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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반창고

불안 속에서 나를 찾다

진주를 찾는 마음

by 루비

나는 불안이 심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는데 계속되는 인간관계의 고통으로 나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불안형이란 것을 깨달았다.


어릴 적 엄마와의 애착이 안정적이지 않았기에 강렬하고 자극적인 관계에 더 끌린다고 한다. 평범하게 안정적으로 애정을 주는 사람에게는 사랑을 못 느낀다고 한다. 나는 그런 롤러코스터 같은 관계에 집착하며 사실은 내 이상형도 아닌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끌려다녔다.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언제나 관계는 어긋났고 파멸을 가져왔다.


나 같은 불안형은 회피형이나 나르시시스트들의 사냥감이 될 위험이 많다. 그래서 참 살면서 많은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이성적으로 마음 깊이 원하는 사람은 안정적이고 신뢰를 주는 사람이다. 나의 고장 난 틈을 메우기 위해 꾸준히 치료도 받고 있다. 한 편 생각해 보면 우리 가정이 이런 건 한국 사회의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엄마에게 학대에 가까운 잔소리를 들을 때면 너무 고통스럽다가도 엄마도 직장에서 그런 대접을 받기에 자식들한테 그런다고 생각하면 안타깝고 슬프다.


지금도 불안이 심하고 아플 때도 많지만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싶다. 엄마는 그래도 이해가 가는데 내가 진짜 경멸하는 사람들은 위선자들이다. 그들은 사회에서는 자신보다 강하거나 이득을 얻을 사람들 앞에서는 입안에 뱀처럼 혀를 굴린다. 그리고 누구보다 인간관계가 좋은 것처럼 포장하고 치장한다. 그리고 나처럼 이용 가치가 없거나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자비하게 쓰레기 짓을 서슴지 않는다. 그다음으로 경멸하는 사람은 그 사람들의 말만 듣고 진위 확인도 없이 사회적 배경과 지위만 보고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공격과 폭력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다. 한국 사회에는 그런 사람이 정말 많기에 내가 십수 년간 고통을 받아왔다.


애니메이션 <너에게 닿기를>에서 마음 여리고 순수한 사와코는 오랜 시간 당한 왕따로 사람을 믿지 못하고 고통 속에 허우적댔지만 카제하야처럼 사려 깊고 다정한 남자 친구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분명 어딘가에는 나의 이런 진가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으리라 믿는다. 어차피 세상에 대다수가 나쁜 사람들이라면 모래사장에서 진주알 찾기처럼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https://youtu.be/CWlebc0d6xw?si=KtLsClxinaqDCZ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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