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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l 25. 2021

퓰리처상 사진전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 100805


11년 전에 블로그에 쓴 글을 다시 올립니다.^^



전시회: 퓰리처상 사진전

날짜: 2010년 8월 5일

장소: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




갔다 온지는 꽤 됐지만 이제야 올리는.. 

그날 바로 쓰는 게 제일 좋겠지만. 선뜻 글이 써지지 않았다.

오늘 오래간만에 사진 정리하다가 문득 감상후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날은 처음으로 내가 오디오 도슨트를 빌린 날이다~ 그동안은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싶어서 빌리진 않았는데. 꽤 유용했던 듯..

그리고 엄청난 인파 속. 예술 전시회의 인기를 아주 온몸으로 실감하기도 했던 날.. 

본론으로 넘어가서.. 

기억에 남는 사진들 몇 장만 다시 한번 떠올려보면..  



대동강 철교를 건너는 피란민, 막스 데스퍼 (1951)


#1. 6.25 전쟁 당시를 찍은 사진

- 대동강을 건너는 피란민들을 담은 사진인데. 막연히 참혹하다고만 느꼈던 전쟁에 대해서 더 현실적으로 느끼게 된 사진이라고나 할까.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6.25 전쟁의 실제 사진을 본 적이 있었던가? 싶기도 하고.. 이토록 전쟁이란 비참한 것이었구나..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대동강 철교라도 건너야만 남한으로 피난을 갈 수 있기에.. 발이라도 헛디디면 차디찬 겨울 강물로 휩쓸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그게 최선의 길이었다는 것...

 그 당시에 내가 그 자리에 없었기에 그들의 애환과 슬픔을 다는 이해 한다고 감히 말할 수 없겠지만.. 사진만으로도 가슴이 무너져 내릴 만큼. 전쟁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지 온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사진이었다..   




죽음의 거리에서 Adrees Latif, Reuters (2008)


#2. 죽음을 눈앞에 둔 한 보도 기자의 사진 

- 보도 기자들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사진 속 모습은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 현장이라고 한다. 누워있는 사람은 일본인 기자이고 무장군인에 의해 죽어가는 모습을 또 다른 기자가 포착한 것이라고 한다. 죽는 순간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는 기자의 투철한 직업정신과 함께 전쟁지, 또는 그와 비슷한 위험천만한 장소에서 오직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어간 보도 기자들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한 사진이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역사의 지나온 페이지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며 또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수단의 굶주린 소녀, 케빈 카터(1994)


#3. 아프리카의 기아

- 가장 유명한 사진이며 또한 많은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으로 꼽을 케빈 카터의 퓰리처상 수상작. 배고픔에 지쳐 쓰러진 한 수단의 어린아이와 그 뒤에 보이는 독수리 한 마리.. 사진이 찍힌 배경을 살펴보면 이 사진을 찍은 케빈 카터는 처음에는 이 소녀만을 찍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셔터를 누르기 전 어디선가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왔고 이와 같은 사진을 찍게 된 것이다. 이 소녀는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어머니를 따라 물을 길어 가던 길이었고, 뼈만 앙상한 사진 속 모습대로 많이 힘들었는지 잠시 쉬어 가던 길이었다. 사람들은 왜 소녀를 도와주지 않고 사진이나 찍고 있었냐며 케빈 카터를 비난했지만 이곳은 전염병이 심하게 돌던 곳으로 외부인은 현지인과 접촉이 엄연히 금지되었다고 한다. 이런 비난으로 인한 죄책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케빈 카터는 얼마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난 케빈 카터를 비난했던 사람들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그의 직업은 바로 보도사진기자였고 굉장히 숭고한 직업일지는 몰라도 돈벌이로는 시원찮은 직업이다. 그들이 직업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않고 매번 감성에 이끌린다면 위와 같은 사진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지구 반대편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생생히 접할 수 있었을까..

 총성이 빗발치고 피비린내가 난무하는 곳에서 일하는 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일 것이다. 비록 가슴속에서는 공포와 두려움이 범벅된 가운데 피눈물이 흘러내릴지라도...

 문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리하여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결점투성이의 존재인지 알게 되고,, 역사의 과오를 함께 되돌아보며,, 그런 아픔과 비극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힘써나가야 하는. 그 과정에 보도 기자들이 서 있다. 





 1940년대부터 2010년 최근의 모든 역사를 총망라했던 사진전. 웃음과 즐거움을 유발했던 사진들도 분명 있었지만 대부분은 어둡고 아픈 우리의 과거를 조명하는 사진들이었다. 인종차별, 전쟁, 종교분쟁, 가난, 기아 등..   그 어떤 강렬한 메시지와 호소력 있는 연설보다도 값진, 사진 한 장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보도 기자들의 이러한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아픈 사진들이 더 이상은 나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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