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로봇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이 일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점점 다가오는 우리의 현실일지 모른다. 알마는 로봇 감정사로 참여하며 톰이라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동거를 시작한다. 그는 플러팅을 서슴지 않는다. ‘당신의 두 눈은 마치 한 쌍의 호수 같아요.’라고. 그리고 가장 슬픈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한다. ‘홀로 죽는 것.'
알마는 여러 힘든 일이 연달아 터진다. 3년 간 공들인 연구는 3개월 앞서 다른 연구팀이 논문을 발표해서 무용지물이 되고, 사랑했던 남자는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갖게 되고...
외로운 마음에 톰과의 달콤한 밤을 보내고는 자신은 점점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알마. 로봇은 먹지도 않고 추위를 타지도 않는데 그를 위해 요리를 하고 이불을 덮어주는 행위가 연기에 불과하다고 감정이 폭발하고 만다. 결국 그녀는 톰을 그만 내보내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집을 떠나라고 하고...
그렇게 헛헛한 마음을 안고 거리를 정처 없이 걷다가 슈튜버 박사를 만난다. 오랜 시간 혼자였단 그는 휴머노이드 클로에를 배우자로 받아들여 더없는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삶은 불행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럼에도 알마는 휴머노이드 배우자는 인간의 단순한 욕망을 충족해 줄 뿐, 인간성과는 동떨어진 존재라며 휴머노이드 배우자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감정서를 보낸다.
“이룰 수 없는 그리움, 상상력, 행복에 대한 추구 그 갈망이야말로 인간성의 원천이 아니던가요? “ - 알마
과연 톰과 알마는 어떻게 될까? 정말 로봇과 인간을 사랑을 할 수 없는 존재일까?
만약 내가 알마의 입장이라면, 나라면 톰이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다면 정말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잘 모르는 수학적 계산, 과학적 원리를 단 몇 초 만에 떠올려 설명해 주고, 아름다운 시를 읊어주며, 나의 과거 추억마저도 조작해서 행복한 기억을 심어준다면, 알마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외롭게 늙어가는 것과 달리 좋은 것 아닐까? 요새도 반려 로봇은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톰처럼 살결, 머리카락, 눈동자, 제스처 하나하나 완벽한 인간으로 구현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톰의 대사, “사랑은 모든 경계를 극복하지 않나요?”
그리고 알마의 대사, “당신을 만나지 않길 바랐어요. 당신이 없는 삶은 당신이 없을 삶이 되었으니까.”
톰의 대사, “그것을 보통 사랑이라고 하지 않나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사랑하고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인류의 진보와 행복을 위해 개발된 휴머노이드 배우자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나 싶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건,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이라면, 설사 그게 로봇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언젠가는 닥칠 미래의 일을, 인간의 상상력을 토대로 미리 한 번 고민해 보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영화가 너무 잘 만들어져서 알마에게 깊이 공감하느라 이런 글을 쓰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로봇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 한 번쯤 궁금한 사람들은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내 봐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사랑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에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해봐도 좋을 듯싶다. 휴머노이드 톰은 정말 여자들이 원하는 완벽한 사랑을 보여준다.
“불쌍하다는 감정은 상대적인 겁니다. 그래서 불쌍하지 않죠. 그건 당신의 일부고 나는 그런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 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