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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선택

자유, 사랑, 그리고 나를 찾아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고… 그리고 나아가다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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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거의 10여 년 전에 책도 읽어보고 영화도 보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던 기억이 있다. ‘자유’와 ‘사랑’, ‘자아 찾기’라는 키워드에 매료되었지만, 조금 보다가 뭐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다 있어, 하고 그만두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당시만 해도 아직 내가 정형화된 삶에서 벗어날 용기가 안 났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니 내게 최고의 영화였다. 그리고 책도 다시 읽어보고 싶다.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리즈는 작가로 완벽해 보이는 인생을 살고 있다. 번듯한 직업과 남편이 있고,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점차 남편과 자신의 삶의 결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사랑이 식어가는 것을 느낀다. 연극배우와 바람을 피지만 그조차도 사랑이 아니라고 느끼고 과감히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탈리아, 인도, 발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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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여행에 대한 욕구를 더욱 부채질했다. 내가 다녀온 이탈리아 여행은 추억을 상기시켰고, 이탈리어를 배우기 노력하는 리즈를 보면서, 다른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생기 넘치는 일인지 다시 느꼈다. 리즈가 나폴리에서 피자를 먹는 장면은 베네치아에서 묵었던 호텔 앞에서 먹었던 파스타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늘 혼자라는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혀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지 자주 잊곤 했던 것 같다. 리즈가 과감히 남편과 애인을 떠나고 자기 자신을 찾으러 떠난 것처럼, 나란 사람은 누군가로 인해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로서 홀로 설 수 있을 때 그것 자체로 자유롭고 건강한 삶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리즈가 이탈리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인도에서 기도하고 명상하면서 자신을 찾은 후에, 발리에서 만나는 사랑 또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뉴욕으로 돌아가야 하는 리즈는, 발리에서 사업을 하는 펠리프의 영원히 함께하자는 고백을 거절한다. 자신의 삶의 균형이 흔들리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에게 케투는 “때론 사랑하다가 균형을 잃지만, 그래야 더 큰 균형을 찾아가는 거야.” 말한다. 그리고 리즈는 깨닫는다. 모든 안락함과 안정된 생활을 뒤로한 채 떠나온 자신이 1년 간의 여행에서 발견한 건, 몸과 마음이 느끼는 대로 달려갈 때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는 펠리프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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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이혼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던 리즈는 결국 자신을 용서하고 진정한 자신을 찾고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에서 보면 남편 또한 새로운 여자와 새 가정을 꾸린 것으로 나온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 책에서는 ‘인생의 거짓말’이라는 말이 나온다. 부자연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사는 사람을 향락적이라고 비판하지만, 그건 자기 인생을 속이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만약 리즈가 결혼이라는 굴레에 갇혀 사랑이 식어버린 남편과의 이별을 선택하지 못했다면, 정신과 치료를 전전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과감히 자유를 선택함으로써 1년간의 세계 여행을 통해 더 많은 자유와 사랑을 배웠고, 진정한 자신으로 살게 되었다. 나 또한 이런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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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유스러운 삶을 택한 어른은, 지금 이 순간을 자유롭게 사는 젊은이를 보고 향락적이라고 비판하지. 물론 이는 자신의 부자유스러운 삶을 납득시키려고 하는 인생의 거짓말일세. 스스로 진정한 자유를 택한 어른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거야. 오히려 자유롭게 사는 것을 응원하겠지. / 미움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행복한 삶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인생에 정직할 때, 내 몸과 마음이 느끼는 진실을 마주할 때 찾아오는 것 같다. 나도 리즈처럼,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명상하고 기도하며,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여행을 즐겨야겠다. 삶이란 건, 매 순간 진실할 때 우리를 더우 반짝반짝 빛나게 해 준다.



https://youtu.be/JR-wv5fOJEY?si=LVcHJ0cs-LCBI-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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