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꽃을 뿌리는 거북이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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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뿌리는 거북이


슈퍼 토끼는 달리기의 왕이었다

세상은 빨리 달리는 자에게

금은보화를 넘치도록 주었다

슈퍼 토끼는 다른 토끼와 거북이와

슈퍼 거북이를 제치고 1등이 되었다

이제 그는 떵떵거리며 제일 높은 빌딩에 산다


슈퍼 거북이는 달리기는 느리지만

토끼가 달리는 길을 아름답게 해주었다

꽃도 뿌려주고 마실 물도 가져다주고

부채질도 해주었다

하지만 세상은 아름다운 감성보다

슈퍼 토끼처럼 빠른 동물을 제일 좋아했다


토끼들과 거북이는 슈퍼 거북이를 무시했다

슈퍼 거북이는 이제 자기도 슈퍼 토끼가 되고 싶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슈퍼 거북이는 깨달았다

자신은 절대 슈퍼 토끼가 될 수 없음을

슈퍼 거북이로 살면 고단하고 외롭다는 것을

그렇게 스스로의 빛을 꺼버렸다


슈퍼 거북이가 사라지자, 세상엔 꽃도 마실 물도

시원한 바람도 없었다

무심하게도 세상은 여전히 슈퍼 토끼를 제일 좋아한다


슈퍼 거북이가 하늘문 앞에 도착하자 하느님은

그에게 제일 좋은 침실을 마련해 주었다

슈퍼 거북이의 침실은 온갖 아름다운 꽃들과 과일과

포근한 햇살로 가득했다

슈퍼 거북이는 그 누구보다 먼저 천국에 도착하려고

그토록 세상이 힘겨웠던 것이다

그는 이제 천국에서 가장 먼저, 가장 따뜻하게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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