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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ug 15. 2024

책만 펼쳐도 잠이 온다고요?

책과 관련된 트라우마 극복하기

    

지금은 책을 정말 많이 읽는 저이지만, 저에게도 책과 관련된 숨은 트라우마가 많이 있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하긴 했지만,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림책이나 학습만화책을 좋아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일화가 있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 생일을 기념해서 엄마와 함께 서점에 갔어요. 그런데 엄마는 계속 저에게 줄글로 된 책을 권하셨죠. 조금 더 어려운 책을 읽어보라며 제가 고른 책을 손에서 놓도록 권유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끝가지 고집을 부리며 제가 읽고 싶은 책을 골랐죠. 그 책이 뭐냐면요. 바로 디즈니 영화를 그림책으로 만든 책이랍니다. 최근에 계속해서 실사화된 영화의 원작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이런 책이요. 저는 그 책들이 너무 좋아서 그림과 함께 손때가 묻도록 감상했어요. 디즈니의 스타일을 살려 왕자와 공주가 행복한 결말을 맺는 게 좋았어요. 그림체도 정말 이쁘고요. 되돌아보면 그때 엄마의 강권대로 책을 골랐으면 저는 금방 싫증내고 책이 싫어졌을지도 몰라요. 엄마 눈에 비치기에는 유치해 보이고 쉬워 보이는 책이지만 제가 읽고 싶었던 책을 골라서 제가 행복한 독서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저는 학습만화를 즐겨 읽곤 했어요. 정확한 제목은 기억 안 나지만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과학만화 시리즈를 무척 좋아해서 5권을 다 샀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그 책을 소장하는 것 자체만으로 정말 행복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이원복 작가의 <먼 나라 이웃 나라> 책을 세트로 사주셔서 정말 기뻤고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학습만화를 읽는 것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저도 수능 언어영역에서 2점짜리 문제 하나밖에 틀리지 않았거든요. 좋아하는 책에서 점차 독서 분야를 확장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중고 학생들에게는 어린이·청소년권장도서라든지 추천 책 리스트가 제공되고는 하는데 그것만큼 책을 질리게 하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건, 자신의 관심사부터 시작해서 점차 독서 세계를 넓혀가는 거니깐요.


이런 저에게 또 다른 트라우마라고 해야 할지 부끄러운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안네의 일기>를 읽은 경험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들어만 봤지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었거든요. 1학년 때 독서 동아리를 지원하기도 했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창피해서 친구들 몰래 서둘러 집에서 읽었었어요. 그런데 후에 들키고 말아서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저에게는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후에 제 미국인 펜팔친구의 어머니가 유대인이었는데 <안네의 일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거든요.


책은 보기만 해도 잠이 온다거나 요즘같이 쇼츠가 발달한 시대에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 다큐멘터리에서 책을 볼 때와 스마트폰을 볼 때 뇌에서 자극되는 부위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 실험을 한 적도 있습니다. 우리의 뇌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책이 훨씬 많이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독서는 간접경험이 가능하다고 하죠. 실제로 저는 인도에 가본 적도 없지만, 갠지스 강에 가보는 것을 상상하고, 파리에 가기 훨씬 전부터 센강에서 와인 마시는 것을 꿈꾸면서 풍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자원과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독서만큼 단기간에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유용한 매체는 드문 것 같습니다. 


책은 저자가 평생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압축한 지혜의 결정체입니다. 이것만큼 훌륭한 자원이 없죠. 게다가 내가 원하는 책을 본다면 즐거움도 이루 말할 수 없고요. 그렇게 해서 자신의 관심사와 적성을 찾아갈 수도 있습니다. 제가 어릴 적 디즈니 그림책을 좋아하고 <먼 나라 이웃나라> 책을 보면서 로맨스와 여행의 꿈을 키워나간 것처럼요. 책은 정말 오랜 역사 동안 유용한 친구이자 보물임이 틀림없습니다. 독서를 싫어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당장 서점에 가서 가장 관심 가는 책부터 골라보세요. 부끄러워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순순하게 내 마음이 원하는 책으로요! 그 책이 당신의 첫 번째 친구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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