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한 문제만 틀려도 울던 현지가 봄날 동시를 쓰고, 산비둘기의 알을 관찰하고, 어린이날 기념으로 걱정 인형을 만들고 함께 반가를 부르면서 학교가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기획 의도:
불안하고 마음이 힘들던 현지가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여러 사건을 겪으며 긍정적으로 변화하면서 학교를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목차:
#1. 현지의 눈물
#2. 봄날의 동시
#3. 숨겨진 진실
#4. 숲에서 길을 찾다
#5. 토끼도 지치고 힘들 땐 쉬어도 돼
#6. 롤리폴리 과자
#7. 걱정은 노노노 노래하자
#8. 아쿠아리움에 비친 빛 한줄기
#1. 현지의 눈물
“아아아앙.”
새학기를 맞이하고 처음 맞이한 수학 시간, 현지는 울음을 크게 터뜨립니다. 선생님은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줄을 몰라 하시네요. 은하윤 선생님은 그저 틀린 문제를 채점해 주고 다시 풀어보라고 말씀하셨을 뿐인데 무언가 실수를 했나 가슴이 철렁했어요.
“현지야, 틀려도 괜찮아. 고작 한 문제잖니.”
“아아아앙.”
그럼에도 현지는 울음을 그칠 줄 모릅니다. 친구들도 여기저기서 거들어 줍니다.
“현지아, 나는 너보다 더 많이 틀려.”
“현지아, 너는 문제를 빨리 풀잖아. 나보다 더 잘하는걸.”
“현지아, 괜찮아. 울지마.”
현지는 선생님 말씀에 왜 울음을 터뜨린 걸까요? 선생님도 짐작만 할 뿐이에요. 현지가 공부에 대한 압박이 심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선생님은 당황스러워서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가서 선생님들한테 이야기했어요. 우리 반 현지가 눈물이 많다고요. 그러자 선생님들은 작년에도 그랬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현지의 문제가 뭘까, 원인이 뭘까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어요.
다음날이 되었어요. 사회 시간, 음악 시간, 미술 시간 내내 현지는 즐거워 보였어요. 선생님은 어느새 기우였나 하며 현지가 괜찮은 것 같아 안심되었어요. 고장의 지리적 특성을 알아보고, 새싹의 노래를 부르고 신체 표현을 하고, 봄에 볼 수 있는 자연물들로 그림을 꾸며보는 일들을 했어요. 현지는 어제와는 다르게 정말 많이 밝아 보였어요. 그런데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긴 했어요. 그건 음악 시간에 있었던 일이에요.
“호형이는 땅꼬마, 키가 작은 꼬맹이.”
노래를 부르는데 현지는 노랫말을 바꿔 부르며 호형이를 놀리곤 했어요. 친구들은 웃고 자지러졌지만 호형이는 울상이 되어서 속상해하고 있었어요. 선생님은 장난과 친구에 대한 폭력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선생님은 그날 아이들이 모두 집에 간 후, 조용한 교실에서 현지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어요. 어머니는 일하느라 바쁘신지 전화를 받지 않으셨어요.
“네. 집에서 아이를 잘 다독이겠습니다. 그런데 작년엔 그러지 않았는데 조금 이상하네요.”
선생님은 당황스러웠지만 학부모와 교사는 동반자라는 생각을 갖고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반 친구들이 서로 놀리거나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잘 지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창밖에는 벚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었어요. 분홍빛, 흰빛 꽃들이 아름답게 막 터진 팝콘처럼 보였어요. 어느새 꽃망울을 터뜨린 꽃의 장관을 보면서 선생님은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그건 바로 ‘동시 쓰기’였어요.
‘아, 봄꽃과 함께하는 동시 쓰기 수업을 해야겠다.’
선생님은 사실 선생님이면서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했어요. 평소 시 쓰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대학원에서 공부도 많이 했거든요. 몇 해 전, 반 제자들이 쓴 시를 모아서 동시집을 엮어서 내기도 했어요. 그때, 고맙다고 말해준 학부모 덕분에 아주 뿌듯했던 기억이 남아있었죠.
선생님은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누었어요. 그러자 만장일치로 좋다고 했어요. 교장선생님께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선생님은 학교에서 학생 생활지도 및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어요.
