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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Feb 04. 2021

성희롱을 절대 참으면 안 되는 이유

나를 보호하는 힘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6216 

학생> 교사 성희롱 덮고 2차 가해한 학교 관리자에게 징계 내려주세요.



 중학생이 신규 여교사를 수차례 성희롱하고 이를 보고받은 관리자가 피해 여교사를 2차 가해했다는 국민청원을 보게 됐다. 이제 하다 하다 학생들에게까지 성희롱을 받아야 하나 현실이 개탄스럽다. 미투 운동이 활발해졌지만 여전히 사회 시선은 불쾌함을 호소하는 여성을 예민하다느니, 왜 이리 호들갑이냐느니, 평소 행실도 만만치 않았다느니 2차 가해, 3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불편한 현실이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어린 학생이 그런 것 좀 교육과 계도로 넘어가면 안 되느냐고. 하지만 늘 참아왔던 당사자로서 결국 그것은 피해자한테 또 다른 화살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단언하고 싶다. 나는 국민청원에 동의하는 글도 남겼고 피해 선생님을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나 또한 피해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주로 대학 동기, 선배들, 직장 동료에 의해 발생했다. 성희롱을 넘어서 가장 최초의 성추행 기억은 초등학생 때이다.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난 그로 인해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말문이 막혔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잊고 지내다 대학생 때 대학 동기, 선배, 직장 동료들에 의해 수차례 성희롱, 성추행을 당했고 괴로움을 호소하자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또 2차, 3차 가해를 해왔다. '네가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 '왜 너만 그렇게 유난스럽냐.',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일이 없는데 왜 너만 그러냐.'

 

 나는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구구절절이 공감하며 읽었다. 어쩌면 내가 그 소설을 읽고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늘 참아왔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팔뚝살을 주무르고,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동무를 하고, "너 임신한 거 아니냐?"라는 식으로 성추행, 성희롱을 해오는 사람들을 난 나이가 어리고 힘없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감내하고 참아왔었다. 그러다 돌아온 결과는 '내가 행실이 나쁘다'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었다. 나는 억울한 피해자인데도 늘 참아왔단 이유만으로 더한 몰지각한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피해자는 나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역시 비난뿐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용기 있는 행동에 아낌없이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꼭 피해 선생님이 싸움에서 이겼으면 좋겠다.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잘못을 덮어주기에는 성희롱이라는 것은 한 여자의 인격을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남성들의 성의식, 왜곡된 성문화가 N번방 사건을 만들어낸 거고 이제는 어린 학생들까지 자신을 가르쳐주는 교사를 성희롱하는 행태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성매매를 필수불가결한 것처럼 말하는 남자들, 여자가 거절 의사를 표현했어도 한 번 튕겨보는 거라며 착각하고 계속 들이대는 무례한 남자들, 우정의 관계는 조금도 허락하지 않고 무조건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려는 남자들한테 너무 질리고 고통을 받아왔다. 세상엔 XX염색체, XY 염색체로서의 여성과 남성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는 한 사람의 인간 대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인 괴롭힘을 당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나는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했을 때 무조건 덮어두고 은폐할 것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외치는 것일 뿐이다. (난 그 과정에서 늘 상처 받고 좌절했었고 피해의식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그럴 때 애초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진심으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변화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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