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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ug 08. 2024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

영화 개봉을 앞두고



2017년에 나는 두 번째 휴직을 했었다. 그때 내 심정이 꼭 장강명 작가의 책 <한국이 싫어서>와 심정이 비슷했다. 그리고 난 우연히 홍대 앞 독립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바로 구매를 해버렸다. 나에게 많은 위로와 깨달음을 안겨준 소설이다.

한국이 싫은 사람은 한국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음일 것이다. 한국에서 최정상에 위치한 사람은 이런 책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했다. 반대로 나는 장강명 작가 같은 분이 좋았다. 나몰라라 하고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 살아갈 수도 있을 텐데 사회에서 힘든 사람들이나 불합리한 부분을 조명하면서 사람들에게 따스한 공감과 연대, 희망의 길을 제시하는 점이 진정한 지식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앞으로 이런 분들을 닮아가고 싶다. 그리고 영화 개봉하면 바로 달려가야지. 정말 기대된다.



아래는 2017년에 블로그에 올렸던 리뷰




홍대 독립서점, 땡스북스에서 발견한 책. 그전에 우연히 웹서핑하다 보고서는 언젠가 한번 읽어보고 싶다고 찜해두었던 책이다. 우리나라 현세대의 아픔과 고민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책.(더불어 호주 유학 및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정보도 살짝 엿볼 수 있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 제목.

왜 한국이 싫을까?

한국을 살아가는 현시대의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명제이다.


여기 나온 여주인공 계나의 자산성 행복과 현금 흐름성 행복이란 말에 심히 공감한다. 한번 성취한 무언가에 이자를 받는 저축액처럼 지속적으로 오래도록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일매일이 행복해야 행복할 수 있는 현금 흐름성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말.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 둘이 모두 있어야 행복하다는 그 말.

나는 계나처럼 지금 당장 한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타국은 고국의 이방인만큼이나 힘든 삶을 견뎌내야 할 것임을 알기에.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외국의 여건이 더 좋아서 떠나는 사람도 부지기수지만.)

이런 소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우리나라도 청년들, 더 나아가 온 국민이 살기 좋은, 행복한 나라로 변모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된 호주의 복지제도가 참으로 부럽더라는. 아래 ↓↓↓)






p.82

"서양 사람들은 자식의 이성 친구들에게 최근에 본 영화가 뭔지, 음악은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혹시 재즈는 좋아하는지를 물을 거야. '누구를 좋아한다고? 나도 되게 좋아하는데, 공연 가 봤어?' 그럴 거야."


p.115

"저 여자는 너를 부당하게 대했다고. 그런 때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이건 텍사스식이 아니야. 글로벌 스탠더드야."


p.121

근본적인 해결책은 힘이 들고, 실행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니까. 회사 상사에게 "이건 잘못됐다."라고, 시어머니에게 "그건 싫다."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가 무서운 거야. 걔들한테는 지금의 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이 너무나 소중해.


p.125

높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낙하산 하나가 안 펴지면 예비 낙하산을 펴면 되지만,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한테는 그럴 시간도 없어. 낙하산 하나가 안 펴지면 그걸로 끝이야. 그러니까 낮은 데서 사는 사람은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조심해야 해. 낮은 데서 추락하는 게 더 위험해.


p.142

호주 국민이 되면 놀고 있어도 실업 연금 따박따박 나오고 큰 병 걸리면 병원비 다 지원되거든. 집 처음 살 때는 2만 달러쯤 돈이 나오고, 대학생 자녀 학비도 몇만 달러가 지원되고, 하여튼 좋아. 호주 영주권 가치가 한국 돈으로 10억 원쯤 된대.


p.151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내가 뭘 하겠다고 나서건 그게 성공할지 성공 안 할지는 몰라. 지금 내가 의대 가서 성형외과 의사 되면, 로스쿨 가서 변호사 되면, 본전 뽑을 수 있을까? 아닐걸? 10년 뒤, 20년 뒤에 어떤 직업이 뜰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 전망 얘기하는 건 무의미한 거고, 내가 뭘 하고 싶으냐가 정말 중요한 거지. 돈이 안 벌려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좀 덜 억울할 거 아냐.


p.156

추위를 싫어한 펭귄

"다시는 춥지 않을 거예요."


p.171

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느님이 보우하는 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 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들은 젊고 자유로우니까요."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라고, "끝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라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 돼.


p.182

"한국에서는 아직 목소리 큰 게 통해. 돈 없고 빽 없는 애들은 악이라도 써야 되는 거야."라고 하더라. 하, 정말 그런 거야? 돈 있고 빽 있고 막 떼쓰고 그러면 안 되는 것도 되고 막 그러는 거야, 여기서는?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악다구니도 못 쓰는 사람은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돼?


p.186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집 사느라 빚 잔뜩 지고 현금이 없어서 절절매는 거랑 똑같지 뭐.


한국에서는 수도권 대학 나온 애들은 지방대 나온 애들 대접 안 해 주고, 인서울대학 나온 애들은 수도권 대학 취급 안 해 주고, SKY 나온 애들은 인서울을, 서울대 나온 애들은 연고대를 무시하잖아. 그러니까 지방대 나온 애들, 수도권 나온 애들, 인서울 나온 애들, 연고대 나온 애들이 다 재수를 하든지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아마 서울대 안에서는 법대가 농대 무시하고 과학고 출신이 일반고 출신 무시하고 그러겠지.







작품 해설의 말미가 퍽 인상적이다.


"톰슨가젤들이랑 사자랑 맞짱 뜨자는 게 아니야. 톰슨가젤들이랑 사자랑 연대해서 우리를 부숴버리자는 거지"



난, 톰슨가젤.

과연, 날 억압하고 포박하는 사자들과 연대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



https://youtu.be/TE_oG8FLUqQ?si=YSBl2zNSFy-Uzs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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