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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일본 삿포로 여행 후 느낀 점

by 루비


우선, 한겨울 여행이라 그런지 많이 추웠다. 2016년 유럽 여행 후, 9년 만에 해외여행이었다. 유럽 여행 당시에는 여름에 가서 거의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면 숙소를 나선 후, 밤 9시~10시쯤이면 돌아왔다. 스위스, 이탈리아에서는 새벽 12시까지 돌아다니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서른 살 밖에 안 됐던지라 더 젊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이번에 9년 만에 일본 삿포로를 여행하면서 왜 여행은 젊을수록 많이 가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패키지로 다니면 조금 다를 순 있지만, 자유여행은 확실히 조금 부담이 된다. 물론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생각보다 편식이 심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해외여행 당시 안 좋은 추억이 있다. 바로 홍콩과 마카오 여행을 가서 현지 음식을 먹어보고자 유명한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켰지만, 역한 냄새와 이해할 수 없는 맛에 다 버리고 새로 시켰지만 역시 다시 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나는 외국음식을 잘 못 먹는다. 십여 년 전에 도쿄 근교의 하코네 료칸 여행 당시에도 가이세키 코스 요리를 시켰지만, 신선하고 새로웠다는 기억은 있지만, 특별히 맛있었다는 기억은 없다. 나는 일본 음식 중에 오코노미야키를 제일 좋아하지만, 해산물이 발달한 섬나라의 특성상 입에 맞는 음식 고르기가 어려워서 힘들었다.


한편, 설경이 무척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한국에서는 눈이 많이 내리면, 교통사고가 걱정되고, 눈 치울 일이 성가시고 날이 너무 추워서 걱정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삿포로가 위치한 홋카이도는 워낙 매년 눈이 많이 내려서 그런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안데르센의 동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눈의 여왕>이라는 동화는 카이와 게르다라는 주인공이 눈의 나라인 라플란드로 모험을 떠나는데, 내가 마치 그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추운 지방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일본인들은 정말 친절하다고 느꼈다. 일본 여행할 때마다 매번 느낀다. 예전에 일본인들이 정말 친절했다고 말하니깐, 직장 선배가 일본인들은 이중적이어서 그렇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정말 그런가 의문이 들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타인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믿음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한국에서 외국인이 길을 물어보거나 말을 걸어오면, 최대한 친절히 답해주려고 하지만, 겁이 나는 경우도 많다. 혹시 나한테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같은 한국인이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본에서 내가 서툰 영어나 번역기로 번역된 일본어로 물어봐도 아무런 의심도 않고 너무나 친절하게 응대를 해주어서 정말 감동을 받았다. 비록 독도 분쟁이나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로 인해 반일감정이 일기도 하지만, 이런 면에서는 배워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과거제도에서 비롯된 유형의 시험들이 지금도 주를 이루지만, 일본은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하고, 토론 문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점들이 차이점을 만들어낸 것 같다. 조선시대에서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펼쳤을 때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점진적으로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작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지만,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숫자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일본의 위정자들이 한일양국의 관계에 먹구름을 드리울 때가 많지만, 일본 국민들의 선진 문화는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여행도 오고 태권도나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한류열풍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이공계 인재 유출이나 창조적 역량을 가로막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기업 문화나 사회구조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자유롭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흘러서 고통에 신음하는 인재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더 많은 자유와 풍부한 경험과 열린 사고와 개방성이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지 않을까? 창조적인 사고와 역량으로 가득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록 3박 4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여행은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해 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도 어린 시절, 아버지와 연주 여행을 떠났었고,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리스, 이탈리아, 미국 등을 여행하며 에세이를 펴내기도 했다. 이지성 작가는 <에이트>에서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비법으로 문화인류학적 경험을 많이 하라고 주장했다. 여행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는 사람들도 일부 있지만, 여행은 정말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창조적 사고에 도움이 된다. 다음엔 또 어떤 여행지로 떠나게 될까, 두근두근 기대된다.



오도리 공원과 삿포로TV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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