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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면...!

다큐멘터리 <타샤 튜더>

by 루비



“아름다운 정원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세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초원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 데이지가 떠올라요. 날아다니는 수많은 벌레들이 별처럼 빛난다니까요.”



벽난로로 추위를 녹이고 새가 아름답게 지저귀고 웰시코기가 정답게 반겨주는 집. 계절의 변화를 사랑한다는 타사 튜더의 말 그대로 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영상, 살아생전 버몬트 주의 타샤 튜더의 정원과 아늑한 그녀의 집을 소개한 다큐멘터리 <타샤 튜더>를 봤다. 명문가에서 태어난 타샤 튜더는 사교계에 진출하기 바란 어머니의 바람과 달리 농장일과 그림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림은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아도 되지요. 혼자 있는 게 좋아요.”

내향적이고 비사교적인 면을 닮아서 타샤 튜더 할머니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던 것 같다.


고요한 겨울과 눈을 사랑한다는 타샤 튜더. 나도 3년간 산간지방에 살면서 폭설로 고립 돼본 적도 있기에 타샤 튜더의 말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린다는 것은 많은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반대로 아름다운 정취를 누릴 수도 있다. 눈 내리는 고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함과 평화로움. 따듯한 남쪽 지방에서는 대체 눈은 언제쯤 오는 거냐고 학수고대하지만, 산간지방에서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문제다. 그러나 둘 중 선택하라면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을 선택하고 싶다.

“제가 원하는 걸 잘 알았고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버몬트에 살고 싶었어요. 내 방식대로 살기에 여기가 안성맞춤이었어요.”


동화작가이자 삽화가인 타샤튜더도 처음부터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뉴욕에 있는 거의 모든 출판사들을 찾아다녔지만 거절을 많이 당했다고 한다.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의 신입 편집자 덕분에 ‘호박 달빛’으로 데뷔한 타샤 튜더. 나도 처음 <스마트폰 좀비>로 동화작가의 길에 들어섰기에 비슷한 점에 설레는 감정이 들었다. 그 후 그녀는 56세에 발표한 첫 장편 <코기빌 마을 축제>의 인세로 버몬트 주에 땅을 사들였다. 그리고 수십 년에 걸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타샤 튜더의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게 된다.


“뭐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져요. 달나라에 간 사람들처럼요.”


우리 집도 어린 시절 마당에서 장미와 포도나무 등을 키운 적이 있기에 정원에서의 행복한 기분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손수 가꾼 꽃들을 매일 보며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은 얼마나 행복할까?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 호르몬이 샘솟는데... 아직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나도 막연하게나마 먼 미래에 타샤 튜더와 같은 삶을 꿈꿔본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정원이 생기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아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이 정원도 30년이 걸렸는걸요.”

“좋아하지 않는 곳에 산다면 다른 곳으로 떠나세요.”

“할 수 있을 때 행복을 찾으세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늙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타샤 튜더. 타샤 튜더 할머니처럼 나도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인생이 점점 더 내리막길로 향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상승곡선, 그것도 어렵다면 최소한 평온한 나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타샤 튜더 할머니처럼 동화와 그림, 아름다운 꽃들과 함께 인생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오후에는 티타임의 여유를 즐기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연의 변화를 보는 게 큰 즐거움이에요. 조그마한 작약이 자라나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자연은 신비로워요.”

이 다큐멘터리를 맨 처음 본 것은 2019년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면의 소리를 따라 살라는 타샤 튜더 할머니의 말씀을 좇아 정말로 경기도 가평으로 이사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만끽했다. 그리고 타샤 튜더 할머니가 "나는 행복한 사람이에요."라고 말씀하시듯이 나도 스스로 행복하단 생각을 많이 했다. 다시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타사 튜더 할머니의 말씀이 옳았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것, 마음에서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 살라는 말씀. 그러기 위해선, 타샤가 생활력이 없는 남편 대신 치열하게 생계를 유지했던 것처럼, 자신의 일도 열성을 다해 해내야 한다.



간간이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인형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가족들의 정다운 모습과 귀여운 웰시코기의 뒤뚱거리는 뒷모습까지도 보고 있으면 흐뭇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원의 사계절의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답다.


소박한 자연주의자의 행복한 여생이 궁금하다면 이 다큐멘터리를 꼭 보시길...!




타샤 튜더의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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