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성장과 행복이 나를 교사로 만든다

by 루비

먼저 기간제 교사시절부터 살피면, 그때 나는 너무 철부지 교사였던 것 같다. 현장체험학습 날 예쁘게 차려입고 쫄래쫄래 동학년 선생님들을 따라가면 선배 선생님들이 모두 귀여워해주셨다. 버스에 타서도 아이들 사진 찍어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때 찍은 사진으로 1학기 기간제를 마치고 영상을 만들어 보여줬는데 눈물을 흘리는 아이도 있었다. (초상권 문제로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런데 힘든 점도 많았다. 점점 내게 반항적이고 권위에 도전하는 아이들이 늘어갔기 때문이다. 그땐 노하우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던 것 같다. 기간제를 그만두려던 내게 동학년 부장선생님이 위로를 해주시고 설득을 하셨다. 그때 내 업무는 '주간학습안내 걷기'라는 아주 단출한 업무였다. 그렇게 쉬운 업무를 맡고도 학생들이 감당이 안돼 ‘교통사고 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초임교사는 아무런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현장에 바로 내동댕이쳐지는 것 같다. 교대 4년 동안 단 두 달의 실습기간이 있었지만, 주로 수업 연구에 관한 실습이 많았지, 생활지도나 학급경영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내가 1학기 기간제 교사를 그만두고 2학기에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때에, 기간제 교사 시절 아이들에게서 메일이 계속 왔다. 정말 죄송했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고,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때 일일이 답장을 해주면서 참 고마웠던 것 같다. 지나고 보면 스물세 살의 어린 교사라는 것 자체로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그때 학교 앞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세트를 사준 아이도 있는데 정확한 이유도 모르고, 따로 연락은 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내 SNS에 좋아요를 누른다. 이 글을 적고 보니 오래전 제자들도 다시 한번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재명 대통령의 은사시라는 선생님께서 인터뷰한 영상을 봤다. 그러면서 제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얼마나 뿌듯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편, 제자의 인생이 모두 같지 않을진대,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면, 그것 또한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허무할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교사라는 위치가 갖는 무게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물론, 교사는 보통 한 두 해 정도 맡고 학년급이 올라갈수록 계속해서 담임교사가 바뀌니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작은 말 한마디, 눈빛 하나하나, 행동거지 하나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교사라면 제자들을 사랑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든 교사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내가 결혼해서 자녀가 생겨도 가능할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교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물건을 제조하는 기업이나 단순히 기계적인 일을 하는 곳이 아닌, 소중한 아이들이라는 하나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선행은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예쁘게 키워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정성껏 물을 주고 가꾸어낸 아름다운 선행을 일구고 싶다. 여기저기 자랑하고 뽐내는 게 아니라, 아름답게 성장한 아이들로 보답받고 싶다. 그렇다면 교사로서 정말 보람되고 행복할 것 같다. 그럴 때 누가 날 찾거든, 그저 웃음 짓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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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91f5ekH_hcY?si=_CzSXP_T0xpam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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