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선택

아파트에 4년째 살아보니

아파트 창 너머, 그리운 자연

by 루비


어릴 적 단독주택에 살았던 나는 아파트에 살아보는 게 꿈이었다. 우리 집에 화재가 났을 때 한 달 정도 이모네 아파트에 살았던 적이 있다. 그건 너무 어릴 적이라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집을 수리하는 부모님만 놔두고 남동생과 안락한 곳에 사는 게 죄송했던 마음이 컸다. 그리고 기숙사와 연립주택, 고시텔, 학교 사택 등에 살다가 2019년에 처음으로 복도식 아파트에 들어갔다. 저렴한 전세비에 꽤 만족스러운 2년을 보냈다. 그리고 잠시 파견 근무 시 다시 학교 사택에 살다가 복귀 후 다시 지은 지 몇 년 안 된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편리한 점도 많지만 한편 갑갑한 점도 있다. 5년 전 복도식 아파트는 베란다 창 너머로 높은 산이 보여서 마음만은 편안했다. 들어가기 전에 집 주인도 경관만큼은 최고라고 자화자찬이었다. 지하 주차장이 없어서 불편했지만, 집값도 더 저렴하고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아파트는 고층이지만 창문을 열면 정원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시끄럽다. 게다가 아파트가 가운데 정원을 중심으로 판옵티콘처럼 휘돌아가서 마치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창문도 닫고 커텐도 쳐둔다. 그래서 내가 꽉 막힌 네모 상자에 갇힌 기분이다.


사실 지난 복도식 아파트는 이웃에 대한 경계심이 있었다. 하지만 베란다 창 너머로 탁 트여서 정말 아늑한 자연 속 펜션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지금은 계단식 아파트라 이웃과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게 전부다. 사람과 교류하지 않는 게 편하기도 하지만 너무 삭막한 기분이 든다. 재작년에 가평에 살았을 땐 퇴근 후, 매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주 주변 개울가와 오솔길을 산책했다. 사택 앞에는 나팔꽃이 피었다 지면서 반겨주었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지천에 꽃이 흐드러졌고 작은 내천에서 유유히 흐르는 청둥오리도 보고 날아다니는 학도 보고 바람도 맞으면서 자연을 느끼는 것이 행복했다.


브런치 북 <하늘과 바람과 별과 가평>도 썼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apyeong


그런데 지금은 콘크리트에 갇혀 사니깐 편하기도 하지만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이래서 사람들이 점점 삭막해지고 황량해지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는 내가 이 집을 산 게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감이 안 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한강변 아파트를 최고로 친다지만, 살아보지도 않았고 그럴 자금도 없지만 정말 좋은가? 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지인의 아파트가 한강변에 있어서 몇 번 놀러가 보았지만, 지금의 집처럼 그저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아직은 단독주택이 좋은지 아파트가 좋은지 판단이 잘 서질 않는다. 아파트는 관리비가 있는 만큼 분리수거 같은 것들이 편리하고 반면에 단독주택은 벌레가 많아 불편한 점도 많기 때문이다. 단독주택도 좋은 위치에 아름답고 실용적으로 지으려면 그것도 거의 10억 가까이 든다고 한다. 문득 내가 몇 년 전에 봤던 타샤 튜더 할머니처럼 넓은 대지에 꽃과 과일을 가꾸고 아름다운 전원주택에서 여생을 마무리하면 어떨까란 공상도 해보았지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타샤 튜더는 버몬트 주에 56세에 30만 평의 땅을 사서 하나씩 손수 일구어나가기 시작했다. 타샤는 손수 가꾼 정원에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다. 그녀의 집은 그림책 속 세상처럼 아름다웠다. 56세라면 나에게는 아직도 거의 20년 조금 안 되게 남았다.

우리 아빠는 예전에 살던 단독주택에서 계속 텃밭을 가꾸며 살고 계신다. 그 집에는 우리 집에 온기를 채워준 굴뚝과 내가 어릴 적 두드리던 오래된 피아노도 놓여있어서 정감이 간다. 지금으로서는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오가는 생활이 나에게 딱 맞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갈피를 못 잡았지만 언젠가 나의 소망들이 실현되도록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실천해나가야겠다. 요즘에는 집안 정리정돈을 위해 미니멀 라이프와 인테리어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단 개미처럼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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