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제하야와 사와코에게 만찢남, 만찢녀란 표현이 어울릴까? 사실 실제로 만화 속 주인공들이니깐. 하지만 현실 어딘가에도 카제하야 같은 남자와 사와코 같은 여자가 있지 않을까?
카제하야는 사와코에게 처음 길을 묻던 순간, 긴 생머리와 환한 미소에 반해버린다. 하지만 사와코는 오랜 시간, 따돌림을 당한 처지였다. 하지만 사와코가 웃고 있을 땐, 이 세상 누구에도 비기지 않을 절세미녀였다. 게다가 마음은 비단결처럼 고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그 자체.
사람들은 사랑과 연애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마치 연애를 많이 해봐야 당연한 것처럼, 그래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구태여 필요 없는 경험을 쌓는다. 하지만, 카제하야와 사와코의 러브 스토리뿐만 아니라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한국 고전 소설 <춘향전>도 처음 만난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이 작품들은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보여준다.
반면에 소설 <폭풍의 언덕>은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첫사랑이 엇갈려 증오와 복수의 피비린내 나는 비극적 이야기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이 한 말을 오해해 그녀의 진심을 오해하고 집을 나가버리면서 비극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히스클리프의 자격지심과 캐서린의 솔직함이 부른 불행과 파멸의 이야기다. 결국 둘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상대방을 두고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만다.
진심을 다한 사랑이 전자처럼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고, 후자처럼 비극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그 바탕에는 서로가 얼마나 진심을 다해 대화를 나누는지에 달려있다. 대화를 한다면서 건성으로 듣거나 정작 자신의 시간이나 노력은 조금도 할애하지 않는다면 거기에 진정성이 깃들 수 있을까?
카제하야는 사와코가 반 친구들에게 모두 비웃음을 당하고 혼자 있는 그 순간에도 언제나 곁을 지켜주고 용기를 불어 넣어준다. 천진난만하고 엉뚱한 사와코가 친구들의 장난에 5초 동안 눈을 감고 있어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사랑스럽게 바라봐준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카제하야가 나쁜 남자에 보수적인 마초남이었다면 사와코가 가볍다고 욕을 했을 것이다. 그런 남자였다면 둘은 절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카제하야는 ENFJ로 추정되고 사와코는 INFP로 추정된다. 외톨이인 사와코를 인기많은 카제하야가 언제나 옆에서 돕고 챙겨준다. 사와코도 마냥 도움만 받지 않고 자신의 우수한 학업적 재능과 순수함으로 친구들을 도우면서 점차 친해진다. 상냥하고 웃음이 많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어주는 둘은 천생연분같다. 다들 마치 결혼 전에 연애를 많이 해 본 것을 자랑처럼 여기며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문학이나 예술작품 속 아름답고 진실한 사랑을 한 커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처음인 경우가 많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유지하는 데는 연애 경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카제하야와 사와코처럼 상냥하고 따뜻한 마음, 상대방에 대한 포용력과 이해심, 사랑을 키워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다. 자신은 조금도 손해보고 싶어 하지 않아하면서 상대를 자기 이기심에 맞춰 입맛따라 움직이고자 한다면 어느 순간 상대방은 지쳐 떨어져나갈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의 가치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과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 그럴 때 우리는 진짜 만화 같은 사랑이 가능하다.
https://youtu.be/CWlebc0d6xw?si=Z5H7i6M2CB2hLVL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