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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풍부한 문학영재들과의 두 번째 시간

문예창작수업 두 번째 시간

by 루비


오늘은 문예창작수업 두 번째 시간이었다. 교재에 내가 쓴 에세이 <꿈꾸던 학교>로 활동을 구성했기에 처음엔 관련수업을 해볼까 구상했었다. 그런데 올해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있긴 하지만, 문득 에세이 수업 두 번째 시간에는 묘비명을 써보는 게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6년 전에 나의 묘비명을 쓰고 에세이를 써뒀었다.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 나의 미래 그려보기 내 묘비명은 문장가, 창조, 사랑의사람이었다. 그땐 대학원 입학도 계획하고 꾸준히 브런치 에세이도 쓰고, 자기 계발을 하기로 다짐했었는데 6년이 지난 후 되돌아보니 정말 이 모든 걸 이루었다. <시크릿>이라는 책처럼 내가 꿈꾸던 것에 계속해서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그리고 학생들과도 이러한 점을 공유하고 싶었다.


먼저, 수업 시작은 문법 퀴즈로 열었다. 학생들이 보내준 에세이를 피드백해 주는 과정에서 자주 틀리는 맞춤법과 표현들을 가지고 OX퀴즈 10문제, 3 지선다형 10문제를 내주고 풀어보게 한 후 설명을 해주었다. 다 맞춘 학생은 1명이었고, 1문제 틀린 학생은 3~4명 정도 되었다. 초고를 쓸 땐 문법과 같은 형식적인 면보다 글의 내용에 집중하여 일필휘지처럼 빠르게 써 내려가고 퇴고할 때 자세히 고치라고 했다. 그리고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점차 실력을 쌓아나가면 된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으로 학생들의 원고를 하나하나 피드백해 주었다. 저번 주에 메일주소가 없어서 원고를 못 보낸 학생들도 있는데 수가 딱 절반이었다. 그리고 막상 피드백하려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한 주에 절반씩 두 주에 걸쳐서 피드백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강사인 나도 부담이 적고 피드백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도 되지 않아서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피드백 후 2교시 마치기 전 15분이 남아서 강원국 작가의 글쓰기 강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유명하신 분이라 학생들이 많이 알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아직 중학생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아는 학생이 별로 없었다. 보수적인 지역에서 진보적인 작가의 글쓰기 강의를 보여주려니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학생들은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 듯했다. 학생들에게 영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쓰기 팁을 말해보라고 하자 ‘메모의 중요성’이 가장 기억에 남고 그 외 ‘적절한 시간과 장소를 활용하는 것’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더불어 ‘독자를 설정하고 그에 맞게 글을 써야 한다’라는 내용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잠시 쉰 후, 본격적으로 에세이 쓰기 시간을 가져보았다. 먼저 내가 고흐를 생각하며 만들었던 영상https://youtu.be/VSZjz1dFY7c?si=enCvQLhcqZXnAn6s을 보여준 후,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 했다. 살아온 인생으로 감동을 주는 것, 글은 결국 그 사람의 인생이며 가치관이며 총체다라고 말하며, 이를 압축하는 게 묘비명이 아닐까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프랭크 시나트라, 스탕달, 셰익스피어, 어네스트 헤밍웨이 등의 묘비병을 소개했다. 간단히 그들에 대한 내가 알고 있는 설명을 곁들이자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나왔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는 한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히딩크 감독이 좋아했던 곡이라고,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셰익스피어는 영국이 식민지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니 대부분 흥미로워했다.


그리고 활동지를 나눠주고 열린 질문에 답해보며 자신의 묘비명을 써보게 했다. 수업이 진행되면서 한 학생이 발표하냐고 물었는데 시간 관계상 몇 명만 해보겠다고 말하면서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다음에 또 비슷한 활동을 하게 되면 온라인 수업 도구인 ‘패들렛’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들렛의 담벼락에 학생들이 자신이 지은 묘비명을 쓰게 한 후, 눈에 띄는 것들을 공유하면 재밌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서 아쉬웠다. 매 수업이 진행될 때마다 점차 수업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가야겠다.


클래식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학생들의 타닥타닥 타자기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글 쓰는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하다 보면 강의시간이 줄어들어 학생들이 불만족하진 않을까 싶어서 지난 시간보다 조금 줄였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마지막에 3 문장


1. 이번 수업은 ( ) 같았다.

2. 나는 수업에서 ( )을(를) 배웠다.

3. 다음에는 ( ) 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중 하나를 골라서 리뷰를 써보자고 하자, 몇몇 학생들이 “글 쓰는 시간이 좀 더 넉넉하게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 것이다. 모든 학생들의 생각이 일치하진 않겠지만, 아마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도 다니면서 공부하느라 바쁜 학생들이라 최대한 수업 시간에 많이 쓰고 싶은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주 피드백 해줄 학생들의 원고를 메일로 받고 3 문장 리뷰를 하고 수업을 마쳤다. 다음에는 자신이 쓴 글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한 문장을 골라서 발표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주에 동시 모임에 다녀오느라 새벽같이 일어나서 오느라 조금 피곤했지만 무사히 마치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한창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중학생 문학소녀·소년들과의 시간을 더욱 알차게 꾸려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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