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 오늘도 연이샘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전등부터 켜네. 너무 눈부시다구.
모니터: 맞아. 그다음은 컴퓨터를 켜.
창문: (시인처럼) 그다음엔 내 속살을 활짝 열지. 투명한 하늘과 바람을 데려와. 아, 바람이 속삭인다.
키보드: (조잘조잘) 그거 알아? 컴퓨터를 로그인하려면 나를 눌러야 해.
커피잔: (새침데기) 엣헴. 아침에 오면 나부터 씻고 커피를 내린다구. 내가 바로 이 아침의 주인공이야.
마우스: 잠깐잠깐. 여러 창들을 열기 위해 나를 클릭하기도 해.
칠판: 아우. 그만. 왜 이렇게 경쟁적이야. 아이들 오잖아.
모니터: 쉿, 침묵.
아이들이 들어와서 인사하고 시끄럽게 떠들다가 다시 조용해진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용히 책을 읽읍시다.”
칠판: (소곤소곤) 아이들의 책 읽는 모습은 언제나 고요해.
모니터: (나지막이) 맞아. 연이샘은 항상 조용하고 밝은 음악을 틀어주시더라.
창문: (시인처럼) 창밖으로 햇살과 바람이 들어와 춤추고 있지. 살랑살랑.
키보드: 연이샘은 뭐가 그리 바쁠까? 업무포털에 로그인하던데. 결재. 문서. 계속 눌러대.
커피잔: (후끈후끈) 앗. 내 몸은 달아올랐어. 오늘은 뜨거운 아메리카노!
마우스: (수다쟁이) 내가 제일 바쁜 것 같아. 나를 쉴 새 없이 움직인다구. 클릭클릭클릭!
책상: (묵직하게) 이봐들. 나는 언제나 연이샘의 팔을 받치고 있다구. 이 교실이 굴러가는 건 다 나 덕분이야. 그만 좀 주절거려!
아이들이 책을 덮고, 또다시 왁자지껄.
칠판: 그래, 이게 꿀벌반의 하루지.
모니터: 왁자지껄, 수다스럽지만 따뜻해.
창문: 햇살도, 바람도, 아이들의 웃음도 모두 이 교실의 노래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