 한국에서는 자폐가 아닌데 미국에서는 자폐인 게 뭘까 싶을 것이다.
그 이유는 한국의 자폐 범위가 좁은 반면 미국에서의 자폐는 좀 더 넓게 적용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하면 한국에서는 학교 공부 잘하고 사람들을 좋아하고 교류를 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자폐가 아닌 게 된다.
똑똑한데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
나의 아이는 한국에서는 똑똑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로 본다.
수줍어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못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내 아이는 인사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래서 누군가가 “안녕!”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면 아무 말도 안 하거나 조금 아는 경우는 “오케이”정도로 답할 뿐이다.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관심이 있는 경우는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다가오고 싶어 하는 또래의 NT아이들은 상처를 받고는 한다.
감사하다는 표현이나 미안하다는 표현도 잘 안 한다. 고맙다란 말을 잘 안 해서 굉장히 건방져 보인다. 하지만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정확해서 옳지 않은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경우는 심하게 반응한다.
무언가 관심 있는 게 생기면 굉장히 깊게 파고드는 힘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 그 때문에 집착하기도 한다.
질문을 하지만 대답이 본인이 원하는 대답이 아닌 경우 대답에 관심이 없다.
어찌 보면 눈치가 없어 보이고 예의도 없어 보이고 정도 없어 보인다.
특히 나의 아이는 미국에서 두 학년을 건너뛴 상태이다. 아이의 학업적인 부분은 문제가 없는 사회성이 걱정되어서 더 이상 스킵하는 것을 우리 부부가 막았다.
학업으로 우등생인 경우라 아이의 행동에 “쟤는 일부러 저래?” “알만한 아이가 왜 저래?” 등 아이의 학업능력으로 아이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2e
내 아이는 미국에 0.5% 존재한다는 twice exceptional (두 번 예외) 아이이다. 짧게 2e라고 부른다.
보통 혹은 일반적이다 말을 안 좋아하지만 twice exceptional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 같으니 사용하도록 하겠다.
두 번 예외란?
영재이지만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자폐스펙트럼, 불안증 혹은 난독증 등 학습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있는 경우이다. 영재로 이미 일반 아동들과 한 번 다르고 또 다른 것을 통해 두 번 다른 아이이다.
미국에서는 2e 아이에게 영재교육과 특수교육이 동시에 이뤄진다.
나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고 20대 초반까지는 한국에서 생활한 사람이라 내 아이가 NT아이들과는 다르게 괴짜스러운 면이 있다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아이를 아는 사람들에게 썅 마이웨이 하면 우리 큰 아이라고 말하곤 했다.
게다가 아이에게는 친한 친구들도 있었기에 자폐스펙트럼 안에 아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지난 3월 말 수업 중 일어난 작은 일을 두 달간 말하고 또 말하며 집착하는 모습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소아청소년 정신과를 찾기 시작했고 운이 좋게 정말 좋은 분을 만나게 되었다.
아이가 진단 과정 중 아이랑 친한 친구들은 역시 자폐스펙트럼에 속하는 아이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로 생각하는 게 비슷하니 친구가 될 수 있었구나 싶었다.
이제는 조금 알겠다
나의 첫 아이는 쉽지 않았다. 선순환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데도 힘들었다. 그래서 아이가 아니라 내가 문제인가 싶어서 나를 키웠다. 그리고 난 후도 힘든 점이 있었다.
뭐가 문제일까? 어찌 도와줘야 할까? 내가 범재라 천재를 이해 못 하는 게 당연한가? 싶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되었다.
아이의 뇌는 나와는 다르게 작동하는구나.
그리고 나니 그동안 아이의 행동들이 더 잘 이해되기 시작했다.
문제아에서 벗어나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학업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듯이 아이는 사회성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일 뿐입니다. 이제 학교와 교육청에 더 다양한 것을 요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이는 유치부부터 디텐션 룸(미국 학교에서 수업 중에 문제를 일으키면 선생님이 보내는 교실)의 단골손님이었다.
똑똑한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는 더 이상 문제아가 아니다. 아이를 디텐션 룸으로 보내는 것으로 아이에게 네가 문제라고 낙인찍고 해 주던 거 없는 학교는 아이를 그렇게 다룰 수 없게 되었다.
남편 육촌이 미국에서 상담사를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폐스펙트럼에 속해. 하지만 모르고 지나치고 살다가 훗날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아.
난 대부분 박사를 한 사람들도 자폐스펙트럼 안에 속할 거라고 봐. 한 분야의 연구에 몰두하고 한다는 것이 끈기 같아 보이지만 한편으로 집착이기도 하거든.
언젠가 이 세상이 신경 다양성도 존중하는 세상이 되길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아이를 통해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큰 아이는 늘 나를 더 자라게 한다.
얼마나 날 더 자라게 해줄지,
난 아이에 대한 것들을 배울 준비가 되었다.
생각을 나누기로 결심한 이유
숨길 이유가 없다. 내 아이는 늘 나에게 특별했고 이젠 공식적으로 특별함을 인정받았다. 아이에게는 남들이 그냥 무심하게 지나가는 것을 자세히 바라보고 들을 수 있는 슈퍼파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NT들 중에는 공부에 도움을 받는 아이들이 많은데 내 아이는 공부 대신 사회성에 도움이 필요할 뿐이다.
나의 아이는 괴짜도 문제아도 특이한 아이도 아닌 그냥 아이 그대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