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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작가와 고서점 직원의 편지로 쌓는 오랜 우정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나도 인터넷 서점에서 결제한 금액이 상위 0.7프로 안에 들 정도로 많지만 이 작가들에는 비할바가 못 되는 것 같다. 책을 정말 많이 사랑하고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에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다.
작가는 미국에서, 고서점 직원은 영국에서 살며 편지로 원하는 책을 구입하고 판매한다. 영국의 극작가, 시인, 수필가들의 책에 대한 정보 및 미국의 유명한 고전(스티븐슨의 책 등)도 주요 대화 소재다. 나도 교육을 전공하지 않았으면 영미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좋아해서 이 책에 더욱 애착이 갔다.
책장이 생겼다가 금세 사라지는 경우를 왕왕 목격한다. 문득 고서점이라면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보았다. 특별한 큐레이션으로 희귀본만을 수집해 놓은 책방. 물론 지금도 부산의 보수동책방골목 같은 곳에서 만나볼 수 있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서점 주인과 편지를 교환하는 건 또 다른 낭만일 것 같다.
작가는 젊은 시절 인기를 누리지 못해 자신을 실패한 작가로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중년이 끝나갈 무렵, 출간한 이 책으로 유명세를 타고 대대적으로 성공한다. 나도 세 명의 외국인 친구들과 펜팔편지를 교환하고 있어서 이 책이 더 정감 있게 느껴졌다. 고등학생 시절, 교환한 펜팔친구를 전자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는데 언젠가 지금 펜팔친구들과 나눈 편지도 책으로 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더 좋은 이유는, 주로 편지를 주고받은 고서점 직원, 프랭크 도엘과 작가인 헬렌 한프뿐만 아니라 서점의 다른 동료 직원들, 프랭크 도엘의 가족과도 우정을 쌓는 부분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프랭크와 서점 직원들이 헬렌 한프에게 직접 자수를 놓은 식탁보를 선물하는 장면, 헬렌 또한 서점 직원들에게 여러 달걀이나 고기 등 식료품을 선물하는 장면 등이 단순히 책에 대해 논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넣어서 서로의 인생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두 도시, 뉴욕과 런던에서 대서양을 건너며 오간 편지들이 이렇게 시대를 뛰어넘어 독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건, 문학이란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된 문학 중, 내가 읽은 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과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대화편> 정도 있었다. 주로 영국에서 출판된 문학들이 많아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은 것들도 많은데 언젠가는 영국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중에서 한국에 출간된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도 꼭 읽어봐야겠다.
나는 내가 책을 좋아하면서도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졌던 적이 많았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목표가 생겼다. 앞으로 더 많은 시, 수필, 고전 등을 가까이하며 나도 누군가와 책에 대해서 정말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먼 훗날, 되돌아봤을 때, 종이 냄새 물씬 나는 책과 누군가와의 정감 어린 대화가 있어서 행복했다고 추억하고 싶다.
채링크로스 84번지, 그곳에도 언젠가 가보고 싶다. 두 작가를 기억하며.
나쁜 책 보다 신성을 모독하는 것은 없다. 항상 명심하려고 한다.
프랭크 도엘은 세상을 떠났지만, 마지막까지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 헬렌의 마음씨와 그들의 우정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