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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Nov 15. 2020

우리는 모두다 조금은 이상하다

모자에 꽃을 장식한 빨강머리 앤을 보며


모자에 꽃을 장식하고 주일학교에 간 앤

 빨강머리 앤 8화 <앤의 주일학교>에서 앤은 모자에 미나리아재비 꽃을 잔뜩 장식하고 주일학교에 간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돌았나봐. 확실히 어딘가 이상하군. ”이라며 수군댄다. 안 그래도 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수다쟁이라 함께 사는 마릴라 아줌마조차 “확실히 어딘가 이상한 애야.”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러나 빨강머리 앤 책을 끝까지 읽은 우리는 앤의 그러한 상상력과 어딘가 이상함이 그녀의 힘이란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앤이 그러한 수군댐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상상력이란 힘만큼이나 소중한 다이애나란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마릴라 아줌마, 매튜 아저씨, 그 밖에 친구들도 큰 힘이 되었지만) 이상하다고 놀림 받던 앤을 다이애나는 누구보다도 아끼며 사람들과 연결해준다. 세상의 모든 앤에게 다이애나 같은 친구가 있다면 수많은 갈등과 혐오, 배척이 사라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나는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을 좋아한다. 고등학생 때 처음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접하고 그 후로 줄곧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찾아 봤다. 토토로부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붉은 돼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벼랑 위의 포뇨 등 거의 모든 지브리의 애니를 빠짐없이 다 찾아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용 시험에 합격한 후 스물네살에 도쿄의 지브리 스튜디오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곳에서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향한 열정과 노력, 그가 집대성한 작품들을 살펴보고 올 수 있어 행복했다.     


 만화책도 좋아하고 학창시절에는 게임도 좋아했다. 파랜드 택틱스, 피파 2002, 프린세스 메이커, 심즈, 퀴즈퀴즈, 마비노기, 해피시티,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 다양한 게임을 섭렵하고 즐겨했다. 그런데 그런 게임도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단박에 끊을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되니 학창시절, 짬을 내서 했던 게임들과 달리 학부 공부 이외의 시간들을 좀 더 알차고 유용한 시간들로 보내고 싶어서였다.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게임을 즐겨하는 학생들을 마냥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한때 쿠키런이란 게임이 유행했을 때는 반 학생들과 함께 게임 대결을 펼쳐 친밀감을 쌓기도 했다. 요새는 각종 보드게임을 알아보고 있다. 수학 수업에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지식이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공부이다. 여전히 디즈니나 지브리 또는 신카이 마코토의 새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고 추억의 만화책을 소장하는 것을 즐기며 앤처럼 공상을 즐기는 나이지만 요새는 무언가를 배우는 것만큼 즐거운 것은 없다. 이런 나를 두고 우리반 제자들은 ‘공부 좀 그만하라’며 ‘좀 놀아요’라고 말한다. 공부보다 노는 걸 좋아하는 우리반 학생들로서는 공부에 열중하는 선생님이 이상해보이나 보다. 물론 나는 그 아이들을 이해한다. 나도 그 나이 때 무엇보다 노는 게 좋아서 다니던 학원을 다 끊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상하다는 것,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나와 다름에서 연유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섣불리 이상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배척한다. 그런데 다시 살펴보면 우리는 누구나 다 다르다. 누구나 다 조금씩 이상하다. 중요한 것은 차별과 배제로 세상에 만연한 혐오를 불러일으킬 게 아니라 이해와 포용과 연대로 함께 어울려 가는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닐까. 그리고 작가의 첫 걸음은 그러한 메시지를 아름다운 지혜의 글로 세상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일이라고 본다. 앤과 다이애나처럼 모두가 소중한 우정을 지켜나가길 바라며...     

     


“저 밑에 난쟁이들이 사는 집이 있는 게 아닐까?”

“낚시 램프의 파편이야.”

“아니야. 이건 요정들의 거울이야. 작은 무지개를 모아서 만든 거야. 틀림없이. 꿈결처럼 아름다운 빛을 갖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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