‘봄꽃과 함께하는 생명 존중 교육’
이란 제목으로 선생님은 업무 추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이것저것 활동지도 만들고 다시 검토하고 기안문을 완성해서 올렸어요. 이제 결재만 나면 됩니다.
선생님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고민에 빠졌어요.
‘만약, 동시 쓰기 수업이 잘 안되면 어떡하지? 그냥 유희거리로 전락하면 어떡하지?’
‘아니야. 그래도 봄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잖아. 분명 아이들도 생명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거야.’
‘생명 존중 의식을 가지면서 친구들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어요. 선생님은 전투력에 불타올랐어요. 어린이들 마음에 ‘봄꽃’처럼 화사하고 밝고 명랑한 예쁜 마음이 자라나길 기대했어요.
#2. 봄날의 동시
며칠 뒤,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봄꽃과 함께하는 생명 존중 교육’이 실시되었어요. 선생님은 먼저 벚나무 아래에서 찍은 사진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사진을 찍으면서 벚꽃도 관찰하고 시에 대한 영감을 떠올려 보게 할 생각이었어요. 아이들은 밖으로 나간다는 말에 신나서 어쩔 줄을 몰라 했어요. 모두들 의자를 책상으로 밀어 넣고 운동화로 신발을 갈아신고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그런데 한 명이 보이질 않네요.
“얘들아, 안 보이는 사람이 있네. 누구지?”
“선생님, 현지가 저기서 천천히 오고 있어요.”
수진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현지가 인상을 찌푸린 채,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어요. 현지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어요.
“현지아, 어서 와.”
현지는 철퍼덕철퍼덕 걸어서 겨우 친구들이 있는 벚꽃나무 아래에 섰어요.
“현지아, 무슨 일이야? 갑자기 기분이 안 좋니?”
“........”
현지는 인상을 찌푸린 채 말이 없었어요.
“일단 선생님이 예쁘게 사진 찍어줄게. 사진 찍기 전에 너희끼리 포즈를 잡아봐.” “네.”
아이들은 손을 머리 위로 들어 큰 하트도 만들어 보고, 허리에 손을 대고 모델 포즈도 취해봤어요. 팔을 길게 뻗어 손을 흔들고 인사하는 시늉도 해보고요. 선생님은 세 가지 동작 다 마음에 들었어요.
“자, 1번 포즈! 오케이.”
“2번 포즈! 좋았어.”
“3번 포즈! 너무 이쁘다.”
아이들은 벚나무 아래에서 벚나무 향기에 취한 채 다양한 동작을 선보였어요. 선생님은 그 순간을 찰칵찰칵 남겼어요. 어찌나 흐뭇한지 선생님은 기분이 좋았어요. 한층 고양된 목소리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어요.
“자, 이제 벚꽃을 충분히 감상하세요. 꽃잎의 색깔, 향기, 자태 모두 관찰한 후, 교실로 돌아가서 ‘봄꽃’과 ‘생명의 소중함’을 주제로 동시를 써보도록 할 겁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들은 후, 벚꽃을 하나하나씩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마치 생태학자가 된 것 마냥, 꽃의 천사가 된 것 마냥 세심히 조심스럽게 두 눈을 크게 뜨고 코를 벌렁거리며 관찰했어요. 아이들은 벚꽃의 생명력이 몸에 흡수된 것만 같아 행복했어요. 들뜬 마음으로 교실로 돌아갔습니다.
“음... 시의 제목을 뭐라고 하지?”
“선생님, 그림도 그리나요?”
선생님은 아이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어요.
“제목은 먼저 써도 되지만 제일 마지막에 쓰는 게 더 좋아.”
“우리 시화 작품을 완성해야 하니깐 그림도 꼭 넣어보자.”
학생들은 나름대로 동시를 쓰고 그림을 곁들여서 시화 작품을 완성해 나가기 시작했어요. 자신들이 마치 꼬마 시인이 된 기분이었어요. 창문에서는 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어요. ‘봄꽃’과 ‘생명의 소중함’을 연결하는 게 낯설면서도 색다르게 느껴졌어요. 그중에 소정이와 민수의 작품이 우수작으로 뽑혔어요.
