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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Aug 23. 2019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 나의 미래 그려보기

직업을 새롭게 정의해보고 묘비명도 지어보기

 귀천이라는 시로 유명한 천상병 시인의 묘비명에는 이렇게 적혀있다고 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돈키호테라는 소설로 유명한 작가, 세르반테스의 묘비명에는 ‘미쳐서 살다가 깨어서 죽었다’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그리고 풀꽃이라는 시로 널리 알려진 시인 나태주는 자신의 묘비명을 ‘많이 보고 싶겠지만/조금만 참자’로 희망한다고 한다. 내 미래를 생각하다가 묘비명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졌다. 나라면 어떤 묘비명이 좋을까?

 얼마 전에 골든벨 소녀로 유명한 김수영 작가의 책을 읽고 내 직업을 새롭게 정의한 적이 있다. 그건 바로 ‘세상에 쓰임 받을 아이들을 창조적으로 키워내는 일을 하는 사람’. 나의 자그마한 일이라도 의미 부여하기,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직업에 임하기가 핵심이었다. 물론, 초등교사로 일한다는 게 결코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의한 것처럼 교사라는 일은 세상에 나갈 아이들을 키워내는 일이기에 물건이나 기업을 다루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 가정의 소중한 아이들, 하나의 생명에 숨을 불어넣는 일은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섬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천사같은 어린이들에게 생명의 숨 불어넣기

 그렇다면 내가 새롭게 정의한 직업에 따라 삶을 살려면 3~5년 내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현재 내가 추진하고 있는 일들 3가지를 꼽자면 첫째, 대학원에서 아동문학 전공하기, 둘째, 브런치에 교육관련 에세이 꾸준히 올리기, 셋째, 교육 관련 연수나 독서를 통한 전문성 키우기가 있다. 현재 대학원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이고, 브런치 작가에 통과 후 계속해서 글을 올리고 있으며, 관련 연수 이수나 독서도 꾸준히 하고 있다. 더불어 연구대회에 나가 여러 성과를 올리기도 했고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기도 하다. 이것은 내가 그리는 삶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내 작은 시도의 연결체이다. 이를 위해서 나에게 중요한 3가지 가치를 꼽아보자면 의지력, 전문성, 직업적 성취가 있다. 이렇게 미리 미래를 그려보고 준비를 한다는 것만으로 가슴 떨리고 설렌다. 나태해지고 무력해지기 쉬울 때 마음을 새롭게 하는 데 참 많은 도움이 된다.

 이와 더불어 서두에 유명인들의 묘비명을 찾아봤듯 나의 묘비명도 지어보고 싶다. 나의 묘비명은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 ‘문장가, 창조, 사랑의 사람’이라고 짓고 싶다. 언제부턴가 글을 쓰는 게 나에겐 너무나 재미있는 놀이가 되었고 점차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대표적인 작가로 <쓰기의 말들>을 쓴 은유 작가가 있다. 닮고 싶다. 그리고 ‘창조’를 쓴 이유는 소비자보다는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생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이고 ‘사랑의 사람’은 초등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이다. 이렇게 적어본 것이 살면서 변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미리 지어본 묘비명에 따라 자연스레 삶이 이어질 수도 있고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일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간에 묘비명을 써본다는 것은 내 삶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상 나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직업의 정의를 새롭게 써보기도 하고 미래의 나의 묘비명을 미리 생각해보기도 했다. 직업을 정의내리는 것을 통해 관료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에 매몰되지 않게 마음가짐을 되새겨보았고 묘비명을 써봄으로써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먼 미래를 내다볼 시야를 견줘보고 싶었다. 당장 내일 일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몇 년 뒤, 몇 십 년 뒤의 미래를 그려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강박관념이 생겨서 삶이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다른 사람도 이런 작업을 해보았으면 한다. 내 삶의 목적이 생기고 이유가 생기고 생에 활기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나 할까. 삶은 주어지기도 하지만 내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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