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큐의 주요 요지는 계층이동이 힘들어졌고 SKY 및 의과대학의 재학생 대부분은 소득 상류층이라는 것이다. 의과대학의 신입생 비율은 소득 구간을 10개로 나눴을 때 최상위 구간인 9구간 이상이 무려 83프로에 달했다. 이에 한국은행 총재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 상위권대가 자발적으로 대부분의 입학정원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하여 선발하되 선발기준과 전형 방법 등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참 좋은 취지의 다큐고 마지막 부분에서 드림장학생 학생들의 인터뷰도 하나의 대안으로써 좋았던 것 같다. 다만, 이 다큐의 전제 자체가 SKY대학이나 의치한이 아니면, 계층의 꼭대기에 오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 같아서 조금 불편했다.
스카이대학을 나오거나 의대입시과열처럼 의과 대학을 나오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좋은 직장이나 기회를 잡을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건, 마치 사다리를 오르는 길이 한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우리가 흔히 사다리 게임할 때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길이 여러 가지듯이 다른 길을 가면 다른 목표지점에 골인하고 얼마든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왜 모두가 같은 길을 향해 달려야 할까.
우리나라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만 15세 이상의 사람은 84명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50명이다. 17명은 단순 노동을 하거나 물건을 고치거나 조립하는 일을 하고, 11명은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11명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펼치는 일을 하고, 8명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3명은 농사를 짓거나 고기 잡는 일을 한다.
이 가운데 회사에서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은 36명이다. 19명은 정규직이고, 17명은 비정규직이다. 마을 사람 중 7명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고 한다. (출처: 우리나라가 100명의 마을이라면/배성호 글/허구 그림) 이러한 상황에서 모두가 같은 일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하면 나라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지 않을까? 중요한 건, 어떤 일자리든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법과 제도로 뒷받침되어야 하고, 민주적으로 숙의와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져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물론, 과도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 누구나 최상의 일자리를 구하고 싶을 것이다. 가끔 산업재해 뉴스를 보면 가슴이 아프고 철렁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런 위험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일상에서 삶의 철학과 숙고 없이 끊임없이 경쟁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압박해서 생기는 문제 아닌가? 결국 경쟁사회의 한 부작용이나 마찬가지다. 삶의 가치관 자체를 새롭게 바라봐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시골 출신이라고 마지막 개천용이라고 비웃은 친구가 있었다. 정작 그 친구는 지금은 연락이 끊겨 소식을 알 길 없지만, 간호사면서 보건직 공무원 시험을 위해 이것저것 공부 방법을 물어보던 친구였다. 또한, 내가 처음 정신과에 가게 됐을 때 의사 선생님이 내게 불친절한 건, 예쁘지 않기 때문이라며 외모 비하까지 하던 친구였다. 그러한 마찰로 인해 결국 멀어지게 됐지만, 사람을 등급을 나누고 점수 매기는 친구 하고는 더 이상 유쾌한 교류가 불가능하기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이건 이 친구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대다수의 사고방식이자 기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불행한 것이다.
누군가가 분에 넘치는 결혼을 하면 결혼으로 인생 폈다거나 상류층이 됐다면서 조롱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정말 차이 나는 결혼을 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 당사자 간의 일이고, 그 대가도 본인들이 치를 것이다. 계층이동이니 신분 이동이니 하는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고, 하루하루 삼시세끼 건강하게 먹고 즐겁게 웃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보통 자신의 위치에 대한 열등감과 불안이 심할수록 자기 내면을 투사하여 타인을 근거 없는 욕심쟁이로 만들어버린다. 그건, 자기 자신으로서 살지 못하는 이들의 못난 방어기제일 뿐이다. 계층이동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위치에 있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계층이동에 대한 욕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꿈이 많다. 그건 다큐멘터리에서 말하는 것처럼 계층이동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계가 촘촘히 나뉘어있지만, 만민은 평등하다는 동학 농민 사상처럼 사람 간에는 눈에 보이는 사회적 서열과 은연중에 드리운 차별적 시선이 아닌, 진심으로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충분한 사회적 자본과 함께 자신의 꿈을 하나하나씩 성실히 지어나갈 때, 진정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본다. 그럴 때 더 이상 스카이와 같은 학벌이나 꼭 전문직 자격증 같은 건 의미가 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가할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 내 삶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