봄꽃과 생명
봄에 꽃이 피듯
새로 태어난 우리 아기
화사한 분홍꽃이
아기의 붉은 입술같다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이
아기의 울음같다
봄꽃처럼 아기의 생명도 소중하다
그러니깐 나의 생명도 소중하다
소정이는 얼마 전에 엄마가 막냇동생을 낳았거든요. 이제 태어난 지 석 달 된 막냇동생을 생각하면서 시를 썼더니 멋진 작품이 탄생했어요. 모두들 감탄하며 축하해 주는데 현지만은 볼멘소리를 내었어요.
‘쳇, 저런 시 나도 쓸 수 있어.’
민수의 시도 멋졌어요. 민수가 자신이 만든 작품을 들고 발표했어요.
벚꽃 아래에서
벚꽃 아래에서
나 친구들과 두 팔 벌려
인사했어요
벚꽃은 우리의 친구
내 친구들도 소중한 친구
친구들아 사랑해
아름다운 벚꽃과
귀염둥이 우리 반 친구들
그리고 사랑스러운 나
모두들 사랑해
두 팔 벌려 하트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현지는 불만이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현지에게 발표시켰어요.
벚꽃 그리고 나
벚꽃은
화사한 봄꽃
나는 3학년
어린이
꽃은 생명력으로
가득하지만
나는 하루하루가
힘겹다
선생님은 친구들에게 현지의 시가 아주 솔직한 시라고, 자신의 정서가 잘 드러나 있다고 칭찬해 주었어요. 앞에 두 친구에 비해 어두운 분위기이지만 시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고 현지가 앞으로 더 밝고 긍정적으로 변모하길 바란다며 응원해 주었어요. 그러자 반 친구들도 모두 현지를 응원했어요. 아이들은 정말 따뜻하고 순수했어요. 착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현지의 시로 인해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되었지만,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마음먹고 현지의 상태를 상담 일지에 옮겨 적었어요.
#3. 숨겨진 진실
다음날 현지는 또 아무렇지 않게 쌩쌩한 얼굴로 학교에 왔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마음을 놓지 못했어요. 사실 선생님은 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선생님도 현지처럼 힘겨운 시간을 겪었었거든요. 많이 불안하고 우울했어요. 세상에 지쳤어요. 그래서 죽고 싶은 적도 있었죠. 현지가 혹시 그런 상태는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현지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어요.
오전 수업을 마치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일이 없는 듯했죠. 수요일인 오늘 무사히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점심을 먹고 일이 터졌어요. 아이들이 선생님을 불렀어요.
현지의 책상 서랍 속 공책에는 빨간색 색연필로 ‘죽고 싶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아주 커다란 글씨로요. 다음 장을 넘기자, 거기에는 ‘죽여버리고 싶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선생님은 가슴이 철렁했어요. 무엇이 이렇게 현지를 화나게 했을까, 뭐가 이렇게 힘든 걸까 걱정이 되었어요.
선생님은 현지에게 교실에 남아있으라고 한 후,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후 상담을 시작했어요.
“현지야, 무슨 일이 있던 거니?”
“선생님, 저 죽고 싶어요.”
“힘든 일이 있어?”
“모르겠어요. 죽고 싶어요.”
“선생님도 죽고 싶었던 적이 있어서 그 마음 잘 알아.”
현지는 선생님의 말씀에 슬픈 표정이 조금 가시었어요.
“선생님이요?”
“응. 모든 걸 다 말하기엔 시간이 부족하지만 한 가지는 말해줄 수 있어. 그건 죽고 싶었던 마음도 힘든 마음도 지금은 고통이지만 언젠가는 커다란 힘이 될 수 있다는 거야. 선생님도 그랬었지만 지금 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잖아. 만약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현지의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었을 거야. 그런데 그런 경험이 있어서 누구보다 현지의 마음에 공감하고 아파할 수 있어. 현지도 그럴 거야. 현지가 지금은 많이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잘 이겨내면 먼 훗날 누군가에게 선생님처럼 위로를 건넬 수 있어.”
현지의 얼굴 위에 눈물방울이 계속 타고 흘렀어요. 잠시 후 현지는 말을 건넸어요.
“선생님, 공부가 너무 힘들어요. 엄마·아빠가 미워요. 계속 공부만 시켜요.”
