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진짜 행복이 뭔지 조금씩 알 것 같다. 그전에도 내가 행복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행복이 나의 편협한 생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많다면 많은 나이이고 적다면 적은 나이인데 삶의 경험이 축적되고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상대방의 시각에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 저 사람은 왜 저러지? 라고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생을 부여잡고 아프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물론 사람을 죽이거나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이지만, 왜 세상에 범죄는 계속해서 발생할까를 생각해보았다.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극단적으로 내몰린 상황, 폭발할 것 같은 분노, 정신과적 질병까지도 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때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 산다는 것은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힌 세상 속에서 서로가 고군분투하며 전쟁을 치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달콤한 열매를 독차지하기 위해 상대방을 밀쳐내고 게임에 뛰어든 모두가 어쩌면 이 지독한 자본주의 경쟁사회의 피해자니깐….
나도 살면서 누군가를 미워해봤고 누군가에게 증오에 가까운 배척을 당해보기도 했다. 한때는 그런 상대방이 너무 미웠다. 두렵고 피하고만 싶었다. 그런데 결국 다 약한 사람이었구나 싶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상대를 대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그 사람을 밀쳐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험담하기도 하고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증오하는 눈빛으로 노려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성장 속도가 다른 사람들의 불협화음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법을 어기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경주에 올라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옆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어가는 것뿐이지. 나는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 불행한 사람을 줄이고 행복한 사람들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우선 나부터 행복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른 살을 기점으로 심한 무기력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매일 아침 눈 뜨는 게 고역이었고 무거운 공기의 중력이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이해받지 못한 외로움, 버림받은 상처, 힘든 업무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것 같은 절망감을 느꼈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다행히 회복했고 지금은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거의 늘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의사 선생님, 상담사 선생님, 가족, 친구들 모두가 나의 은인이다. 그들에게 받은 선물을 이제 내가 또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줄 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평에 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다른 이에게 행복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내가 먼저 행복해져야 하고 나에겐 가평에서 사는 것이 최고의 선택지였다. 가평의 수려한 자연환경, 넓고 푸른 북한강, 매일같이 지저귀는 새소리, 들 가에 핀 야생화들이 내 마음을 풍족하게 해 준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사랑스러운 미소로 응대하며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 동료 선생님들과의 협업이 충만한 만족감을 준다. 내가 매일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는 더 나아질 것 같다는 믿음이 자신감을 충전해준다. 그리고 계속해서 더 나은 매일을 만들어나가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든다. 집값이 비싸고, 교통수단이 번잡하고, 환경오염이 심각한데도 교육과 문화생활, 의료환경, 네트워크의 이유로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집중한다. 그런데 나처럼 꼭 직장이 대도시에 있지 않아도 되는 사람, 어디에 살아도 크게 상관없는 사람부터 자발적으로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과열이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여기 살고 있는 가평이 참 좋고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놀러 갈 곳도 많고 카페도 많고 무엇보다 북한강의 경치가 내 마음을 살랑인다. 그리고 이러한 일상을 다음 카카오 브런치북으로 발행하기도 했다. 제목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가평>. 좀더 많은 사람과 행복한 일상을 나누고 싶어서….
앞으로 계속해서 역지사지의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 관대한 사람, 웃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첫 대목에 나오는 문장처럼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유리한 입장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살아온 환경도, 집안 배경도, 타고난 재능도, 성격도, 외모도 모두 다른 사람들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며 그들과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공감과 이해, 연대의 미덕을 발휘해야겠다. 그럴 때 너도 나도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 전쟁 같은 삶에서 벗어나 매일매일이 축제인 행복한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