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도 더 된 아주 어린 시절, 나에게는 심장이 덜컹하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한 번은 우리 집에 불이 난 일, 또 한 번은 사나운 개에게 쫓긴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집에 황소가 쳐들어온 일이다. 오늘은 그중 황소가 쳐들어온 일에 대해서 써보겠다. 내 인생에 그렇게 심장이 빨리 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집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나는 친구와 함께 대문 앞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덜커덩 소리가 들리더니 커다란 황소가 집채만 한 몸뚱어리를 들이밀고 있는 게 아닌가? 친구와 나는 깜짝 놀라 나 살려라 하며 줄행랑을 쳤다. 나는 우리 집 구조를 잘 알아서인지 잽싸게 현관 쪽으로 달렸고 친구는 우리 집에 있는 나무 쪽으로 달려가 뒤에 숨었다. 나는 거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친구가 무사하기를 지켜봤다. 다행히 황소는 한바탕 마당을 휘젓더니 다시 밖으로 나갔다.
황소가 나가고 몇 시간 뒤, 마을 어른들이 그 황소를 생포한 모습을 지켜봤다. 논밭은 어느새 주황빛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듣지 못했지만, 황소에게도 뭔가 도망쳐야만 할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매서운 채찍질이 있었거나 어딘가로 팔려 간다는 걸 눈치챘거나. 그때 그 순간은 정말 너무 무섭고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추억이 있어서 동물에 대해 더 애착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며칠 전에 고등학생이 된 제자에게 연락이 왔다. 그 아이의 부모님도 소를 키우신다. 그런 부모님을 지켜봐서인지 아이는 동물 전공으로 진학했다. 그 아이가 자신의 꿈과 적성을 잘 살려서 동물복지 발전에 이바지하는 멋진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나는 미국의 동물복지에 큰 공헌을 세운 자폐인 템플 그랜딘이 떠올렸다. 그녀는 동물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여주는 도축 시설과 목장 설계로 유명하다. 내 제자도 템플 그랜딘 못지않은 좋은 일을 많이 해나갔으면 좋겠다. 동물들이 탈출을 꾀하며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환경이 아닌, 주인과 교감하며 편안한 여생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학군지를 많이 따진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생활 수준이 떨어져도 비싼 도시로 이사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김미경 강사의 <리부트>란 책에서도 읽었지만, 요즘같이 온라인 강의가 발달한 시대에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리부트>는 한창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나온 책으로 온택트와 디지털 시대에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에 과한 책이다. 과학과 새로운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시대에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자퇴생도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학교 공부가 쓸모없다고 생각해서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학벌보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지식 위주인 기존 교육의 패러다임은 설자리를 잃는다. 미국만 해도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인공지능 시대에 중요한 건, 창의성과 공감 능력, 나만의 스토리를 갖는 것이라고 한다. 비싼 돈 들여 숲 유치원이니 농촌 유학이니 뭐니 하는 것도 좋지만, 차라리 실제로 그러한 곳에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요즘에는 디지털 인프라도 풍족하게 잘 갖춰있으니 말이다. 어릴 적의 다채로운 경험들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보물 같은 추억이다. 미쳐 날뛰는 부동산 공화국의 서글픈 대열에 합류하기보다 자기만의 독특한 서사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