“그럼, 선생님이 부모님과 한번 통화해 볼까? 어떤 점이 가장 힘드니?”
“주말에도 계속 공부해야 하고, 한 문제만 틀려도 엄청나게 혼나서 무섭고 스트레스받아요.”
“그렇구나. 그럼, 그 부분은 선생님이 도움을 줄게. 많이 힘들고 두려웠겠구나. 우리 현지는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실수할 수 있고 틀릴 수 있어. 그리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이제 겨우 열 살밖에 안 됐는데 많이 놀고 즐겨야지. 선생님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님과 상담해 볼게.”
“네, 감사합니다.”
“이제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니?”
“네. 선생님 덕분에요. 감사합니다.”
현지는 선생님과 상담을 마치고 가방을 싸서 집으로 가는 통학버스에 탔어요. 교실을 나서면서 선생님을 향해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 현지의 눈빛에는 선생님을 사랑한다는 마음이 가득했어요. 선생님도 현지의 뒷모습에 마음이 애잔했습니다.
현지가 돌아가고 선생님은 이번에는 현지 어머니와 통화를 했어요. 현지 어머니께서는 무척 놀라는 눈치셨어요. 그리고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현지가 아무래도 제가 직장에 다니고 나서 많이 외로워하는 거 같아요. 엄마의 사랑을 무척 원해요.”
“아, 그렇군요. 현지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무척 잘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커요. 그 부분을 많이 안심시키고 반복적으로 괜찮다고 말해줘야 할 것 같아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요.”
“네네. 알겠습니다. 가정에서도 좀 더 사랑으로 세심히 지도하겠습니다.”
“네. 학교에서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도할게요. 앞으로 잘 지켜보겠습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은 조금 안심이 되었어요. 현지의 어머니도 선생님을 믿고 협조적으로 잘 응해주시는 것 같았거든요. 간혹 ‘우리 애는 그럴 리가 없다.’, ‘선생님이 바뀌고 문제가 생긴 것 같다.’라거나 ‘그걸 왜 저한테 얘기하세요?’라는 학부모님을 만나면 매우 힘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현지 어머니는 좋으신 분 같았어요. 현지가 많이 걱정되고 속상하지만, 한시름 던 기분이었답니다.
#4. 숲에서 길을 찾다
「산비둘기가 트리하우스에 알을 낳고 갔어요. 조심히 지켜봐 주세요. -교장 선생님」
학교 교직원 메신저로 쪽지가 하나 날아왔어요. 산골 마을에 있는 현지네 학교에는 트램펄린과 트리하우스가 있었어요. 트리하우스는 나무를 관통하는, 나무로 만든 커다란 목조 쉼터였어요. 그곳에 산비둘기가 어찌 알았는지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은 거였어요. 교장선생님이 제일 먼저 발견하고 교내 모든 선생님에게 쪽지를 보냈어요. 현지네 담임 선생님, 은하윤 선생님도 쪽지를 받았답니다. 선생님은 벌써 마음이 동동거리고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반 아이들과 산새와 알을 볼 생각에요. 선생님은 기쁜 마음을 억누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말했답니다.
“얘들아, 우리 학교에 반가운 손님이 놀러 왔어요. 산비둘기가 우리 학교 트리하우스에 알을 낳았대요.”
“네? 선생님, 알을 낳았다고요?” 현지가 먼저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선생님? 정말이에요? 지금 당장 보러 가요!” 민수도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보러 가기 전에 새들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은하윤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어요.
“우리 먼저 산비둘기와 알에 대해 알아볼까요?”
“네!!!”
선생님은 아이들이 체육 수업을 하러 간 사이 열심히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했어요. 학생들이 산비둘기와 알에 친숙해지고 소중히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했어요. 다 완성하고 나니 아주 흡족했어요.
아이들이 돌아오고 선생님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반 아이들에게 만든 프로젝트 활동지를 나누어주었답니다. 웬일인지 현지도 이 시간만큼은 즐거운 듯이 보였어요. 차분하게 활동에 임해주었어요.
