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쓴 후, 2년 뒤인 1808년에 완성한 곡이다. 이 곡의 공식 명칭은 ‘교향곡 5번 C단조 Op.67’으로, 베토벤의 말년 비서인 안톤 쉰들러가 쓴 베토벤 전기의 한 대목에 "베토벤은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고 말하였다"를 인용해서 ‘운명’이라는 부제를 붙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일리겐슈타트 유서하일리겐슈타트 유서는 베토벤이 귓병과 정신질환이 심각해졌지만, 차도가 없어 의사로부터 요양을 권유받고 하일리겐슈타트에 내려가서 쓴 글이다. 하일리겐슈타트는 빈의 교외 지역으로 숲이 많고 개울이 흘러 전원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베토벤은 이곳에서 <전원 교향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32살에 카를과 요한, 두 동생에게 쓴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에는 병에 대한 고통과 죽음, 유산 상속에 관해서도 쓰고 있는데 <전원 교향곡>을 쓰면서 다시금 삶에 대한 희망과 기쁨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베토벤은 <운명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자신의 운명에 대해 시험해 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독일의 음악사학자 ‘Paul Bekker’는 운명교향곡의 각 악장마다 다음과 같이 별칭을 만들어 붙였다.
1악장 : 투쟁 (Struggle)
2악장 : 희망 (Hope)
3악장 : 의심 (Doubt)
4악장 : 승리 (Victory)
다다다단으로 시작하는 <운명 교향곡>의 도입부에서 자신에게 닥친 귓병과 계속되는 실연과 고립이라는 불운에 대한 투쟁정신, 맞서 싸우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가 느껴진다. 투쟁의 별칭이 붙은 1악장처럼 말이다. 유서에서도 죽음과 유산상속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며 정작 유서는 죽을 때까지 혼자 간직했다. 그런 면에서 베토벤은 비록 자신의 불운한 인생으로 고통받고 절망적인 생각에 사로잡혔지만 이내 그것을 극복하고자 했던 강인함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2악장의 희망적인 분위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게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점점 더 심해지는 귓병에 불안은 가중되고 의심의 마음을 거둘 수 없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된다. 의심의 별칭이 붙은 3악장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베토벤은 여러 교향곡을 완성하면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결국에 <운명 교향곡> 4악장처럼 이겨내고 승리한다.
베토벤이 자신의 불운한 인생을 작곡으로 이겨낸 것처럼 나도 나에게 닥친 시련을 나만의 예술과 열정으로 이겨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와 음악, 동화와 소설, 가끔씩 그리는 그림 등이 나의 삶에 활기를 부여하고 희망을 부여잡게 만든다. 베토벤처럼 한때 죽음을 생각했던 적도 있는지라 베토벤이 겪은 고통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운명> 교향곡처럼 운명은 주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에 대해 저항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고통을 위대한 예술로 극복해 낸 음악가 베토벤처럼 나도 나만의 인생이 담긴 <운명 교향곡>을 써 내려가고 싶다.
https://youtu.be/NWWbA5H5pEs?si=lN6J9aJ8OyrsU3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