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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an 05. 2021

남다른 요소가 나를 빛내준다

독특한 나를 인정해주기

 우리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길 원하면서 한 편으로는 남과 동화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사람이 흔히 쉽게 친해지는 데는 동질감이 무시 못 한다고 하니 더 그럴 법하다. 역사적으로 흑백차별이나 마녀사냥, 종교 갈등 등 서로 달라 발생한 사건들이 많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시대 도살업자였던 백정은 천민 중에 천민으로 사람 취급하지 않던 시기도 있다. 계급이 철폐되고 자본주의 시대가 들어선 지금은 사회적 지위, 재산으로 인한 차별이 만연하다.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고 바벨탑의 정상을 향해 무리 지어 달려가는 국면이다. 그래서인지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에 남다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사정없이 공격을 받는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가수 호란은 대학 시절 깃털 옷을 입고 와서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그게 왜 왕따당할 일인지 씁쓸하기만 하다.


 기발한 그림책을 한 권 봤다. 제목은 <까만 아기 양>. 도서관에서 책을 둘러보던 중 제목에 끌려서 보게 되었다. 아기 양이 까맣다니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이다. 까만 염소는 알아도 까만 아기 양이라 궁금해져서 책을 펼쳐 들었다. 이야기는 알프스 산에서 양을 치는 양치기 할아버지와 그가 기르는 양치기 개 폴로에서 시작된다. 양치기 개 폴로는 까만 양을 싫어한다. 다른 하얀 양들처럼 왜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지 왜 툭하면 딴생각하느라 지시를 따르지 않는지 못마땅하다. 마치 독재자를 연상시킨다. 직장이라면 예스맨을 원하는 독불장군 상사를, 학생이라면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강압적인 선생님을 떠올릴 것이다. 까만 양처럼 대학시절 강의시간이면 자주 멍을 때리고 상상의 나래로 도망을 쳤던 나에게도 양치기 개 폴로같은 존재가 있었다. 까만 아기 양이 ‘왜 나만 미워하지’라고 생각했듯이 나 또한 억울함을 차곡 차곡 쌓아갔다. 그래서 더 이야기에 몰입이 되었다. 과연 까만 아기 양은 어떻게 될까?


까만 아기 양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였어요.

폴로가 자기만 미워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나도 눈처럼 하얀 털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까만 아기 양은 양치기 할아버지를 찾아가 부탁했어요.

“할아버지, 저는 털이 까매서 조금만 실수를 해도 폴로가 금방 알아차려요.

저를 위해 하얀 털실로 스웨터를 하나 떠 주세요. 눈에 잘 띄니까 폴로가 저만 보면 으르렁대요.”


 결론적으로 이 이야기는 이 세상에 쓸모없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는 메시지를 준다. 우박과 눈보라를 피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까만 아기 양. 그를 시샘하는 양치기 개 폴로. 그리고 모두를 껴안아 준 선량한 양치기 할아버지까지. 이 이야기가 세계 곳곳에서 번역되고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생각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까만 아기 양이 다른 생각을 하느라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데 불만을 보인 양치기 개 폴로처럼 어쩌면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불만을 품는 것은 내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째서 나 아닌 타인이 나의 뜻대로 움직여줘야 하는가? 우리는 각자의 자유의지를 타고난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사람들인데...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흔히 모범생으로 불리는 선생님들이 칭찬하는 학생은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다. 그런데 정말 모범생들이 성공하는가? 그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만큼 기여하는가? 우리는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그러한 모범생들이 아니라는 것을. 사고하고 변화의 혁신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언제나 남다른 사람들이었다.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세상에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주어진 질문에 역으로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 그러한 사람들이 이 세상을 주름잡아왔다. 극단적으로는 반역자로 몰려 처형당할지라도... 


 모두가 같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는 법이다. 하다못해 정신병이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유전되는 데에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천재와 정신질환자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도 있듯이 정신질환자의 혼란스러운 사고방식, 끊임없는 창조성이 인류에 천재적인 업적을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고흐, 뉴턴, 버지니아울프, 존 내쉬 등. 


 그러므로 우리는 까만 아기양 이야기처럼 사람들을 모두 획일적인 공산품으로 만들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인류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일 것이다. 또한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언짢게 하는 이가 있다면 혹시 내 기대가 그만큼 높은 건 아닌지 나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면 상대방도 나를 그만큼 인정해줄 것이다. 서로의 독특함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따스하게 바라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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