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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가 많아야 수십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적을 땐 10명도 오지 않는다. 그런데 교육청 장학사에게 전화가 왔다. 블로그와 관련해서 민원이 접수됐으니 간단히 답변을 적어서 달라고. 민원의 취지는 블로그에 올린 학급 교단 일기가 개인 정보 침해의 요소가 있고, 왕따 당한 일화를 적는 것이 교육자적 자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학급 교단일기에 학생들 사진은 모자이크를 해서 올리고 이름도 ○○ 처리한다. 그런데 어떤 개인 정보 침해 요소가 있다는 것일까? 그리고 왕따 피해를 당한 것을 적는 것과 교육자적 자질이 어떤 상관이 있는 걸까?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래서인지 장학사님도 민원인을 밝힐 순 없고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지만 답변을 달라고 해주셨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안녕하세요.
민원과 관련하여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그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학생 개별 정보나 신상에 대해 언급하거나, 특정 개인을 겨냥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드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블로그에 작성한 글들은 모두 제 학창 시절과 개인적인 경험, 문학 작품·도서·만화 등에서 받은 인상과 감상을 바탕으로 한 회고적인 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었다면 그 점은 매우 유감스럽고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 지적해 주신 부분과 관련하여, ‘왕따 이야기’와 같은 민감한 주제나 개인적 상처에 대한 표현들이 불필요한 오해나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해당 글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표현을 완화하거나 수정하여 재정리하였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처럼 나를 위한 변론」
「양파의 왕따일기」
「잘될수록 미움을 받는 아이러니 - 미운 아기 오리, 백조에게로 헤엄쳐 가다」
「결국 모든 건 사필귀정 - 만화 <굿바이 미스터 블랙>」
위의 글들 모두 민원 취지를 반영하여 자전적 회고임을 밝히고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표현을 완화하여 수정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며, 학생과 보호자, 그밖에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모든 분과의 신뢰를 해치지 않도록 블로그 내용을 더욱 신중히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소중한 의견을 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연주 드림
내가 블로그에 적은 왕따 경험은 20대 초반부터 시작된 십수 년간의 따돌림을 적은 것이다. 동화 <양파의 왕따일기>나 <내겐 드레스 백벌이 있어>, 영화 <목소리의 형태>, <우아한 거짓말> 등을 보며 위로를 받았고 그에 대한 감상과 나의 심경을 토로했다. 그것은 나의 치유과정이기도 하며 학교폭력 및 생활 업무 담당자로서 생활지도와 관련한 교육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익명성에 기대어 악의적인 민원을 올리니 속상하고 좌절감도 몰려왔다. 하지만 너무나 허무맹랑한 것이기에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장학사님은 아래와 같은 쪽지로 나를 토닥여줬다.
선생님~
선배로서 이런 일이 생기면 저도 참 속상하고 힘이 빠집니다.
제가 위로가 되었다니 감사드리고 이번 일로 선생님의 교육 열정이 식지 않기를 응원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많아 교육자라는 위치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맘에 오래 담아 두지 마시고 빨리 잊는 것이 본인을 위한 일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한○○ 드림
이 일을 겪고 나서 옛 일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나는 계속된 폭력적인 괴롭힘 속에서 억울하고 절망적인 트라우로 힘들어서 나 또한 민원을 올렸었다. 그럴 때, 나는 학교 교감선생님과 장학사로부터 민원 취하 압력을 받았고 결국 글을 내렸다. 그땐, 내 신원을 아무렇지 않게 밝히는 것도 억울하고 화났지만, 그보다 두려운 감정이 더 앞섰다.
'혹시라도 교사로서 내 위치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근무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으면 어쩌지?'
아래와 같은 글도 찾아보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가끔 장학사가 민원처리할 때 학교에 전화해서 민원 취하를 종용하거나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때 예~ 하고 취하해 줄 일이면 민원을 올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7조(정보보호)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처리와 관련하여 알게 된 민원의 내용과 민원이 및 민원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특정인의 개인정보 등이 누설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며 수집된 정보가 민원 처리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민원인 등의 정보 보호) ① 행정기관의 장은 법 제7조에 따른 정보 보호의 실태를 확인ㆍ점검하고, 민원을 처리하는 담당자(이하 "담당자"라 한다)에게 연 1회 이상 정보 보호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② 행정기관의 장은 제1항에 따른 확인ㆍ점검 결과 법령위반 사실을 발견하거나 정보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시정하고, 담당자에 대하여 징계 또는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의 위반으로 한번 더 신고하심을 추천드립니다
국민신문고는 국민권익위원회 소관이므로 처리기관을 국민권익위원회로 신청하시면 대부분 교육청으로 이관될 건데
어떤 경우에는 교육청 감사과로 이송되기도 합니다.
신고예시
신고인은 국민신문고 신청번호 @@@@와 관련하여 $$교육청 %%%장학사로부터 민원취하를 종용하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관련자를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7조 및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에 의거하여 처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내가 더 많이 단단해짐을 느낀다. 여러 인생의 시련과 고비들로 무너지고 불안에 흔들리며 힘들었었지만, 더욱 강인한 내가 되어서 앞으로는 어떤 괴롭힘으로 나를 훼방하고 방해하더라도 무너지지 말아야겠다. 스스로의 자존감과 교육적 본질을 잃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당당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