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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by 루비

Cover Image 출처: Freepik


《빨간 머리 앤》을 읽으며 제 마음을 가장 아릿하게 울린 건, 다름 아닌 앤과 다이애나 사이의 진실한 우정이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친구보다 경쟁자가 더 많은 세상입니다.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기보다, 앞서 나가기 위한 경쟁 속에서 우정은 자주 스러지곤 하지요. 같은 대학, 같은 직장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결혼이라는 전환점 앞에서, 많은 관계들이 조용히 멀어져 갑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앤과 다이애나가 보여준 우정은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정원에서 손을 맞잡고, 두 사람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른다고 상상하며 "평생의 친구가 되자"고 약속하던 그 장면은 지금도 제 마음에 선명히 남아 있어요. 그 약속은 퀸스 학교로 진학한 뒤에도 변함없이 이어졌고, 두 사람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믿음과 애정으로 서로의 곁을 지켜 주었죠.


문득, 저도 그런 다이애나 같은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따뜻할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요.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라는 책에서 현대 사회의 관계는 겉보기엔 평등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위계와 비교, 차별로 얼룩져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는 연대보다 경쟁이 먼저 피어오르기 쉬운 것이 사실이죠. 그래서일까요? 그는 내한 강연에서 "동창회에는 가지 말라"는 농담 섞인 조언을 남기기도 했어요. 어쩌면 우리가 기대하는 순수한 우정보다는, 삶의 성적표를 확인받는 자리가 되어버리기 때문일지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믿습니다.


앤과 다이애나처럼 서로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아껴 주는 우정은 분명 존재할 수 있다고요. 그것은 질투나 비교가 아닌, 함께 웃고 울며 시간을 쌓아가는 경험 속에서 싹트는 것 아닐까요? 어린 시절부터 그런 따뜻한 관계를 자주 경험해 본 아이들은, 훗날에도 깊고 단단한 우정을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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