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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던 학교 중 -선생님 숙제는 놀기

by 루비



한국이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인은 정말 열심히 산다. 대학원 수업을 들어도 출석이나 과제에서 조금만 어긋나도 학점이 낮아지며 직장에서도 서로가 좋은 고과를 받기 위해 아등바등 최선을 다한다. 가끔 스스로 질문을 되뇐다. ‘뭘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걸까?’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에서는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애벌레들이 나온다. 서로의 머리를 짓밟고 오르다가 추락하여 절규를 내지르며 죽기도 하고 흡사 아비규환이다. 살인적이고도 경쟁적인 현대 사회의 은유같다. 꼭대기 끝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지 모른 채. 그렇게 모두가 기둥을 기어서 오르고 있을 때 노랑 애벌레만은 경쟁에서 이탈한다. 그리고 한 마리의 아름다운 나비로 날아오른다. 놀이가 어린이의 특권이지만, 제자의 말처럼 어른이 되어서도 마냥 나태하고 게으르게 놀 수만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힌트를 얻을 수는 있었다. 내게 주어진 일, 꼭 해야만 하는 의무나 과업들을 즐겁게 해 보자고. 마치 놀이하듯 결국 그 길을 찾아내면 달콤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다. 나는 지금은 일이 너무나 재밌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약간의 스트레스와 희비가 엇갈리는 하루하루 속에서도 나름의 행복과 즐거움을 찾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내게 실컷 놀고 오라고 주문한 우리 반 아이에게서 배운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 완벽한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이 되고 싶다.




*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첨언하자면, 저는 책임감 강하고 수행평가에서도 만점을 많이 받는 등(성적도 거의 항상 최상위권이었습니다.) 늘 최선을 다하는 학생이었답니다. 이걸 오해해서 저를 헐뜯고 공격하고 저와 관계된 일을 함부로 대하거나 망쳐도 된다고 곡해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생기더라고요. 정정당당하게 성취한 것들을 허위소문을 퍼뜨리며 깎아내리기도 하고요. 그건, 그냥, 무책임하고 예의가 없는 것이며 법을 어기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입니다. 자유롭게 놀듯이 산다는 것의 의미는 그냥 방만하고 제 멋대로 산다는 게 아니며, 비도덕적인 삶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알차게 꾸리는 삶의 철학이고 신조입니다. 자신의 결점과 피해의식을 투사하며 곡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사색하고 숙고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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