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한강 물결을 바라보며
‘한강에 뛰어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죽으면 되는 건가? 그들은 내가 이 세상에서 죽어 없어지기를 바라나?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지?’
아한은 스물일곱의 창창한 젊음을 뒤로하고 일렁이는 한강 물결을 바라보며 죽음을 떠올렸다. 스무 살 때부터 계속된 따돌림과 사랑을 고백한, 믿었던 남자들의 배신으로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
이내 눈물이 폭포수처럼 계속 쏟아졌다. 머리가 빙빙 돌며 세상도 빙빙 도는 것만 같았다.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그때 누군가가 팔을 붙잡았다.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그 젊은 청년은 “조심하세요. 아무리 한강이라지만 여자 혼자 다니면 위험해요.” 라고 말하고는 서둘러 갈 길을 재촉했다.
“네...”
전화를 걸 곳도, 문자를 보낼 곳도 없었다. 며칠 전 친하다고 믿은 영현이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나도 힘들어. 너만 힘드니? 난 너한테 그런 이야기 안 하잖아.” 라며 가시 돋친 반응만이 되돌아왔다.
다시 한강을 바라보는데 유람선이 지나갔다.
‘아, 남자 친구가 생기면 같이 타보고 싶었는데...’ 아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두운 강물을 가르고 물보라를 치며 나아가는 모습이 필경 투우 경기를 하는 황소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어릴 적 살던 시골의 집 대문으로 황소가 쳐들어온 기억이 떠올랐다. 마당에서 놀다 화들짝 놀라 잽싸게 집 안으로 달아났는데... 만약 황소에 치였으면 정말 목숨이 위태로웠을지도 모른다.
집에 커다란 화재가 난 적도 있다. 다행히 정원수만 다 태우고 유리창이 깨진 시점에서 불은 모두 꺼졌다.
‘나는 참 질긴 목숨을 이어왔구나.’
그러자 아한은 오늘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었는지 떠올렸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어, 엄마.”
“지금 어디야? 집에 와서 저녁 먹어야지.”
“엄마 먼저 먹어. 나 지금 한강이야.”
“친구들이랑 같이 있어?”
“어, 응.”
“그래, 너무 늦지 않게 들어와.”
“응”
'아, 혼자가 아니었구나. 나에겐 사랑하는 가족이 있구나.' 아한은 안도감이 밀려왔다. 멀리 남산타워를 보며 다시 생을 부여잡았다.
‘과거는 잊자. 그리고 이제는 앞으로 미래만 바라보는 거야.’
아한은 다짐했다. 절대 과거는 다시 되돌아보지 않기로. 이제는 앞만 보며 나아가기로. 아한의 앞에 어떤 생이 놓여있을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빛을 발산하는 가로등처럼, 조용히 아한도 그렇게 생의 에너지를 내뿜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