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같은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선생님
여자라면 누구나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망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남자 친구가 예쁘다는데,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예쁘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보낸 왕비처럼 그 마음이 사악하게 변하지만 않는다면 예뻐지고자 하는 욕망은 삶을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대학생 때 모 카페에서 썼던 닉네임은 '별나라공주님'이었다. 나는 왠지 우주 먼 별나라 어느 공주님이고 싶었나 보다. 또 다른 카페에서는 당당하게 ‘프린세스’가 내 닉네임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한 남자 선배로부터 “공주병 좀 고쳐라.”라는 말을 들었고 또 다른 남자 동기 오빠에게는 뜬금없이 “공주병”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런 말을 연달아 들어서인지 언제부턴가 나는 의기소침해지고 최대한 나 자신을 숨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기분 좋은 사건이 있었다. 왠지 봄이 되니 노랑색 옷이 입고 싶어 흰 블라우스에 노란색 조끼를 입고 며칠 전에 산 노란색 꽃 머리띠를 하고 학교에 왔는데... 주변 선생님들이 나를 유치하다고 놀리면 어떡하지 내심 초조해하면서 그래도 하고 싶은 멋을 부리며 왔는데... 꿈터(방과후 자율학습 프로그램) 학생 한 명이 나에게 “선생님, 옷이랑 머리띠는 예쁘네요.”라고 하는 것. 나는 이게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순간 헷갈렸는데... 조사 ‘가’가 쓰인 게 아니라 ‘는’이 쓰여서 상대적으로 예쁘다는 뜻인 것만 같아서. 어쨌든 지나고 나니 이 나이에 머리띠랑 옷이라도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어린이의 빈말인지 모를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꿈터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한바탕 아이들이 어질러놓고 간 책이며 놀잇감이며 지우개 가루 치운다고 다소 고되긴 하지만(어디까지나 다소) 역시나 나는 아이들과 있으면 행복한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또 다른 여학생은 갑자기 나에게 와서 선생님 “I love you.”라고 하더니 문득 I love you와 하트가 여러 번 적힌 종이를 선물이라며 내밀었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이런 어린이들이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스스로를 못난이라고 여기는 선생님마저도 천사 같은 아이들 눈에는 예쁘게 보이나 보다. 나는 할머니 선생님이 되더라도, 꼭 예쁘다는 주관적 칭찬이 아닐지라도, 아이들의 사랑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내일도 또 예쁜 아이들 보며 힘을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