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1:1로 가까워 질 수 있는 곳
신규교사가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불행한 현실은 산골오지 6학급에 발령 나는 게 아닐까? 섬마을의 뒤숭숭한 사건으로 인해 여교사 도서벽지 발령 자제가 추진되었고 남녀 간의 싸움이 일기도 하였다. 누구에게나 교통 불편하고 문화시설 낙후된 오지로의 발령은 썩 달갑지만은 않은 거 같다.
실제로 우리 도 지역에서 가장 오지라는 곳에서 3년간 근무해본 결과 잊고 싶은 기억이 한가득 쌓인 건 사실이다. 김영란 법이 생기기 이전이라 더욱 과감했던 관리자분들의 명절 선물 강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회식, 퇴근하면 사택에서 마주쳐야 하는 이웃지간, 주변에 놀데라곤 아무데도 없는 적막공산. 특히 해가 짧은 겨울에는 5시만 되어도 주변이 캄캄하여 근처 산책을 나갈 수도 없었다.
물론 이렇게 상황이 열악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안 좋은 단점들만 가득한 건 아니다. 시골 작은 학교라는 특성에 맞게 한 반 아이들은 10명 내외이며(1년차 때는 5학년 11학명, 2년차 때는 1학년 5명을 맡았었다.) 비교될 옆 반도 없고 오로지 우리 반 특색에 맞게 내가 부장이 되어 학급을 운영해나가면 된다. 아직 일정연수를 받지 않았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점수나 수당만 없을 뿐 하는 일, 주체성은 똑같다.
수업을 마음껏 재구성할 수도 있고, 학교 주변 자연이 재료가 되고 교실 놀이터가 되어 주기도 한다. 체육 시간에 학교 운동장과 뒷공간을 배경으로 깡통 차기 놀이를 했던 경험은 아직도 기억하는 잊지 못할 순간이다. 밤하늘의 별이 잘 보이는 곳이라 내가 과학 업무담당자였던 한 해는 국립중앙과학관에 찾아가는 과학관 서비스를 신청해 아이들과 함께 천체 망원경으로 목성과 토성을 관찰하기도 하였다. 그 밖에 근처 산을 함께 올라갔던 기억, 함박눈이 내린 겨울 함께 눈싸움을 했던 기억 등 도시에서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자연친화적인 활동을 많이 했었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한 퇴근 하고 놀러갈 유흥시설이 없다보니 맘껏 연구에도 몰입할 수가 있다. 필자는 2년차에만 쓰기우수수업교사 인증, 정보소양인증(교육감 표창), 과학탐구지도대회 군 대외 우수, 교원정보화대회 3등급의 쾌거를 올렸고, 4년차에도 학력업무 교육감 표창을 수상했다. 이런 노력으로 3년 만에 도 지역에서 제일 좋은 시(교통이 좋은 시)로 옮길 수 있었다.
그렇게 도시의 큰 학교로 옮겼다가 지금은 다시 시골의 작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데, 가장 큰 차별 점은 작은 학교는 학교폭력도 민원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큰 학교에 있으면 각종 민원처리,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아이들 간의 폭력사태로 하루도 편안히 넘어가는 날이 없었는데 시골의 소규모학교는 매우 평화롭다. 단지 업무가 많을 뿐. 다만 못 처리할 업무는 없다. 교대를 졸업하고 정식으로 교원임용시험을 거쳐 채용된 교사라면 업무가 힘들 수는 있어도 못한다고 좌절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도시의 거친 학생들, 학교폭력사태, 민원에 지친 교사라면 재충전 하는 마음으로 시골의 소규모 학교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비록 업무량은 많을 지라도 그 속에서 아이들과의 행복한 관계, 웃음을 지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