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 찰리 맥커시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스포일러 있습니다!*
길 잃은 소년이 꼭 나 같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내가 안착할 곳이 어딘지 모른 채, 정처 없이 떠도는 삶.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었나 보다.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자는 인스타그램에 몇 장의 그림을 그린 채 올려두었는데 병원과 학교, 군대 내 외상후 스트레스 치료 센터 등 여기저기서 사용해도 되냐는 요구가 빗발쳤다고 한다. 그만큼 공감이 가고 위로가 되는 이야기였기에 전 세계적으로 50만 권 이상 판매되고 22개국에서 책이 번역되고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제작되었구나 싶다.
소년은 잃어버린 길을 되찾는 과정에서 두더지도 만나고 여우도 만나고 말도 만난다. 두더지와 여우는 한 때 서로 천적 관계이기도 했다. 그러나 함께 고비를 넘기는 과정에서 친구가 된다. 여우가 두더지를 잡아먹으면 어떡하지 조마조마했는데 여우는 두더지의 은혜를 잊지 않았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한 사람이 많은 인간사회에 비해 이 애니 속 동물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동화 같다. 하지만 마냥 현실을 벗어난 환상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꿈꾸고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꼭 이뤄질 것만 같은, 현실로 불러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여서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것 같다.
말은 자신에게 비밀이 있다고 한다. 바로 날개를 퍼덕이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 다른 말들의 시기 질투로 그 재능을 감췄지만, 이제는 그 능력을 발휘할 때라면서 소년과 두더지, 여우를 태우고 하늘을 훨훨 난다. 그리고 어려움과 고비를 넘기고 마침내 소년의 집 앞에 당도한다.
만약 이야기가 소년이 집으로 돌아가면 허무하게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년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택하지 않았다. 자신이 떠나온 집보다 삶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우정이 더 소중했고 또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 그것은 집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새로 만난 소중한 친구들을 떠나지 않는 것. 그들과 평생 함께 사랑하며 살며 행복하게 사는 꿈.
"그럼 나에 대해 다 아는 거야?" "응" "그래도 여전히 날 사랑해?" "그래서 더 사랑하지."
이 애니메이션의 상영 시간은 30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짧은 시간 속에서 삶의 경이로움과 신비, 때론 위험천만하기도 하고 복잡다단하고 서글프기도 한, 그러나 마침내 살아볼 만한 삶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난 건, 삶에서 커다란 위로와 도약의 발판이 된다. 언젠가 나도 이런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 그러려면 매 순간을 진실하게,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의 빛나는 인생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