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반의 동시 작품집
띠릭! 문자가 왔다.
「고객님께 도서 상품을 오늘 16시~18시 경에 배송 예정입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동시집이 오는 날! 서점에서 구매한 동시집이 아니라 내가 손수 만든 동시집이다. 아이들의 청량한 마음을 고이 간직해주고 싶어 만든 책! 아이들의 예쁜 마음이 잘 나타난 책! <풀꽃반의 동시 작품집>이다.
풀꽃반이라는 이름은 내가 지어주었다. 2016년부터 반 이름을 정하게 됐는데 새론반을 거쳐 작년에는 풀꽃반이라고 이름을 지었던 것이다. (2017년에는 교과전담을 하였다.) 조정래 작가의 <풀꽃도 꽃이다>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에 감동을 받았다. 그리하여 우리반의 이름도 풀꽃반이라고 지어 본 것이다.
아이들은 자유로웠다. 여자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내게로 와서 재잘대었고 내 머리카락을 만지고 귓속말을 속삭였으며 같이 셀카 사진을 찍으며 웃어댔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자유롭게 자신들끼리 노느라 여념이 없었다.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과 다르게 좀 더 활동적이었으며 개구진 아이들이 많았다.
개구진 아이들은 가끔 그 정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종종 말썽을 일으키고 싸움을 일으키고 심지어 수업에 늦게 들어오는 일도 있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눈빛이 반짝반짝거리지만 조금만 흥미를 잃는 수업에서는 딴짓을 하기가 일쑤였다. 이런 아이들을 흠뻑 수업에 빠지게 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동시를 써보는 일이었다. 흐트러지고 장난을 치던 아이들이 몰입을 하고 열중하며 써내려간 동시. 국어수업시간을 빌어서 쓰게 된 동시. 그 동시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아이들의 예쁜 마음이 드러난 동시들이 많이 나왔다.
핫케이크를 좋아하는 제윤이의 동시.
한참을 배꼽잡고 웃은 준서의 동시. 한창 똥이나 방귀를 좋아할 나이의 아이들이다.
얌전하고 조용한 여자아이가 좋아할 만한 병아리에 관한 동시.
예쁜 언어로 아름다운 장면이 그려지는 동시를 써준 서영이.
이렇게 학교를 감옥으로 표현한 아이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익히 많이 떠돌던 시를 옮겨 적은 지은이. 지은이의 평소 학교에 대한 생각을 엿보게 한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규리의 동시. 놀이터에 가고 싶은 마음을 비오는 날의 안타까움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아이다운 마음이 잘 드러난 시이다.
피카소는 "내가 렘브란트처럼 그림을 그리는 데는 한 달이면 족하지만, 어린이처럼 그리는 법을 아는 데 평생이 걸렸다"고 했다. 그만큼 어린이의 눈은 고귀함과 창의력, 상상으로 가득한 시선을 지니고 있다. 이 시기의 순수한 눈을 아이들이 오래오래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동시집을 제작하게 되었다.
「선생님 예쁜동시집 감사해요 어제 집에 와서 택배 풀어보고는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새 학교에서도 새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셔요」
학교를 옮기면서 보내게 되어 집적 전달해주지 못하고 택배로 전해주었다. 그러자 학부모 한분께서 위처럼 문자를 남겨주셨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기쁨으로 충만하게 한다.
장난치고 떠들고 놀기만 했던 아이들이 무언가에 깊이 몰입하고 순수한 창작의 기쁨을 누리는 행위, 그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체성을 파악하며 타인에게 감동까지 안겨주는 것이 바로 이 동시쓰기의 효과가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창작 과정에서 시상에 대해 깊이 천착하고 몰입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카타르시스로 인한 치료 효과를 체감하고, 다양한 삶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무기력에서 빠져나와 자기 성취에서 나오는 자아 효능감을 발견하고, 참 자기 모습을 찾는 자기 정체성 탐구의 여정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동시집 <멍해졌다> 머리말 중 -
'캡틴, 오 마이 캡틴'을 외쳤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학생들도 시 모임을 가지면서 자신들의 삶을 찾아가고 있었다. 앞으로도 매년 반 아이들과 동시를 짓고 동시집을 만들며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찾아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동시쓰는 행위를 통해 아이들의 삶과 더불어 내 삶도 기쁨으로 충만해지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삶을 일구어 나가는 세상, 이게 바로 내가 동시로 꿈꾸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