알과 관련된 경험을 쓰기도 하고, 여러 가지 모양의 알을 색칠하고 오리기도 하고, 알 속 풍경을 상상해 보기도 했어요. 재미있는 말을 넣어 알을 주제로 동시를 지어보기도 하고, 알들의 대화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알에게 편지 쓰는 활동도 있었어요. 알을 품고 있는 주인을 상상해서 그려보기도 하고, 알껍데기를 색종이로 알록달록 붙여보기도 했어요. 이 모든 활동을 현지네 반 아이들은 아주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즐기면서 해주었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은하윤 선생님도 아주 흡족한 마음이 들었어요.
“와, 다했다.”
“어서, 빨리 알을 보고 싶어.”
2시간 후, 아이들은 모든 활동을 마쳤어요. 선생님은 제각각 흩어져 있는 아이들의 활동지를 모아 하나의 책으로 엮었어요. 그리고 맨 앞장에는 <알 프로젝트>라는 표지를 붙였어요. 아이들은 함께 협동하여 하나의 프로젝트 물을 완성했다는 것이 기뻤어요. 그리고 아이들은 알을 더 소중히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이제 선생님은 트리하우스에 산비둘기와 알을 보러 가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 그런데 산비둘기는 어쩌다 여기까지 날아온 거예요?”
현지가 물었어요. 현지는 장난도 많이 치지만 호기심도 참 많은 아이였어요
.
“그건 그만큼 우리 학교가 살기 좋은 곳에 있다는 뜻 아닐까?” 선생님이 대답하자 이어서 어휘력이 남다른 소정이도 말했어요.
“자연 친화적인 학교라 산비둘기도 좋았나 봐요.”
“하하하.” 아이들은 모두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며 운동장으로 나갔어요.
“얘들아,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해. 산비둘기가 놀라면 날아갈지도 모르니깐.”
“네.”
아이들은 2층 높이에 있는 트리하우스 위쪽으로 계단을 올라 까치발을 하며 살금살금 다가갔어요. 산비둘기는 둥지 위에 조용히 앉아 알을 품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다가왔지만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어요.
“오, 알을 품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다.”
“내가 본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생각나.”
“그건 닭이지 새가 아니지.”
“알을 품는 건 똑같잖아.”
아이들은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소리로 서로 옥신각신하였어요.
“쉿!”
선생님은 조용히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갔어요. 아이들은 선생님의 신호를 알아듣고 사뿐사뿐 올라갔을 때와 반대로 조심히 내려왔습니다.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서 서로 산비둘기와 알을 본 소감을 이야기했어요.
“선생님, 알을 보니깐 전 갑자기 엄마가 생각났어요.” 현지가 이야기했어요.
“엄마? 어떤 생각?”
“엄마도 나를 오랫동안 뱃속에 품고 낳아주셨잖아요. 산비둘기도 저희 엄마랑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요. 저도 제가 엄마 배 속에 아기였을 때를 떠올렸어요.” 민수도 이야기했어요.
“맞아. 얘들아, 산비둘기가 소중히 알을 품고 있듯이 너희들의 어머니도 10달 동안 너희를 위해 몸을 조심히 하고 보살펴서 너희들을 낳은 거야. 갓 태어난 아기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야. 그런 너희들이 지금 이렇게 건강한 10살로 자랐다는 건,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깐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할까?”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요.” 호형이가 대답했어요.
“저를 소중히 여길래요.” 현지도 대답했어요.
선생님은 현지의 대답에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죽고 싶다고 공책에 낙서했던 현지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말해 마음에 감동이 일었어요. 그리고 선생님은 산비둘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답니다.
#5. 토끼도 지치고 힘들 땐 쉬어도 돼
하지만 현지는 또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어요. 수업하다 말고 계속 엎드려 있었어요. 친구들을 놀리기도 하고요.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어요. 선생님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며 공문을 처리하기 위해 업무관리시스템에 접속했어요. 새로운 예산 관련 공문이 와있었어요. <학업 중단 예방>을 위한 예산이 배정된다는 공문이었어요. 선생님은 이 예산을 활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라도 현지가 학업에 부담이나 어려움을 느끼고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던 찰나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 머릿속에 문득 작년에 어떤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봤던 글이 생각났어요. 교실에 인디언 텐트를 설치하고 아이들 마음을 다독여 준 선생님의 글이었어요. 다시 검색해 보니 그 글이 보였어요. 정말 좋은 아이디어란 생각이 들었고 선생님은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들과 의논했어요. 그때 마침 교장선생님께서 교무실로 들어오셨어요.
