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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보다 무서운 것도 있어. 이제 나는 뿔이 간질간질할 때 그 기분을 나눌 코뿔소가 없어. 너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오늘은 바다를 찾을 수 있을지, 다른 펭귄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되겠지만 나는 그런 기대 없이 매일 아침 눈을 떠.” / 본문 87쪽
노든은 나의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였다. 우리는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내가 바라보는 풍경을 노든도 보았고, 내가 있는 풍경 속에는 언제나 노든이 있었다. 나는 커다란 노든이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좋았다. 노든 옆에서는 마음이 놓였다. /본문 83쪽
어쩌면 노든이 펭귄에게 한 말처럼, 나는 동생 대신 살아남은 건지도 몰랐다. 내가 동생 몫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는 것이었다. 모든 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수없이 되뇌었다.
“네가 어떤 기분일이 알아. 내가 그렇게 살아왔거든. 나는 항상 남겨지는 쪽이었지. 내가 바보 같지만 않았어도, 용감하게 가족을 지킨 내 아내를 구할 수 있었을지 몰라. 내가 다리를 절지만 않았어도, 마음씨 고운 앙가부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몰라.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알아차렸으면, 유쾌한 치쿠는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들이 항상 나를 괴롭게 해. 차라리 살아남은 게 내가 아니었으면,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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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 /본문 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