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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May 20. 2020

<마녀 배달부 키키>에게서 공감하는 사회생활

슬럼프를 넘어서는 힘

빨간 리본을 머리에 달고 라디오로 일기 예보를 듣는 키키


 가끔은 정말 마음 편히 아무것도 안하고 싶을 때가 있다. 휴양지에서 썬베드에 누워 모히또 한 잔 하는 듯한 느긋한 휴식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 ASMR을 듣기도 하고, 재즈 음악을 듣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 편안히 마사지기에 몸을 눕히기도 하지만 오늘 선택한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는 것이었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에 행복했던 두 시간.


 일본 작곡의 거장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폭의 수채화같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오늘 내가 본 것은 바로 <마녀 배달부 키키>. 고등학교 1학년 때 봤을 때는 막연히 마녀가 사는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 대한 동경을 심어줬던 영화라면 오늘은 새삼 샐러리맨의 애환이 읽힌다. 이 영화의 주인공, 13살의 마녀 키키는 마법 수련을 위해 가족과 정든 마을을 떠난다. 하늘을 여행 중 꿈꾸던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 정착해 좌충우돌 성장기를 펼쳐 가는데……․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 정착

 키키는 먹을 것과 재워 주는 것을 제공해주는 조건으로 한 빵집에 취직한다. 자신의 특기인 날아다니는 것을 무기로 빵이나 선물 배달에 나서는데 그 과정이 사회초년생의 분투기와도 닮아 있다. 배달일이 잘 되어가는 것 같다가도 거센 바람을 만나 들고 가던 손님의 선물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까마귀에게 알을 훔치려 한다는 오해를 받아 떼 지어 공격을 받기도 한다. 한 동안 빵집에 손님이 없어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중 장대비가 쏟아져 심한 감기몸살을 앓기도 한다. 시련은 한꺼번에 몰려오는지 나중에는 마법의 힘이 사라지기까지 하는 등 크나큰 좌절을 겪는다.


빵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키키

 짐작하겠지만 이 영화는 바로 키키의 직장생활의 애환과 그것을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과 달리 중상모략과 괴롭힘, 이간질, 비아냥이 난무하는 전쟁터로서의 애환이 아니라, 서로 지지해주고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따스한 곳이란 점에서 크나큰 안식처로 다가온다. 마녀와 인간이 공존하는 이상향으로서의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마을…….


 키키는 우연히 만난 화가 소녀에게 내가 잘하는 일이라 배달 일을 직업으로 삼았지만 힘들 때가 있어.”라고 말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열심히 한다고 했으나 슬럼프가 오기도 하고 익숙하고 잘한다고 자만했으나 어이없는 실수에 허탈해지는 상황. 그런 키키에게 화가 소녀는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 자신 또한 그림이 잘 안 그려질 때가 있다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림이 절로 그려지고 싶은 순간이 온다고. 1989년 작품인 이 영화는 사회초년생, 더 나아가 모든 직업인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자아낸다.


 가끔은 프리랜서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직장생활이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라고 만만하지는 않는 법! 결국 현실을 체감하고 다시 내가 발 디딘 곳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지만 그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한층 성장하리라 믿는다. 마녀 배달부 키키가 결국은 마법의 힘을 되찾고 성공적인 비행을 하듯이. 또한 키키에게는 지지라는 고양이와 안경잡이 친구 톰보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소중한 동업자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음악과 사랑스런 키키와 지지, 든든한 톰보 덕분에 크나큰 행복을 느꼈다. 오랜만에 편안한 휴식이었다.


이야기의 끝.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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