“교장 선생님, 반 아이들을 위한 인디언 텐트를 설치해 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디언 텐트를 설치해서 어떻게 하는 거죠?”
“PDC 학급긍정 훈육 방법의 하나로 긍정적 타임아웃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교실에서 분노나 슬픔을 느끼는 아이들이 잠시 쉬면서 마음을 다독이는 공간이요.”
“괜찮은 것 같네요. 그럼 한 번 추진해 보세요.”
그렇게 교장 선생님과 구두로 이야기하고 은하윤 선생님은 교실로 가서 검색창에 인디언 텐트를 썼어요. 정말 많은 종류가 있었어요. 선생님은 그중에 가장 색깔이 밝고 좀 더 크고 귀여운 것을 골랐어요. 반 아이들에게도 미리 이야기해 주었더니 무척 좋아했어요.
며칠 뒤 인디언 텐트가 도착했고 선생님은 끼엉끼엉 혼자서 텐트를 조립했어요. 다 완성된 텐트를 본 아이들이 와서 환호를 질렀어요. 어떻게 꾸밀까 학급 회의를 열었어요.
“선생님, 저는 인형을 가지고 올게요.”
“선생님, 저는 집에서 안 보는 책을 가져올게요.”
“저는 담요도 있어요. 담요를 가져올게요.”
아이들은 저마다 텐트에 필요한 물품을 가져오기로 약속했어요. 그리고 텐트가 온 지 일주일 만에 긍정적 타임아웃 공간은 완성되었답니다. 아이들은 힘을 모아 <숲속 마음 텐트>라는 이름을 붙여 팻말을 달았어요. 학교가 숲속에 있다는 뜻에서 그렇게 지었어요. 다 완성하고 나니 아이들은 크게 손뼉을 치며 자축했답니다.
“선생님, 현지가 없어졌어요.” 호형이가 이야기했어요.
“현지, 숲속 마음 텐트에 들어갔어.” 소정이도 대답했어요.
숲속 마음 텐트의 1호 이용자는 아니나 다를까 현지였어요. 현지는 수업하다 말고 숲속 마음 텐트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어요. 학급회의 시간에 규칙으로 정했거든요. 수업하다가 불안하거나 힘들면 들어가서 잠시 쉴 수 있다고요. 일종의 타임아웃이죠.
텐트 앞에 나란히 놓인 실내화 두 짝을 보며 선생님은 마음이 안심되었어요. 텐트 안에서 현지가 마음을 편히 쉬기를 바랐어요. 그리하여 다시 힘을 내서 수업에 참여하기를 바랐죠.
15분 뒤, 현지는 텐트에서 나왔어요. 이미 친구들은 체육 수업을 하러 운동장으로 나간 뒤였어요.
“현지야, 마음은 좀 괜찮니?”
“네. 조금 괜찮아졌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힘들 땐 꼭 언제든지 이용해도 좋아.”
“네.”
“그럼, 체육 하러 가자꾸나.”
#6. 롤리폴리 과자
다음날 모든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은 교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어요. 조만간 있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친구 사랑 교육주간’ 운영 계획서를 수정 중이었어요. 그때, 현지가 교실로 들어와서 다짜고짜 선생님에게 이런 질문을 했어요.
“선생님은 원래 선생님이 꿈이었어요?”
“그건 왜 묻는 거야?”
“선생님은 왜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지 궁금해서요.”
“선생님은 모든 과목을 다 좋아해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그리고 어린이들이랑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서.”
“선생님, 저는 커서 청각 장애인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우와, 그거 멋진 생각인데. 어떡하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야?”
“저, 요즘 수화 공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매달 정기적으로 기부하세요.”
“와, 정말 멋진데…. 현지는 따로 장애 이해 교육이 필요 없겠구나.”
얼마 전에 선생님은 전교생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추진했었어요. 대한민국 1교시라는 영상을 함께 보고 안내견이나 장애가 있지만 성공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보는 활동으로 꾸몄었죠.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현지의 대답에 아직은 아이들을 믿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도시에는 학교폭력이다 교권침해다 뭐다 하고 학교붕괴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아직은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 덕분에 보람차고 행복한 마음이 들었어요.
