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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Oct 03. 2024

외로운 소년과 고양이의 마법 같은 우정 이야기

창작 동화 <웃기는 아이>


웃기는 아이     


산이는 아주 웃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산이는 친구들한테 진지하다고 놀림을 당했다. 산이는 마음이 여리고 소심해서 자주 울상이 되었다. 그런 산이는 지유를 동경했다. 지유는 농담도 잘하고 걸걸한 아이였다. 지유도 자신이 갖지 못한 산이의 섬세함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지유는 산이를 무시했다. 단순히 신경을 안 쓰는 게 아니라 무례한 말을 반복했다. 산이는 자꾸만 상처를 받았고 우울해했다. 지유의 주동으로 외톨이가 된 산이는 하는 수 없이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갔다.     


산이는 피아노를 좋아했다. 피아노실에서 혼자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면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산이는 모차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이나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와 같은 곡을 연주했다. 학원에서 하는 피아노 모임에도 나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자신은 너무 재미없는 아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것이 쾌활하고 즐겁다가도 자신을 우울하게 했다.     


그런 산이는 자신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카톡 프사로 해놓은 사진을 보고 뽀샵이 심하다며 셀기꾼이라고 놀려댔다. 산이는 속상하고 화가 나서 맞받아쳤지만 그 친구는 바로 네가 그렇게 진지하니깐 친구들이 싫어하는 거야라고 응수했다. 산이는 정말 속상하고 우울해졌다. 친구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았지만 자신은 원래 글자도 글자 그대로 직역하는 진지한 사람인 걸 어쩌란 말인지... 그래서 산이는 의도적으로 춤이나 노래나 게임 같은 것을 동경했다. 자신도 그런 사람들처럼 뭔가 화려하고 시끌벅적하고 재미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산이가 그런 걸 닮아가려 할수록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해 했다. 탕후루도 브롤스타즈도 관심 없는 자신이 미워졌다. 결국 산이는 고민고민하다가 자신이 사랑하는 학교 검은 고양이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아니 그런데 고양이가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산이야. 난 목소리 크고 자기주장만 강한 지유보다 네가 더 좋은 걸?”

“정말? 나는 너무 재미없고 자신감도 없고 친구도 별로 없어.”

“난 지유가 나를 연못에 빠트리려 하고 장난치고 시끄럽게 굴어서 귀찮아.”

“하지만 친구들도 다 지유를 좋아해.”

“그건 친구들도 마음이 약해서 그런 거 아닐까? 어쩌면 속마음은 피곤해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나도 재밌는 친구가 되고 싶어.”

“그럼 웃기는 동화책이나 재미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되잖아.”

“그런데 난 그런 게 정말 재미가 없어서 보고 싶지 않아.”

“그것 봐. 너는 그런 걸 좋아하지 않잖아. 그냥 타고난 거야.”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야?”

“나는 네가 너를 소중히 생각했으면 좋겠어. 자존감 도둑들한테 상처받지 말고.”

“정말?”

“네가 재미없다고 놀리거나 괴롭히는 사람 말고 너처럼 여리고 생각이 깊은 아이를 좋아하는 친구를 사귀면 되잖아.”

“그런 친구가 거의 없어.”
“주위를 둘러보면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도 네가 좋아.”

“고마워. 나도 네가 좋아.”

“그럼 우리 친구가 된 거야.”

“마치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가 된 기분이야.”

“거봐. 친구란 이런 거야. 몰려다니며 웃기는 이야기나 하는 건 그냥 시간 때우기일 뿐이라고.”

“고마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관계의 질보다 양을 중요시하게 여긴대. 너는 그게 조금 더 빨랐던 것뿐야. 너를 즐겁게 하는 건 뭐가 있어?”

“나는 뭔가 생각할 거리는 주는 책이나 판타지 이야기나 악기를 연주하는 시간이 행복해.”

“그럼 그런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자!”

“고마워. 나 너무 의기소침해있지 않을게. 그리고 너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

“어떤?”

“넌 나의 고양이, 솜메이라고 이름 지어주고 싶어. 프랑스어로 솜메이는 잠이라는 뜻이야. 너는 꿀잠에 든 것처럼 같이 있는 시간이 행복해.”

“고마워. 나의 이름을 지어준 건, 네가 처음이야. 다들 그냥 검은 고양이라고 불렀는데. 난 이제 솜메이야. 언젠가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알게 되면 오늘 일을 기억해 줘.”

“아, 인터넷에서 봤던 것 같은데. 그럴게.”

“산이야, 너는 산처럼, 바다처럼, 그저 그 자리에 있으면 돼. 그런 너를 좋아해 줄 사람이 생길 거야.”

그때 산이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엄마?”

“산아. 오늘 엄마가 급히 병문안에 가봐야 해서. 저녁 차려놨으니깐 집에서 먹고 공부하고 있어.”

“응. 나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

“그래. 우리 다음에 또 이야기하자.”


산이는 새로운 친구 솜메이를 생각하니깐 행복한 기분이 가득 차올랐다. 산이는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산이는 솜메이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앞으로 솜메이 같은 친구들이 더 많아질 것 같은 낙관적인 자신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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