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나뭇잎과 별빛이 키운 감수성

별을 보며 웃던 동생은, 이제 별이 되었다

by 루비



생각해 보면 유년 시절은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래도 내 인생 행복한 추억의 한 갈피라고 여겨진다. 동생과 나는 동네 친구들과 마을에서 뛰어놀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의 경험은 지금의 나의 감수성과 창조성의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은 별을 보기 힘들지만, 어린 시절엔 집만 나서도 밤하늘에 별이 가득했다. 나는 예쁜 끈나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무더위를 피해 집 앞 비탈길에서 동생과 동네 친구들과 돗자리를 깔고 누워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곤 했다. 적재의 <별 보러 가자>란 노래가사처럼 별자리는 잘 모르지만, 막연한 기쁨을 느꼈었다.


봄에는 개나리와 진달래 꽃그늘 아래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요즘에는 꽃을 꺾는 것이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그 시절에는 개나리꽃을 꺾어와 집안 화분을 장식하기도 했다. 여름에는 마치 내가 코뿔소라도 된 듯 아카시아 나무를 가지고 뛰놀았다. 깃털처럼 생긴 아카시아 나뭇잎을 하나씩 떼어 세면서 노는 게 일상이었다. 우리 집 마당은 장미덩굴과 포도송이로 가득해 계절마다 풍요로움이 넘쳤다. 가을에는 밤송이를 주우러 다니곤 했다. 밤송이를 발끝으로 조심스레 굴리면, 가시가 벌어졌다. 토실토실 알밤을 가득 주워오면 엄마가 삶아주셨고 가족이 둘러앉아 맛있게 나눠먹었다. 겨울에는 함박눈이 자주 내렸다. 동생과 나는 눈사람과 눈으로 된 작은 집을 만들어 놀곤 했다.

마을에는 공터가 있어, 친구들과 모여 축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어느 날은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날지 못하는 다친 부엉이를 발견했다. 친구들과 누가 돌볼지 실랑이를 벌이다, 옆집에 사는 여자아이가 집에서 잠시 보호하기로 했고, 다음 날 우리는 그 부엉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학교에서 올챙이를 키우기 위해 개구리알을 구해오라고 했던 날, 아빠는 마을 논에서 알을 퍼와 뜰에 담아주셨다. 가을이면 고추잠자리가 하늘을 수놓았고, 우리는 잠자리통에 가득 담았다가 이내 놓아주곤 했다. 또 학교에서는 가오리연과 방패연을 만드는 법을 배웠고, 연을 들고 들판을 달리며 웃음꽃을 피우던 그 시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 모든 아름다운 기억을 함께 나눈 동생을 더 이상 곁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참담하고 슬프다. 앞으로 수십 년을 동생 없이 살아가야 하겠지만, 내 마음속 추억 한 갈피를 장식한 동생과의 기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런 추억을 잊지 않는 것은 내가 동생의 죽음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방법이다.


천사같이 아름다운 사람은 세상을 일찍 떠난다고 한다. 내 동생도 이른 이별을 맞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 시절처럼 풍요롭고 따스한 하늘나라에서 매일을 평화롭게 지내길 바란다. 나 또한 고향을 잊지 않으며 언제까지나 동생을 기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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