다음 날 아침 일찍 출근한 선생님이 교무실에 다녀온 사이 책상에는 쪽지와 함께 롤리폴리 과자가 놓여있었어요.
「제가 아끼는 건데 선생님께 드려요. 선생님 덕분에 불안한 마음이 줄어들었어요. -현지」
선생님은 현지가 남기고 간 선물에 말도 못 할 감동을 느꼈어요. 현지에게 해준 말들이 현지에게는 큰 힘이 되었던 거예요. 현지한테 해준 거라곤 좋은 말들뿐이었던 것만 같은데 고맙게 생각해 주는 현지가 무척 대견해 보이고 한 편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선생님은 현지를 불렀어요.
“현지야, 이거 정말 선생님이 먹어도 되는 거니?”
“선생님, 저는 하나 더 있어요. 선생님께 꼭 드리고 싶어요.”
“요새는 잘 울지는 않아? 마음은 괜찮니?”
“네.”
“그래, 고마워.”
현지가 처음 봤을 때보다 우는 횟수가 준 게 정말 눈에 띄게 많이 보였어요. 공부에 대한 압박을 느끼지 않도록 다독여 주고 학부모 상담을 한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숲속 마음 텐트도요. 현지가 안정된 것 같아서 선생님도 안심이 되었어요.
그날 수업은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선생님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게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업을 마치고 방과 후에, 블로그에 교단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현지에게 고마운 마음을 글로 적었어요.
오늘 현지가 내게 롤리폴리 과자를 선물로 주었다. 자신이 아끼는 거라는 말에 더 가슴 뭉클했다. 조그만 어린애가 이렇게 내게 마음을 표현하다니….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리고 앞으로 더 어떻게 잘해주어야 할지, 어떻게 보답할지 고민이 된다. 이 아이 덕분에 너무나 행복하다.
은하윤 선생님은 이날의 일을 일기로 적고 오래오래 간직했어요.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갖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은 아이들의 앞날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에 두려운 마음도 들지만, 무엇보다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기에 한시도 허투루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끔은 게으르고 못난 모습도 보이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최고로 멋진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건 현지 같은 아이들의 응원이 있기에 가능했고 선생님은 늘 그걸 감사히 여겼어요. 이날은 선생님의 교직 인생에 있어서 또 한 번의 특별한 날로 기억되었답니다.
#7. 걱정은 노노노 노래하자
곧 어린이날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었어요. 이왕이면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무언가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찾아낸 게 ‘오르골 걱정 인형’이었어요. 직접 목각인형에 하나하나 스티커와 천을 붙여서 꾸미는 제품이었어요. 음악도 나오고요. 선생님은 너무 멋진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이날 전날 미술 시간에 선생님은 이 인형 조립 세트를 아이들에게 선물로 나누어주었어요. 반 아이들은 모두 환호하며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어찌나 빠져들어 몰입하는지 바라보는 선생님도 흐뭇했답니다.
“선생님, 이거 천이 마치 식탁보 같아요.” 소정이가 이야기했어요.
“선생님, 오르골 음악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아요.” 민수도 이야기했어요.
“선생님, 다 만들었어요. 멋지죠?” 현지는 제일 먼저 완성했어요.
“와, 현지야. 정말 무슨 패션모델 인형 같네. 너무 예쁘다. 사진 찍어도 되니?”
선생님은 현지와 호형이의 작품을 한데 모아서 사진으로 남겼어요. 곧이어 다른 아이들도 연달아 인형을 완성해서 가져왔어요.
“걱정 인형은 마야 문명의 발상지인 과테말라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인형이에요. 자투리 천으로 만들어서 어린이들에게 선물했어요. 밤에 잠들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걱정을 걱정 인형에 말하고 치워버리면 달콤한 잠에 빠질 수 있다고 믿었죠. 그리고 실제로 그럴 수 있었죠. 여러분들도 걱정이 있으면 이 인형에 모두 털어놓고 잠들어봐요.”
“와,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바로 잘 때 써봐야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여러분들에게 줄 선물이 또 있어요.”
“와, 선생님 뭐예요?
“짜잔.”
