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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l 29. 2021

사랑에 빠진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탄생하기까지

영화 포스터(1999)

 영국여왕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한 천재 극작가 셰익스피어. 그런 셰익스피어에 대해서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한번쯤은 다들 궁금해했을 것이다. 비극과 희극을 넘나들며 위대한 작품을 남긴 그,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사실같은 허구의 조화로 뛰어난 흡입력을 자랑한다.이 영화를 통해 역사적 사실 및 영화 속 허구, 그의 천재적인 재능과 사랑, 상상력이 가미된 '로미오와 줄리엣'의 탄생배경까지 살펴보도록 하자. 



<역사적 사실>
 이 영화는 1593년, 엘리자베스 1세 시절,  영국 런던의 한 극장에서 시작된다. 극장주는 인기있는 작가와 배우를 모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셰익스피어는 당연 이름을 널리 알린 인기작가로 등장한다.

 이 영화를 통해 영국의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는데, 그 첫번째는 바로 르네상스 시대였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는 상업과 무역이 크게 발달하여 풍요로웠으며 왕권이 막강했던 시기이다. 영국은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르고 유럽 최강국으로 발돋움하였으며 이런 시대상과 맛물려 의상 또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엘리자베스 여왕, 바이올라가 입던 의상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남자배우들의 의상마저도 눈을 휘둥그레지게 한다.
 둘째, 다양한 실존인물의 등장이다. 엘리자베스1세, 크리스토퍼말로, 리처드 버비지 등 실제로 셰익스피어와 동시대를 살아갔던 인물들이 등장한다. '짐은 국가와 결혼했다'고 말할 정도로 강력한 왕권을 자랑했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셰익스피어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셰익스피어의 라이벌이자 역시 뛰어난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 당대 영국 최고의 배우 리처드 비비지 등  이러한 실존인물의 등장으로 이 영화의 재미는 한층 배가되었다.
 셋째,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엿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연인으로 나오는 바이올라는 미모와 함께 지성까지 겸비한 여성으로 나온다. 시와 문학을 사랑하고 연극배우를 꿈꾸지만 그 시대의 영국은 여자는 극장무대에 설 수 없는게 법이었다.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바이올라는 그리하여 소년차림으로 가장하고 연극 오디션을 보러 간다.
 넷째, 신흥 부르주아와 가난한 귀족가문의 결혼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바이올라는 신흥 부르주아의 딸로 아버지와 영국 여왕의 명령으로 가난한 귀족가문의 워섹스와 정략결혼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분상승이라는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사랑이 없는 결혼을 하고 마는 여성의 안타까운 현실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다섯째, 이 영화의 뼈대가 되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가 실제로 쓴 비극이라는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 밖에도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의 거리와 극장, 궁전 등을 그대로 재현한 점, 극장주들이 서로 자신의 극장을 살리기 위해 경쟁하는 장면, 빚쟁이에게 협박을 당한 극장주가 셰익스피어에게 흥행성 있는 희극을 써달라고 종용하는 장면, 여왕의 명령에 의해 극장문이 닫히는 장면, 크리스토퍼 말로가 술집에서 칼싸움하다가 허무하게 죽는 장면 등 16세기의 영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같은 허구>
 또한 이 영화는 실제 역사적 사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상상의 요소가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첫째, 셰익스피어에 대한 묘사를 들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셰익스피어는 바람둥이에다 다소 경솔함까지 보여준다. 아내가 있으면서도 연극배우를 만나고, 또 그 후에는 오디션을 보러 온 바이올라와 사랑에 빠진다. 게다가 바이올라와 정략결혼하게 될 사람이 그를 위협하며 이름을 물어볼 때면 번번히 '크리스토퍼 말로'라 말하여 결국 그가 죽음에 이르게 한다. (물론 이 또한 픽션이 가미된 부분이다. 실제로 크리스토퍼 말로가 선술집에서 싸우다 죽긴 했지만 그것이 셰익스피어 때문이라고 알려진 바는 없다.)
 둘째로, 셰익스피어의 연인으로 나오는 바이올라이다. 셰익스피어는 실제로 연상의 여자와 결혼을 했으며 그의 사랑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게 없다. 이 영화에 나오는 바이올라는 그의 작품 <십이야>에 나오는 여주인공이다. 십이야에서 바이올라는 쌍둥이남매로 바다를 항해하던 중 배가 난파하여 남장을 한 후 어느 귀족의 하인으로 들어가는 인물로 나온다. 아마도 이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잡은게 아닌가 싶다.
 셋째로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를 들 수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물론 실존인물이며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 절대 권력을 자랑하던 인물이다. 그런 여왕이 실제로 일반 극장에 방문하여 셰익스피어와 바이올라의 사랑을 꿰뚫고, 웨섹스경과 연극이 진실한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내기를 거는 것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의 노래>
 앞에서 살펴본 사실과 허구의 조화는 결국 달콤하고도 황홀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위대한 극작가였던 셰익스피어가 뛰어난 통찰력으로 인간의 무수한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사랑이 뒷받침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 영화가 만들어진 배경일 것이다. 사람이 가진 수많은 감정들중에서 오랜 세월동안 노래, 희곡, 문학등에서 이야기되어 온 것은 단연 '사랑'에 관한 것일 것이다. 바로 이 영화에서는 이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중에서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알려진 <로미오와 줄리엣>을 소재로 하여서 말이다. 실제와 상상을 교묘히 섞어나가는 통에, 영화를 보는 관람객은 이것이 연극인지 셰익스피어의 진짜 사랑인지 헷갈릴정도로 빠져들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한 여름밤의 꿈'에 나오는 사랑의 밀어를 읊조리는 바이올라, 바이올라에 대한 사랑을 달콤하게 속삭이는 셰익스피어. 이 둘이 이끄는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셰익스피어이기에 가능할 것만 같은 사랑에 관한 주옥같은 대사를 쏟아내 황홀감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러한 황홀감이 극에 달할 무렵, 영화는 실제 셰익스피어가 쓴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처럼 셰익스피어와 바이올라도 어쩔 수 없는 운명에 이별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제목 그대로 사랑에 빠진 셰익스피어를 여실히 잘 보여준다. 그리고 흔히 이야기하듯 통속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국의 역사적 · 문화적 배경의 사실적 표현과 실제를 기반으로한  상상 가미를 통하여 한 편의 작품성 있는 영화를 탄생시켰다.  이를 통해 영화의 가치를 한껏 드높여주었으며, 또한 셰익스피어와 영국의 시대적 배경 또한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데 큰 공로를 하였다. 이 영화를 발판 삼아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면 영국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셰익스피어가 노래한 바로 그런 낭만적인 사랑에 흠뻑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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