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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인형이 만든 기적

창작 동화

by 루비

#1. 연이의 실수


연이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다녀오면서 기념품샵에서 구매한 펭귄 인형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사히카와 역에서 삿포로 역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생각에 잠기다가 문득 펭귄 인형이 사라진 걸 알아챘다. 역무원의 안내로 지정석에서 자유석으로 옮길 때 잃어버린 건가 싶어서 원래 앉았던 지정석 열차로 다급히 달려가보았지만 그곳에 펭귄 인형은 없었다. 아차 하는 생각과 함께 아사히카와 역 화장실에 놓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속상했지만 사실 그것은 하느님의 계획이었단 것을 연이는 모르고 있었다.


#2. 아사히카와 역에서


연이가 황급하게 화장실을 나선 후, 아사히카와에 사는 한 일본인 미혼모가 다음 차례로 그 칸을 이용했다. 그녀는 곧 다가올 딸의 생일에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넉넉지 않은 형편에 화장실에서 그만 눈물을 훔쳤다. 그렇게 10여분을 꼼짝을 않고 있다가 밖에서 계속해서 두드리는 노크소리에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막 문을 나서려는데 웬 동물그림이 프린트된 귀여운 종이가방이 보였다. 그 안을 살펴보니 종이가방보다도 더 귀여운 앙증맞은 펭귄인형이 있었다. 그 미혼모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비록 누군가가 흘리고 간 인형이지만 혹시 이걸 가져가서 딸에게 주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3. 미혼모의 선택

순간 기쁜 마음이 들었지만 미혼모는 혹시 물건을 잃어버린 누군가가 애타게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펭귄 인형이 담긴 종이가방을 들고 기차역 분실물 센터로 향했다. 거기서 미혼모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물건을 맡겼다. 그리고는 아쉽지만 선한 일을 한 자신을 기특해하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딸이 혼자서 색칠공부를 하고 있었다. 비록 생일선물을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딸을 품에 꼭 안아주었다. 딸과 자신 둘이 이 세상에 피붙이 전부이지만 행복했다.


#4. 역무원의 선택

기차역 분실물 센터 역무원은 며칠 째 펭귄 인형을 보관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인형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인형을 갖다 준 미혼모에게 연락해 보기로 했다. 역무원이 보기에 미혼모는 처량해 보이고 어딘가 슬퍼 보였다. 뭔가 사정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연락을 취했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네요. 이 인형은 본인이 가져가도 좋을 것 같네요. 어쩌면 우연한 행운일 수도 있잖아요. “

미혼모는 처음엔 거절했지만 역무원의 설득에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 펭귄 인형을 집으로 가져와 늦었지만 뒤늦게 딸의 생일 선물로 주었다. 미혼모의 딸은 세상에서 가장 제일 행복한 표정으로 엄마의 목을 끌어안고 외쳤다.

”엄마, 사랑해요. “


#5. 연이의 꿈


연이는 일본 여행을 다녀온 일주일 후, 밤에 자다가 꿈을 꾸었다. 자신이 아사히카와 역에서 잃어버린 펭귄 인형이 한 소녀의 품에 안기는 장면이었다. 당황스러움이 행복한 순간으로 바뀌려던 찰나, 꿈에서 깨었다. 연이는 참 생생하게 느껴지는 신기한 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이 꿈 이야기를 짧은 동화로 적었다. 사람들은 이 한 편의 동화를 읽고 감동의 미소를 지었다. 실수에서 벌어진 행복한 선물이었다.



잃어버린 인형에 대한 아쉬움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상상해서 동화로 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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