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 소설] 인생의 충고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리라

by 루비


다음날 아한은 교실로 돌아갔다. 꾹 참다 쉬는 시간만 되면 화장실로 가서 눈물을 쏟아냈던 그녀. 학생들을 위해서도 아한 그녀 자신을 위해서도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아한은 마음속에 품었던 사직서를 작성하고 교무실로 갔다. 며칠 뒤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사표는 수리되었다.

이제 자유의 몸! 아한은 미련 없이 짐을 싸고 떠났다.

아한은 꽃집으로 향했다. 수국 한 다발을 사고 나니깐 우울한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다. 홀가분하기도 하지만 사실 두려운 마음도 크다.


‘이제 앞으로 뭐 먹고살아야 하지...’


아한은 잠시 머릿속으로 작가가 되는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겪은 일을 소설로 써보는 건 어떨까? 아멜리 노통브가 일본 회사에서 겪었던 일을 쓴 것처럼 말이야.’


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샘솟았다. 바로 서점으로 가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여러 권을 사고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책도 샀다. 6만 5천 원을 결제하고 수국 다발과 책을 들고 집으로 왔다. 아한은 그대로 침대에 철퍼덕 쓰러져 잠들었다.


꿈속에서 아한은 유명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되어있었다. 소설의 제목은 <스물아홉의 크리스마스>. 깨고 나니 소설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소설의 제목은 선명히 기억에 남았다. 아한은 노트북을 켜고 한글 프로그램에 <스물아홉의 크리스마스>라고 타이핑했다. 그리고 거기서 더는 한 글자도 써지지 않았다.


어느덧 밖은 어둠을 밝히는 초승달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아한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흐흐흑. 흐흐흑.” 다시 울음이 터진 것이다. 차이코프스키가 폰 메크 부인에게 결별을 당했을 때 심정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걸까? 도무지 모르겠는 아한은 이번엔 시집을 뒤적인다.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강렬한 빨간색 표지가 아한의 슬픔을 선명하게 드러내 주는 것만 같다.


그중 다음에 시가 마음에 든다.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라이너 릴케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하여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테니까





‘정말, 뭐가 문제인 걸까? 왜 나는 모든 게 엉망인 걸까? 일도 사랑도 우정도. ’


그렇게 자책만 하다 아한은 이번엔 아주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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