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오늘 쓴 글. 팟캐스트 만들려고 쓴 원고인데 다시 읽어보니 정말로 바라던 대로 동화도 창작하게 되어서 신기하다. 내가 쓴 편지대로 초심을 잃지 않도록 늘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안녕! 어린 왕자야? 나는 지구라는 별에서도 특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어느덧 어른이 되고도 한참 지난 여자? 숙녀라고 해둘게. 네가 예전에 만난 비행사보다는 내가 조금 어릴 것 같긴 해. 하지만 어느덧 눈에 보이지 않는 건 보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겠지?
어린 왕자야. 나는 너한테 궁금한 게 참 많아. 먼저, 너는 너의 별로 돌아간 거니? 다시 장미를 만난 거니? 사실 나는 거의 그렇게 믿고 있긴 하지만 반신반의하고 있어. 뱀이 널 물은 것만 같아서 말이지. 뱀에게는 아주 독한 독이 있잖아. 네가 사막의 모래사장 위로 픽 쓰러졌을 때 내 가슴은 철렁했단다.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데, 너무나 슬펐지. 그거 아니?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건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과도 같아. 아마 넌 알고 있을 거 같아. 장미꽃을 떠나 지구로 넘어온 네가 수많은 다른 장미꽃을 보고 흐느껴 울었던 것처럼 말이야.
나도 살면서 소중한 사람을 여러 번 잃어봤어.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친구를 말이야. 다들 내가 싫다고 떠나갔어. 난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여러 번 곱씹어 봤지만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는 거야. 굳이 이유를 찾자면 내가 너의 장미처럼 자존심이 좀 세다는 것? 나에게도 장미꽃처럼 가시가 있어서 내 속마음을 숨기고 주변 사람을 할퀴곤 했던 것 같아서 후회가 되더라고.
그래서 난 네가 꼭 장미를 다시 만나길 바랐어. 사람은 안 변한다는 말도 있지만, 정말 죽을 만큼 고통을 겪은 사람은 변하기도 해. 네가 장미를 위해 후회하고 흐느껴 운 시간들이 널 성장하게 해 줬을 거라고 믿었어. 사실, 넌 나보다 훨씬 성숙한 사람 같긴 하지만... 장미를 다시 만났다면 나에게 꼭 이야기를 들려줘!! 너와 장미의 행복한 시간을 말이야.
두 번째로 너에게 궁금한 점은 사막 여우하고는 요즘 어떻게 지내? 나는 너의 이야기를 읽고 에버랜드 주토피아에 있는 사막 여우를 더욱 눈여겨봤단다. 책에서만 보던 사막 여우를 직접 눈으로 봐서 너무나 감격스러웠지. 하지만 너처럼 서로를 길들이지는 못했어. 그래서 네가 무척 부러웠어. 누군가와 서로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것에 대해.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난 이 말이 너무 좋아. 나에게도 이처럼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끝끝내 나는 그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어. 내 인생은 기다림과 홀로 됨의 연속이었어. 정말 쓸쓸했지. 내가 만약 너처럼 작은 별에 살았다면 나도 하루에 해가 지는 걸 마흔네 번이나 봤을 거야. 정말 너무 슬펐으니깐.
어쩌면 네가 설령 다시 사막 여우를 만나지 못했다 하더라도 너는 지구의 사막을 바라보면서, 사막 여우는 우주의 별을 바라보면서 행복한 웃음을 지었을 거라고 믿어. 네가 해준 이야기처럼 말이야. 너는 어쩜 그렇게 맑고 아름다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거니? 너를 참 많이 닮고 싶다.
어린 왕자야. 마지막으로 너한테 궁금한 건 이거야. 너는 한국의 어른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 어린 시절을 지난 어른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 사실 나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해. 어른들이 너의 진심 어린 말을 알아듣기나 할까 말이야. 네가 만난 비행사 아저씨가 이런 말을 했어.
어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면 아마도 그 집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창가에는 예쁘게 핀 제라늄 화분이 놓였고, 지붕 위로 비둘기가 날아드는 멋진 장밋빛 벽돌집을 봤어요.”
차라리 이렇게 말하면 쉽게 떠올린다.
“시세 100만 프랑 짜리 집을 봤어요.”
그래야 비로소 어른들은 탄성을 지른다.
“정말 멋지겠구나.”
정말 그렇단다. 집이란 건 포근한 안식처라는 것만으로 충분한데도 사람들은 여러 채를 소유하며 부를 늘리려고만 해. 네가 만난 장사꾼처럼 말이야. 그리고는 집을 적게 소유하거나 값싼 집을 소유한 사람은 멸시하고 무시하지. 너무나 부끄러운 현실이야.
어린 왕자 네가 사는 소행성 B612는 하루에 해가 지는 걸 마흔네 번이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아름다운 곳인데 말이야. 나도 너처럼 적당한 크기에 포근한 안락처가 될만한 나만의 집 한 채를 갖고 싶어. 우리나라는 사는 동네, 아파트의 가격, 평수 등으로 서로 비교하고 무시한단다. 나부터 그런 현상에 반기를 들고 싶어.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바로 어린 왕자 너의 영향이 커!! 정말 고마워!!
어린 왕자야. 뱀이 말했잖아.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라고.
사실 세상이 점점 그렇게 변하는 것 같아.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치관도 다르고 사회 불안이 만연하고 불신이 높다 보니 사람들 간에 벽이 생기고 갈수록 거리감이 벌어지고 있어.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너의 이야기를 읽고 깨닫고 느낀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물론 이야기의 힘만으로는 안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겠지.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항상 많이 알고 배우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행동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그 방법으로 동화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어.
어린 왕자 너의 이야기를 비롯해 세상의 모든 동화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직접 내가 동화도 창작하기로 말이야.
어린 왕자! 나를 응원해 줄 수 있겠니? 너와 함께라면 외롭지 않을 거야. 힘들지도 않을 거고.
오늘 밤은 너의 꿈을 꾸고 싶다. 내 꿈에 나타나줘!! 사랑해!! 어린 왕자~
2020년 9월 18일
한국에서 진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