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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 넘치는 바다 - 국립해양박물관 탐방기

by 루비

부산 출장에 오기 전부터 언젠가 부산 영도구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산보다 바다를 더 좋아하는 입장으로서 바다와 관련한 여러 전시들이 흥미진진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박물관 홈페이지를 찾아볼 당시에는 이순신 장군 관련 전시가 진행되었는데 내가 방문한 어제는 다른 기획 전시가 있었고 나름대로 배울 점도 많고 재밌었다.


바다와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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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박물관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간 곳은 뒤편에 조성된 바깥쪽 산책로였다. 난간 끝까지 따라가서 바로 앞에 있는 바닷물을 바라봤는데 금방이라도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서 뒷걸음쳤다. 저 멀리 부두와 컨테이너들과 바로 옆에 한국해양대학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나는 해 본 적 없지만 주변 사람들이 <대항해시대> 게임이 재밌다고 했는데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해사들은 바다가 좋아서 하게 되는 걸까 궁금해졌다.


바다를 품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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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너무 강해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와 1층에 해양도서관을 둘러봤다. 해양도서관은 무엇이 다를까 궁금했는데 일부 책꽂이가 해양소설, 해양시, 해양고전 등으로 분류가 되어 있었다. <모비딕>, <걸리버 여행기>, <로빈슨 크루소> 같은 소설이 꽂혀 있어서 나중에 부산에 온다면 들러서 하루 종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동네 도서관에도 책이 있지만 바다가 보이는 바로 옆에서 읽으면 느낌이 또 다를 것 같았다. 이외에도 한쪽 벽면에는 <해저 2만 리>와 <15 소년 표류기> 책 삽화와 글이 인쇄된 그림이 있어서 감탄했다. <15 소년 표류기>는 <보물섬>과 함께 학창 시절에 내가 아주 재밌게 읽은 책이다. 엄마가 방문판매 전집을 사준 것을 읽었는데 다른 책으로도 읽어보고 싶다.


어린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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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2층에 어린이 박물관을 갔다. 어린이는 아니지만 어린이를 교육하는 직업이라 관심이 많이 갔다. 학교가 가까우면 체험학습을 와도 좋을 것 같지만 버스로 오기에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영양군에서 남해군까지 체험학습을 다녀온 적도 있어서 불가능한 것 같진 않다. 어린이 박물관은 크지는 않았다. 따라서 다른 전시도 함께 둘러봐야 온 보람이 있을 것 같다. 바다거북과 등대에 관한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바다거북을 예쁜 천과 액세서리로 표현하고 환경오염을 주제로 전시되어 있어 바다거북에 대한 소중함과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등대 사진은 내가 가본 곳보다 안 가본 곳이 더 많아 여행을 진짜 많이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해 코너도 잘 돼있던 건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심해에 들어온 기분이 들어서 어린이들은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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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기획 전시인 <조행일록>을 보러 갔다. ‘서해 바다로 나라 곡식을 옮기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세금으로 걷은 각종 곡식을 바다로 옮기는 과정인 조운을 보여준 전시다. 조행일록은 조선시대 함열(현 전북 익산 일대) 현감으로 임명된 임교진이 조운의 과정을 쓴 일기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사건을 전시로 관람하니 기록이란 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꽤 꼼꼼한 그 당시 여러 공문서를 보니 공무원으로서 책임감이 더 강해졌다. 그런데 그때 배가 한 번 침몰해 1,000명 이상 사망했다는 기록은 바다의 잔인함과 무서움도 느껴졌다.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함께 민초들의 삶이 고단했음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바다 생물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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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수족관을 보러 갔다. 크고 유명한 아쿠아리움만큼 많은 바다 생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간단히 둘러보기 좋았다. 가오리, 제브라상어, 플랑크톤인 해파리 등을 보았는데 가장 신기했던 건 빅밸리해마였다. 빅밸리해마는 수컷이 출산한다고 한다.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에 놀랐다. 생긴 것도 너무 신기하고 귀여웠다. 세상에는 정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봤으면 놀라고 지나갔을 텐데 전시회로 보니 살아있는 체험이 되었다.


바다를 여행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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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미디어전시실을 관람했다. 미디어 전시실 1에서는 360도 회전하는 영상 스크린에서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바다 영상이 생생하게 연출되어 감탄을 자아냈다. 편안한 빈백에 앉아서 관람을 하는데 마치 내가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는 것처럼, 때로는 바닷속을 여행하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영상의 완성도와 연출력이 훌륭했다. 중간에 들어온 유치원 생들도 신이 나서 춤을 추면서 좋아했다. 미디어 전시실 2에서는 잠수부들이 스텔라 난파선을 탐사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스텔라 난파선이 뭔지 몰라 검색해 보니 항해 중 침몰한 난파선이 아니라 해중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강릉 앞바다에 인위적으로 침몰시킨 러시아 트롤어선이라고 한다. 나는 물속을 무서워하고 다이빙에 재능이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흥미로운 영상일 것 같았다. 나도 호기심은 한껏 생겼다. 바닷속을 탐험하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감정이 들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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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해양관에서는 기록 속 우리 바다·예술 속 우리 바다·우리 삶 속 바다라는 3가지 주제로 여러 가지 바다와 관련된 기록들, 공예품 같은 예술작품, 어업 도구 및 방식 등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어 유익했다. 마지막 4층에 있는 항해관에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항해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살펴볼 수 있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바다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갔던 탐험의 역사를 관람할 수 있다. 해양관과 항해관은 실제 글과 그림으로 된 유산들과 모형, 영상들이 어우러져 전시회의 수준이 높았다. 조선통신사선과 판옥선, 거북선 모형은 크기가 축소되었지만, 형태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실감나게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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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2시간 동안의 관람을 마쳤다. 기차 시간을 맞춰야 해서 조금 빠르게 관람하긴 했지만 여러 바다와 관련된 지식과 체험을 하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게다가 국립해양박물관은 입장료도 없는 무료다. 돌아오는 길에 택시 기사님도 정말 잘 왔다고 볼거리가 정말 많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다음에는 어린이들과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 바다에 관심이 많은 사람,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정말 너무나 좋아할 것 같은 박물관이다.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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