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 <코코>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글에는 영화 <코코>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잊혀진 여자 – 마리 로랑생
쫓겨난 여자보다
좀 더 가엾은 여자는
죽은 여자예요
죽은 여자보다
한층 더 가엾은 여자는
잊혀진 여자예요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2019년에 읽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에서 블로그에 담아둔 시다. 보통 위대한 사람이거나 유명인들은 오래도록 회자되며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하지만 그 반대편엔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진 사람들도 있다. 전쟁터의 피란민들, 가난한 무연고자들, 소외된 이들 등. 세상에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목숨이 있을까?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너는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도록 그런 삶을 살아라."
미국의 원주민 부족인 나바호족 사이에 전해져 오는 말이라고 한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내 동생은 너무나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갔다.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려고 애썼고,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으며, 반려견 시츄를 사랑했다. 부모님을 누구보다 걱정했으며 누나의 앞날을 진심으로 함께 고민하며 매일 도움을 주던 아이였다. 군대에 있을 때도 매일 일기를 쓰며 자신을 성찰하고 전역 후에는 아픈 몸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던 그림과 애니메이션에 열정을 쏟던 아이였다.
동생을 그리워하며 영화 <코코>를 다시 봤다. 주인공 미구엘은 죽은 자의 기타를 훔치려다 죽은 자의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의 고조부인 헥터를 만난다. 정작 그가 자신의 가족인 줄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지만... 헥터가 마지막으로 노래를 불러준 이가 완전히 기억에서 잊혀져 사라질 때 그들이 나눈 대화...
미구엘: 어떻게 된 거예요?
헥터: 완전히 잊혀진 거야. 이승에서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이 세계에서 사라져. 그게 ‘마지막 죽음’이지.
미구엘: 어디로 간 거죠?
헥터: 그건 아무도 몰라.
미구엘: 내가 이승에 돌아가서 기억해 주면 되잖아요.
헥터: 그런다고 되는 게 아냐. 살았을 때 알던 사람들이 그의 얘길 하며 기억을 전해줘야 돼. 근데 치치는 이제 그럴 사람이 없어. 누구나 결국은 그렇게 돼.
내 동생을 우리 가족, 친척, 친구들이 오래오래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참 좋은 아이였다고, 다른 이들을 기쁘게 해 준 아름다운 이였다고. 많이 많이 사랑했다고...
에르네스토 델라크루즈: 난 우정을 위해 하늘과 땅도 뒤바꿀 수 있어. 건배!
영화에서 델라크루즈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친구의 음악을 빼앗아 유명해진 인물로 나온다.
미구엘: 그자가 기타와 노래까지 훔친 거예요? 세상이 기억해야 할 건 그가 아닌 당신이었네요!
헥터: 난 세상이 아닌 코코를 위해 이 곡을 쓴 거야.
하지만 헥터는 그마저도 자신은 한 번도 성공을 위해 곡을 쓴 적이 없다고 말한다. 오직 사랑하는 딸을 위해 음악을 했다며 순수한 열정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악행으로 인해 정작 추앙받아야 할 사람이 기억 속에서 잊혀질 뻔하고 뻔뻔한 살인자가 위대한 이로 기억되고 있었지만, 미구엘의 모험과 용기, 가족에 대한 사랑이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누군가의 악행이 진실을 가릴 수 있어도, 결국 진실은 드러난다는 메시지를 준다.
세상은 많은 욕심과 이기심이 만들어낸 각축전이 펼쳐지는 곳이라 자주 엉뚱하고도 황당한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이 영화 <코코>처럼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다든지, 너무 일찍 죽음을 맞이한다든지, 가족 간에 오해가 겹겹이 쌓여 사이가 벌어진다든지...
하지만 미구엘의 가족에게 소중했던 음악과 사랑이 모든 걸 원상복귀시키고 지켜낼 수 있었듯이,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걸 하며 옆에 있는 이들을 소중히 여긴다면, 결국 운명도 모든 걸 돌려주리라 믿는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한 사람 한 사람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는 소중한 사람, 기쁨을 준 사람으로 남길 바란다. 바람처럼 숨결처럼, 한 세상 잠시 살다 가지만, 남은 이들의 가슴엔 잔잔한 아름다움으로 남기를...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며!
https://youtu.be/iBTX6VkU2Gc?si=c-vgAm0baSiGlo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