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아프다. 내 온몸에 구멍이 송송송송 난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이 나를 사랑해 주라고 하셨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데도 만성 불안에 시달리는 것 같다. 그 누구의 사랑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불안형이라 그럴까? 나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 적도 없다. 누군가와 친밀해지는 것에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치료를 받고 있지만, 왜 계속 제자리걸음인 것 같지? 나는 친밀해지는 게 두려워서 자꾸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나한테 관심이 없는 사람들한테 끌리는 것 같다. 그것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고 슬프지만, 그렇다고 해서 끌리지도 않는 사람을 억지로 좋아할 순 없다. 그런 식으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놓친 것 같다. 휴. 나는 언제쯤 환자에서 벗어날까? 나는 왜 이렇게 됐을까? 나도 모르겠다.
문제는 대학생부터 심각해졌다. 심한 집단 따돌림을 당한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 땐 왜 괜찮았을까? 남녀공학이 아니어서 질투하는 사람도 없었고, 공부만 잘하면 됐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때도 나를 디스하는 애들은 있었다. 그런데 성적으로 위계가 세워져서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교대에 들어가면서 머나먼 타지에서 자취하는 게 나한텐 엄청난 심적 부담으로 다가왔고 공부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따돌림을 받는 처지여서 여러 가지 정보도 없고 불리한 면이 많았다. 그것들이 나를 힘들게 한 것 같다.
공모전에서 입상도 여러 번 하고(대상, 해외여행 기회 등) 나름 알찬 대학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나는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를 못한다. 외로워서 같이 있고 싶다가도 이내 혼자 다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코드가 안 맞는다는 것이 느껴진다. 가끔 나도 내가 이해가 안 간다. 나란 사람을 잘 모르겠다. 나는 그래서 정신과치료도 상담치료도 오래 받았다. 그래도 나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지면 상담에서 정신과의사 선생님은 감정을 마주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었다. 내가 피하는 감정이 무엇이었을까? 나는 불안하고 고립되고 아프고 이런 감정들이 두려운 것 같다. 나는 강아지를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부드럽고 따스해지기 때문이다. 대학원 상담 수업 때도, 법륜 스님 행복 시민 모임 때도 생각을 말하기보다 느낌을 많이 이야기하라고 배웠다. 생각은 머리로 하는 것이지만 느낌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내가 느낀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나는 살면서 원치 않은 경험을 많이 겪었다. 다섯 살 때부터 너무 고통스러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여자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나에게 편지를 주며 내가 재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 여자아이들 중에는 단짝친구도 있어서 배신감이 컸다. 그때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우는 나를 데리고 나갔는데 그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에게까지 거짓말로 둘러대서 전혀 엉뚱한 조언을 듣게 했다. 나는 그러한 것들이 큰 상처가 되었다. 휴. 나도 아프지 않고 싶다. 그런데 너무 두렵고 무섭다. 좋은 관계의 경험을 많이 쌓으라는데 나는 그러한 경험이 거의 없다. 누군가가 나를 소중히 대해준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상대방을 소중히 여겼는데. 일방적인 짝사랑일 뿐이었다. 너무 아프고 슬프다. 초등학생 때는 반 친구들이 이쁘고 공부잘한다고 칭찬해 주었지만, 친한 관계는 아니었다. 중학생 때도 전교에서 1등 하던 친구와 친했지만 결국에 멀어졌다. 지금은 다 손절하고 연락하는 친구가 두 명 남아있다. 하지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진 않는다. 가정이 있는 친구들이고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 또 거리가 멀어질까 두렵다. 휴.
외롭고 쓸쓸한 날에는 문학으로 도피한다. 그런 이상주의적 자기방어 기제도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휴. 나는 천성이 고독한 운명일까? 나는 태생적으로 다르게 태어난 것 같다. 그럼에도 늘 다르지 않다고 자각하려고 노력하지만, 타고나길 다른 것 같은 천부적인 느낌을 어떻게 지울 수가 있을까? 어쩌면 하늘이 내게 주신 재능 대신 내린 천형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욕심낸 것들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친밀해지고자 하는 욕망 자체를 없애야 할지도 모르겠다. 타고나길 외눈박이로 태어난 물고기는 또 다른 외눈박이 물고기를 만나야 두눈박이 물고기가 되는 것처럼, 나는 그냥 나처럼 타고나길 고독과 함께 해온 사람을 만나고 싶다. 닮은 사람들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는 법이니깐. 그렇다면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그때까지 나에 대한 사랑의 물을 듬뿍듬뿍 줘야겠다.
https://youtu.be/Bo_bUUejTD0?si=ThnrPWxHBGrdelH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