TV 화면에는 ‘네잎클로버’라는 동요 가사가 적혀 있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가사가 어딘가 특이했어요. 바로 ‘숲속 반’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던 거예요.
“우리 반 반가를 만들어봤어요. 동요 ‘네잎클로버’를 개사해 만든 반가예요. 이 반가를 부르면서 우리 반 친구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일 맞이할 어린이날도 즐겁게 보내세요.”
선생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말했어요. 그러고는 반가를 불러보자고 했죠.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음정이 잘 맞지 않았어요. 그러나 여러 번 연습하자 점차 아름다운 하모니를 낼 수 있었어요. 부드럽고 따듯한 노래가 현지네 학교에 울려 퍼졌어요.
다음날 어린이날 밤이었어요. 아이들에게서 문자가 오기 시작했어요.
“선생님, 저 어제 걱정 인형 오르골 듣고 잤어요. 덕분에 아주 잘 잤어요.”
“선생님, 걱정 인형에 걱정을 다 실어서 잤더니 꿀잠 잤어요.”
“선생님, 반가가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나요. 흥얼거렸어요.”
은하윤 선생님은 아이들의 문자에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답장을 해주었어요. 선생님은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참 행복한 직업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님이어서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8. 아쿠아리움에 비친 빛 한줄기
오늘은 현장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에요. 은하윤 선생님과 아이들은 버스를 타고 현장 체험학습 장소로 이동했어요. 은하윤 선생님과 현지네 친구들 반인 3학년은 아쿠아리움으로 향했어요. 3학년뿐만 아니라 1, 2, 4, 5, 6학년 모두 함께하는 소풍이에요. 모두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불렀답니다.
홀수 반인 현지네는 둘씩 짝을 지었는데 한 명이 남았어요. 그래서 은하윤 선생님 옆자리는 현지가 차지했어요. 현지는 간식을 꺼내서 빼빼로 하나를 선생님께 드렸어요. 선생님은 처음엔 거절했지만, 현지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서 빼빼로 선물을 받았어요. 그리고 선생님도 선생님이 가져온 음료수를 현지에게 주었어요. 현지는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었어요.
룰루랄라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1시간여를 달리니 어느새 아쿠아리움에 도착했어요. 현지네 반 친구들과 은하윤 선생님은 제일 먼저 앞장서서 아쿠아리움을 구경했어요. 아쿠아리움에서 거북이도 보고, 펭귄도 봤어요. 수달과 여러 가지 신기한 물고기도 많이 봤어요. 아이들은 너무나 신이 났어요. 제일 앞서가던 현지는 갑자기 한 자리에 멈추어 섰어요.
“선생님, 이거 봐요.”
“오, 철갑상어네. 정말 크다.”
“우와, 멋있어요.”
현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밝게 아쿠아리움을 빠른 걸음으로 옮겨갔어요.
어느새 아쿠아리움 출구까지 거의 다 왔어요. 현지네 반 친구들과 선생님은 포토존에 모여 섰어요.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고 자리를 옮겨 앉으며 선생님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웃어 보았어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너무 예쁘다. 얘들아.”
신이 난 아이들은 각각 돌고래 열쇠고리, 펭귄 열쇠고리 등을 샀어요. 서로 좋아서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어요. 다른 반을 기다리느나 잠시 출구 앞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어느새 모든 학년이 모이고 함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버스에 올랐답니다.
버스에 올라서 현지는 갑자기 선생님 팔목을 잡고 흔들었어요.
“선생님.”
“응?”
“저는 학교가 너무 좋아요.”
“정말? 현장학습이 좋은 게 아니고?”
“물론…. 조금 그런 게 있지만…. 그래도 내일 또 학교 갈 생각하니 신나요.”
“와, 정말? 선생님도 기쁜데. 학교를 좋아해 주다니.”
“선생님을 매일 보는 것도 좋아요.”
그때 뒷좌석에 앉아있던 소정이와 민수도 거들었어요.
“저도요. 저도요.”
“선생님도 너희들이랑 함께해서 정말 좋아.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하고 기대가 돼.”
“하하하.”
현지네 반 친구들과 선생님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버스 안을 가득 채웠어요. 그 모습을 거울로 힐끗 바라본 버스 기사님도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부릉부릉 차를 안전하게 운전해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